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당시 메이즈러너2를 봤다. 나는 원래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처럼 줄거리가 이어지는 시리즈물은 1편부터 보는 편인데 그때의 나에게 선택권이란 없었다. 줄거리를 모르기 때문에 별 흥미를 가지지 않고 2편을 봤던 기억이 난다. "글쎄, 그저 괴물이나오면 도망치기만 하는 정도?" 영화가 끝나자마자 메이즈러너2는 내 머리 속에서 사라졌다.
시간은 거슬러 올라 바야흐로 때는 2018년, 교육공학 수업을 듣고 직관의 관점에서 메이즈러너1편을 감상해보라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다운받아서 봤다. 재미있었다. 역시 모든 시리즈물은 1편이 가장 흥미롭지 않나싶다. 영화는 원래 편견 없이 봐야하는데 영화 시작부터 "아 이게 직관하고 관련이 있다고?"라는 생각을 하고봤다. 하지만 시작 전과 후의 내 감상 포인트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메이즈러너의 줄거리가 "주인공들이 어떤 미로 안에서 괴물들을 피해서 다니고~"와 비슷하다는 것 까지는 알았기 때문에, "교수님이 말씀하신 직관이라는 것은 주인공이 어떤 괴물 앞에 있을 때의 본능적인 위기 대처식 행동 이겠구나" 정도로만 생각을 했다. 물론 순간적으로 나오는 본능적인 행동도 직관에 포함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 영화에서 직관모델의 합리모델에 대한 비교우위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주인공인 토마스는 온지 사흘 만에 미로 안에 사는 괴물인 그리버를 죽이고 미로탈출 가능성의 실마리까지 얻는다. 반면 갤리는 3년 동안이나 그곳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고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는 법만 배웠지, 탈출하려고 시도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학자들은 합리모델을 통해 지적욕구의 충족을 느낀다고 한다. 더 나아가 합리모델이 주는 유용성은 단지 명쾌한 설명 그리고 편안함에 있다고 한다. 편안함? 맞다. 지금 영화 속의 갤리란 캐릭터는 편안함만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합리모델로는 무언가를 해결할 수 없다. 왜? 해결하는 것은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영화 속 갤리는 무언가를 해결하려고 하는가? 아니다. 애초에 왜 갇힌 줄도 모르는데 갇힌 이유를 밝혀 내려고하긴 커녕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적응해 살고 있을 뿐이다.
반면 토마스는 어떠한가? 합리적이고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다. 3년 동안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갤리와는 달리 단 사흘 만에 토마스는 미로에서 탈출하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직관모델에 들어있는 내용들이 놀라울 정도로 이 영화와 맞아떨어진다. 직관모델을 통해 토마스는 계속해서 실마리를 얻어가며 보다 진실에 가까워진다. 우리가 왜 이 미로에 갇혀있는지. 미로에서 벗어나 연구실 비슷한 곳에서 박사의 영상을 보면서 진실을 깨닫게 된다. 이 모든게 테스트 였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합리모델에 갇혀 계속해서 편안한 것만 추구했더라면? 진실을 커녕 그 답답한 공간에서 쓸쓸하게 늙어갔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가능성을 제기하고 분석하고, 또 새로운 가정을 세워 새로운 것을 찾아헤매는, 이 모든 과정들이 토마스를 포함한 모든이들을 미로의 베일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이처럼 직관모델은 시간절약은 물론이고 합리모델로는 도저히 풀수없는 문제들을 해결해준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직관모델을 이 영화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영화 안에서 직관모델을 어떻게 발견할건지도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지난번 메이즈러너 3편을 보러가지 못해서 상당히 아쉬웠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오히려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온 것 같다. 혹자는 3편을 볼때 1, 2편을 보지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정반대이다. 새롭게 개봉한 3편이 기대된다. 주인공이 어떤 장면에서 직관모델을 따르고, 또 어떤 합리모델을 가진 인물과 충돌할지 기대가된다.
정해진 주제를 놓고 어떤 시각에서 바라볼것이냐는 정말로 큰 차이가 아닐수가 없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영화를 아무생각없이 봐왔다.(물론 아닌것도 있다) 특별한 기준을 세우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메이즈러너와 같은 액션(?)물은 더더욱 특정한 감상 포인트를 정해두고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기회를 통해 직관 vs 합리라는 기준을 정해두고 영화를 감상하니 영화가 끝난후에도 많은 생각들을 하게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후속편이 기대된다.
첫댓글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직관모델을 이 영화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영화 안에서 직관모델을 어떻게 발견할건지도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 이 표현 좋습니다!^^
아 그리고... 3편은 딱히 기대 없이 보는 걸 추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