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주차장이 머금고 있던 열기가 긴밤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찜질을 하고 나온 것처럼 몸이 개운했습니다.
텐트 밖으로 나와 현준이 어머님께서 전해주신 편지를 다시 읽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여행도 무사하길 기도했습니다.
아침을 먹고 자전거에 올랐습니다.
목적지인 군산까지 38km 남았다는 생각에 페달이 가벼웠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단숨에 10km를 줄였습니다.
목적지까지 1km씩 줄어드는 이정표를 볼 때 그 짜릿함이 참 좋았습니다.
초반에 속도를 내다보니 갈수록 후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뒤따라오던 승주가 "뒤가 안보여요. 기다렸다가 같이가요." 말했지만 선두가 쳐지면 일정이 자꾸 늦어진다며 천천히라도 계속 나아갔습니다.
동료를 생각하는 승주의 마음에 고마웠고, 지친 와중에도 잘 따라와주는 김재형 선생님, 동혁이, 현준이가 고마웠습니다.
고마운 만큼, 앞서가는 만큼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얼마간 달리니 목적지인 군산하구둑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면 모두 어떤 기분일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다들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더위에 지치기도 했고, 터미널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이 '다왔다!' 고 느껴지게 만들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잠시 아이스크림 먹으며 쉬고 군산터미널을 향해 페달을 밟았습니다.
도심을 달려 군산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그제야 모두 표정이 여유로워졌습니다.
지난 밤 버스를 어떻게 나누어 탈 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한 대의 버스로 다같이 갈 수 없을 것 같아 2명, 3명으로 나누어 타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승주가 현준이, 동혁이와 같이 타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이들끼리 타는게 걱정되어 생각해보고 내일 아침에 다시 말해주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승주가 물었습니다.
"선생님, 생각해보셨어요?"
걱정은 되었지만, 여행경험이 많은 현준이를 믿었고 동혁이와 승주를 믿었습니다.
셋이 같이 타라고 했습니다.
자전거 타고 군산을 향하던 길에 현준이가 달려와 "선생님, 대전 도착하거든 전화 바로 드릴게요." 하곤 먼저 말해주었습니다.
걱정할까 생각하여 이야기해준 현준이가 고마웠습니다.
그리하여 현준이, 동혁이, 승주를 대전으로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버스에 오른 아이과 마주보며 한참을 손 흔들었습니다.
대전복합터미널에서 무사히 다시 만났습니다.
근처 가게에서 부대찌개를 먹었습니다.
라면사리와 공기밥이 무한이라는 말에 아이들이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며칠은 굶은 듯 보였습니다.
현준이는 부대찌개를 먹고 난 뒤 돈을 세어보았습니다.
2500원이 남는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제게 물어보았습니다.
추동 가는 길에 물이나 아이스크림 사먹으면 어떨지 제안하니 가는 길에 가게가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부대찌개로 뱃속을 든든히하고 마지막 목적지인 추동을 향해 달렸습니다.
도심의 더위, 더부룩한 속, 누적된 피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럼에도 달렸습니다.
가양비래공원 옆 대전터널을 통해 추동에 가기로 했습니다.
차가 다니는 길이라 위험했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떄에 이 길로 가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위에 짜증을 내면서도 안전수칙을 잘 따라준 아이들 덕분에 무사히 대전터널을 지나 아리랑 고개를 넘을 수 있었습니다.
주산동을 지나 추동을 향해 달리고 있을 떄에 현준이 자전거에 다시 펑크가 났습니다.
모두 이런 상황은 별것도 아니란 표정이었습니다.
얼른 수리하고 다시 길에 올랐습니다.
동명초등학교까지 일렬로 왔습니다.
도서관으로 가는 오르막길, 아이들에게 "이제 마음껏 가도 돼!" 말하니 모두 도서관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전력질주 했습니다.
온 동네를 깨우며 올랐습니다.
도서관 앞에는 여러 사람들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자전거여행팀 환영한다는 플랭카드도 들고 계신 분이 있었습니다.
플랭카드는 임은정 선생님과 동건이가 함께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사전여행부터 여행 다녀오는 날까지 응원하고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최선웅 선생님, 정다은 선생님, 유종민 선생님, 꽃나무 선생님, 임은정 선생님, 현준이 어머님, 동혁이 아버님, 동건이가 자전거여행 팀을 반겨주었습니다.
무사히 여행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을 꼭 안아주기도 하고, 대야 가득 물을 담아 뿌리기도 하며 축제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현준이, 승주, 동혁이가 각자 여행 이야기를 풀어 놓았습니다.
현준이, 승주, 동혁이와 자전거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현준이는 힘든 와중에도 선생님들, 동생들부터 챙겼습니다.
먹을 것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나눠주었습니다.
'차세프'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여행 내내 음식을 맛있게 해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쉬는 중에도 돈이 얼마 남았는지 꼼꼼하게 살펴 보았습니다.
가장 느리게 왔지만 누구보다 여행을 충실히 누렸습니다.
승주는 포기를 몰랐습니다.
군산까지 못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에 승주가 마음을 다잡아주었습니다.
넘치는 힘으로 자전거여행팀의 활력이 되어주었습니다.
여행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동료들을 섬겨주었습니다.
동혁이는 듬직했습니다.
현준이형이 힘들어하자 편한 자전거로 바꿔주었습니다.
여행 중에 여러 어려움이 생겨도 흐트러짐 없이 최선을 다했습니다.
장난스럽게만 알았던 동혁이의 든든한 모습에 오히려 제가 의지할 때가 많았습니다.
여행은 삶의 축소판이란 말이 실감났습니다.
기쁨, 슬픔, 어려움, 좌절, 희망, 용기, 사랑, 경의, 짜증... 여러 감정들이 함께 했습니다.
다양한 감정들이 풍부한 영양소가 되어 삶을 자라게 할지 모릅니다.
뜻대로 되지 않은 일들이 삶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하는 지혜로 자랐을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행을 구실로 사회사업 풀어냈습니다.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에 주목했습니다.
아이들이 주인되어 여행을 다녀왔고, 온 마을 사람들이 아이들 여행에 관심 가져주고 도움을 주셨습니다.
두 달 동안 준비한 여행 드디어 마쳤습니다.
돌아보면 도움 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곳곳에 마음과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남은 날들은 감사 잘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로 여행의 최종 종착지에 다다르고 싶습니다.
첫댓글 '찜질을 하고 나온 것처럼 몸이 개운했습니다.'
하하!
아침까지 뜨끈뜨끈했어요.
이준화 선생님~
(수정중) 을 보고 글이 완성되면 보려고 했는데
못 참고 읽었어요.
얼른 완성하겠습니다!
'현준이는 힘든 와중에도 선생님들, 동생들부터 챙겼습니다.
먹을 것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나눠주었습니다.
'차세프'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여행 내내 음식을 맛있게 해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쉬는 중에도 돈이 얼마 남았는지 꼼꼼하게 살펴 보았습니다.
가장 느리게 왔지만 누구보다 여행을 충실히 누렸습니다.'
'승주는 포기를 몰랐습니다.
군산까지 못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에 승주가 마음을 다잡아주었습니다.
넘치는 힘으로 자전거여행팀의 활력이 되어주었습니다.
여행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동료들을 섬겨주었습니다.'
'동혁이는 듬직했습니다.
현준이형이 힘들어하자 편한 자전거로 바꿔주었습니다.
여행 중에 여러 어려움이 생겨도 흐트러짐 없이 최선을 다했습니다.
장난스럽게만 알았던 동혁이의 든든한 모습에 오히려 제가 의지할 때가 많았습니다. '
'기쁨, 슬픔, 어려움, 좌절, 희망, 용기, 사랑, 경의, 짜증...'
아...
이준화 선생님
참 잘하셨어요.
가슴 벅찬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