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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서울대학교 권장도서 해제집 내용입니다.
슬픈 열대
레비-스트로스(Levi-Strauss, Claude)
- 김광억 서울대 교수·인류학과
<슬픈 열대(Tristes tropiques ; Paris - Librarie Plon, 1955)>는 프랑스의 인류학자인 레비-스토로스가 남미 열대지대에 사는 카드베오, 보로로, 남비콰라, 투피-카와힙 등 네 원주민 집단에 대한 조사 내용을 문명비판적인 눈으로 반추하면서 구조주의적 분석과 함께 '문명'과 '미개'의 의미에 대한 자기성찰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과거로부터 현재에 걸쳐 소위 '원주민' 세계를 파괴하는 서구문명의 폭력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고, 이제는 사라져버린 실체를 탐구하게 된 인류학자로서의 직업적 역설에 대한 비통함이 서려 있다.
<슬픈 열대>의 구성체계
제1부는 자신이 익숙한 문명세계에서 원시라고 불리는 미지의 세계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의 문제를 재기한다.
제2부에서는 철학의 형이상학적 논리 반복의 무의미함으로부터 벗어나서 인간의 실체에 대해 규명하려는 윤리적 호기심과 애정에서 인류학자가 되기로 하였던 인생의 전환점과 여정을 반추하고 있다.
제3부는 서구 문명인으로서의 참회록이라 할 것이다. 남미 원주민 세계는 소위 문명의 때가 끼지 않은 순수한 원시의 세계로 취급되지만, 그 심층에는 이미 서구와의 접촉을 통해서 질병과 상업주의 그리고 착취와 왜곡과 지배의 쓰라린 역사적 과정에 병들어 있는 현실이 은폐되어 있다. 그는 기독교, 문명, 예술, 교양이라는 것이 이들의 순수한 세계를 어떻게 멸망의 길로 이끌었는가를 고발한다. 황금, 설탕, 노예, 커피에 대한 연속적인 탐욕이 가져온 개척은 진보라는 명목의 파괴를 낳았으며, 오늘날 남미의 아름다운 문명의 도시들은 그러한 서구의 음모와 착취의 수치스러운 역사의 결과임을 통렬히 벗겨낸다. 결국 그들의 세계는 순수한 자연이 아니다. "이곳의 자연은 야성적이기보다는 격하되어 버린 것이다." 즉 자연과 문명은 이 곳에서 인간의 잔인함과 탐욕의 거대한 기념비가 되어 있다.
제4부는 도시와 시골 혹은 문명과 미개에 대한 실상을 서술한다. 도시는 여러 종족이 다양한 문화를 이루는 삶의 현장이었지만, 서구의 학문과 종교는 이러한 다양한 문화의 얽힘에 인위적인 분리를 진실의 이름으로 가하였다. 유럽인들은 원주민의 세계에 자기들의 세계를 복제함으로써 원초적인 자연을 인위적으로 재조직하였고 나아가서 원주민과 그들의 문화를 비윤리, 야만, 미개, 미신, 조야함 등으로 규정짓는 부도덕한 폭력을 행하였다.
제5부~제8부에서는 앞서 말한 네 원주민 집단들에 대한 인류학적 조사를 회상하여 가족생활, 혼인과 성생활, 경제와 종교생활, 죽음과 삶의 의례, 물질문화의 특징, 신체와 사물의 장식, 예술, 성격과 일상생활 등에 걸친 그들의 사회와 문화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전편을 통하여 그들 원주민은 벌거벗고 아무렇게나 뒹굴어 잠자고 벌레나 야생동물을 잡아먹고, 기묘한 장식에 괴상하고 야만스러운 행위를 하고, 퇴폐, 게으름, 야수성, 위험, 유치함, 무지, 단순함 등의 어휘로 묘사되지만 그것은 모두 서구인이 만들어낸 원주민의 모습일 뿐 실제로는 문명인과 마찬가지로 세련된 예술과 삶의 지혜를 가지고 있음이 소개된다.
표면적 다양성 속에 자리잡은 본질적 공통성
카두베오족의 대칭적인 문양을 정교하게 그려진 신비스러운 문신은 기하학적 기본유형의 체계적인 조합이며 이항 대립적 요소들의 구조적 표현이다.
논리적이기보다 추상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아이디어는 의식 혹은 사고의 구조를 표현하는 방식으로서 성, 계급, 혈족 등에 의한 사회의 이원적 대립을 평형화하는 작용을 한다. 보로로족의 죽음에 대한 정교한 의레와 마을의 공간 역시 이항 대립적으로 구조화되어 있으며, 그것은 사회적 우주와 물리적 우주의 대립과 조화를 의미한다. 계급적 비대칭성을 반족 대칭성을 통해 균형을 잡고, 권리와 의무에 따른 불균형성을 특권을 통해 바로잡는다. 이렇게 물건의 디자인, 색깔, 장식, 그리고 몸의 치장과 문양 등의 미세한 차이와 다양성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제도와 의식구조의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원시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비콰라족의 혼란스럽고 유치한 모습은 인간의 순진함, 단순함, 인간적인 애정의 가장 감동적이며 가장 진실된 표현이다. '오직 인간만을 발견할 수 있는' 그들의 생존상태는 잃어버리기 이전의 인간의 순수한 자연적 모습이다. 동시에 백인의 도래와 함께 급속도로 진행된 질병으로 인한 절멸에 가까운 그들의 운명은 서구문명에 의해 원시의 순수함이 어떻게 처참하게 오염되고 파괴되어 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통렬한 증거가 된다. 투피-카와힙족은 이제는 사라져버린 부족이다. 저자는 바로 멸종의 순간에 다다른 마지막으로 남은 몇 명과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만남을 그리고 있다. 그들은 식물과 식물에 대한 깊은 지식과 많은 신화를 가지고 있고, 그들의 노래는 대서사시로서 서구의 오페레타와 같다. 그들은 일부다처제와 일처다부제를 결합하고 있으며 손님이나 형제에게 아내를 빌려준다. 저자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이웃 부족들 사이에도 문화는 아주 다르며, 그 순수한 다양성이 이제 비참하게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미개사회란 인간성에 관한 전체적 체험을 완전히 하게 해주며 서구와 다른 또 하나의 세계일 뿐 우열을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일깨운다. 오히려 그들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그대로 놔두지 못하는 서구의 자기중심적 편협성과 탐욕이야말로 야만인 것이다. 우리가 시각을 넓히면 차이점들은 감소하며 마침내는 어떤 사회도 철저하게 좋거나 또는 나쁜 것이 아니며 더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표면적인 다양성이 아니라 심층에 자리잡고 있는 본질적인 공통성이다.
이때 우리는 그들의 '야만성'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보다 높은 차원에서 우리를 성찰할 수 있음을 제시받는다. 예를 들어 식인풍습(cannibalism)은 죽은 자의 신체의 일부분을 먹는 의례를 통하여 그의 정신과 덕을 획득하거나 죽음의 삶의 세계 사이에 발생한 긴장을 중화하는 상징적 행위인 것이다. 어떤 사회도 관점을 달리하여 보면 같은 것이다. 그들이 범죄에 대하여 정의감이나 판단력이 없다는 비난은 그들이 범죄자를 '유아화'하는 서구적 개념 대신에 보상할 기회를 줌으로써 '성인화'하는 것임을 서구인들이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슬픈 열대>가 갖는 몇 가지 중요한 의의
이 책은 몇 가지 중요한 의의를 담고 있다. 하나는 구조주의라는 그의 독창적인 영역의 이론적 분석의 기초 자료들이 서술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가족과 혼인과 같은 사회적 제도와 종교, 의례, 신화와 전설, 물질문화, 신체의 장식, 예술, 관행과 관습 등을 특정의 시간과 공간 구조에서 담당하는 의미와 기능을 해석하는 대신에 이를 넘어서 인간의 심층에 자리잡은 의식구조의 표현과 실천으로 본다. 즉 표면적인 다양성이나 혼란을 헤치고 심층으로 들어가면 바로 사고와 의식의 구조를 밝혀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구조주의 인류학 1편(1958)>, <야생의 사고(1962)>, <날것과 익힌 것 ; Le Cru et le cuit(1964)>, <재와 꿀(1967)>, <식사예법의 기원(1968)>, <토테미즘(1969)>, <벌거벗은 인간 ; L'Homme nu(1971)>, <구조주의 인류학 2편(1958)>, <가면의 해부 ; La voie des masques(1975)>, <브라질에의 향수(1993)> 등의 후속저술을 통하여 표면적인 문화의 심층에 있는 의식구조의 규명을 위한 신구조주의라는 새로운 인류학의 장르를 개척하였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그가 심각하고도 예리하며 아름다운 필치로 서술하는 문명비판적 자기성찰의 자세와 방법이다. 즉 미개인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의식구조와 세계를 인식하고 분류하며, 상징하는 방식은 우리와 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진보, 발전, 그리고 인간다움은 서구 중심적 환상이 오히려 그들을 타자화하고 파괴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심층의 의식에는 남녀, 안팎, 고저, 명암, 선악, 미추, 성숙과 미숙, 문명과 야만, 자연과 문화, 우리와 남 등등의 이항 대립적인 구조가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문화적 차이 혹은 다양성은 그러한 대립을 균형화하기 위하여 사건과 관계의 얽힘을 다양화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원시인은 경험적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연관짓는 데 현대인보다 더 포괄적이고 탁월한 능력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원시인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의 '논리'를 넘어선 초시간적이고 초역사적이며 초공간적인 더 유효범위가 넓은 '의미'의 범주를 가진 존재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가 타자를 이해하기 위하여 어떤 자세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기후와 생태환경과 음식에서부터 예술과 일상의 관습에 이르기까지 그들에 대한 애정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예민한 감성과 관찰력, 고통스러울 만큼 자세함과 인내심으로 살피고 있다. 또한 바깥세계와 이 오지 사이에 놓여 있는 은폐된 채 작동하고 있는 다양한 관계에 대한 진지한 규명을 잊지 않았으며, 총체적으로 접근하여 서술하고 있다.
원형 그대로의 원주민은 이제 없다는 사실이 끝내 그를 슬프게 한다. 원주민은 '야만'과 '미개'로 왜곡되고, 순수한 의미의 자연은 이제 변질되었으되 서구인이나 원주민 모두 그 허구 속에 스스로 속고 있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 중간에 끼인 인류학자의 마음은 착잡하다. 남미의 원주민 세계는 이러한 복합적인 슬픔의 열대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이 주는 가장 중요한 점은 결국 우리가 남미의 오지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미개종족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을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다.
추천 번역서
현대의 가장 뛰어난 지식인이자 사상가의 한 사람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는 이 책을 통하여 인류학을 일반 교양인에게 매료시켰을 뿐만 아니라 문화의 역사 및 현실적 구조의 해석에 치중하던 인류학에 심층의 의식구조와 문화의 관계라는 새로운 연구 영역을 열었다고 할 것이다.
한길사에서 나온 <슬픈 열대>라는 제목의 번역본이 있으며, 더 충실한 이해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Penguin Books에서 1976년에 처음 나온 영역판<Tristes tropiques>를 추천한다.
<슬픈 열대>는 프랑스의 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가 남미 열대지대에 사는 원주민 집단을 조사한 내용을 문명비판적인 시각으로 서술한 책이다. 구조주의적 분석과 함께 '문명'과 '미개'의 의미에 대한 자기성찰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 책이 주는 가장 중요한 점은 남미의 오지에서 사라져가는 미개종족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다.
첫댓글 로사모에서 이 글을 처음 접했을때 댓글을 단 기억이 나서 창피합니다 지금 생각하니 저자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남미 열대사회에 대한 고유 문화를 파괴하므로서 그들의 정신 세계까지 피폐화 시켜 그들의 나름의 근본개념에 서구문명을 심어 주므로서 그들의 중심이 서구의 세계가 됨으로 초래되는 열대지역의 문명파괴를 세세히 서술한 책으로 이해를 하였습니다 그것이 곧 우리자신이기도 하다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열대문화사회라면서 미개문명이라는 표현을 쓰는 자체가 서구문명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짧은 생각을 해 봅니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정
신세계와 문화를 인정하고 받아 들여 줌으로써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구문명은 그들의 문명의 기준잣대를 세계 각국에 심어 놓고서 그들의 우월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과연 문화가 획일화 됨으로서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를 미칠 것인지 한번쯤은 되돌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인류의 미래를 한번쯤 깊이 있게 생각한다면 반성해야 될 필요를 느낌니다
수려한 문장과 요약입니다. 님은 논술에 강점을 보이실 것 같아요 ^^* 응원합니다~
이것 오로지 선생님 덕택입니다 제 처음글 댓글 한번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것이 저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근데 댓글을 쓰면서 이렇게 발전한 것입니다 이것은 전부 선생님 덕택입니다 저 스스로 이것이 느껴 집니다 정말 선생님을 제대로 만난 것 같습니다 정말 꾸준히 노력해서 더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늦잠을 자서 ...오늘은 시작이 늦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방가방가 입니다 ^^ 이번주 토요일 서울대특강이 있습니다. 오시면 좋을텐데 ^^ 응원바랍니다..
이번 주 토요일이면 .....가고 싶은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항상 24시간이 매일 부족하니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맨날 하는일없이 하루가 그냥 지나가 버려 시간이 허덕이고 있습니다 전 선생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화이팅하십시요 저의 컴이 고장나서 입력이 굉장히 힘듭니다 오늘 컴을 다시 손봐야 한답니다 바이러스 때문에..불쌍한 컴입니다 방어벽이 뚫려서 병이 든 것이랍니다 힘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