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주사 맞았다
심영희
지난 10일 '가족보건의원'에서 11일부터 75세 이상 무료 독감 예방 접종을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병원 가기도 싫고 주사 맞기는 더욱 싫은데 이번에는 서두른 셈이다. 11일부터 21일까지는 쉴 틈이 없어 예방접종을 하기도 힘들었다.
이번 주도 주중을 택했다. 월요일은 수업이 있고, 화요일에는 비가 오기에 오늘로 날을 잡았다. 27일 일요일에는 아들이 은행나무숲으로 단풍 구경을 가자고 하니 예방 접종 후 이삼일은 쉬어야 하니 오늘이 딱 좋은 기회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3차 접종을 안 해서 제지 당하는 일이 많았다. 우선 식당 출입이 금지되었고, 복지관 청춘예찬 전시회 때도 수강생들 작품만 출품하고 나는 구경하러 들어갈 수 없었다. 또 복지관에 수업을 하기 때문에 매주 코로나 검사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는데 이번 독감 예방접종을 서두른 데는 이유가 있다.
나도 별로 아픈데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건강하느냐고 하고, 자주 만나는 수강생들도 선생님은 그 연세에 약 드시는 것도 하나도 없다며 부럽다고 했는데, 지난해 12월 말부터 고혈압 약을 복용하게 되었고 올봄에는 대상포진까지 걸리는 바람에 큰 곤욕을 치렀다.
귀찮다고 전기요 하룻밤 안 깔고 잤다고 면역력이 떨어져 며칠 뒤 바로 대상포진이 발생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약한 편인데도 이렇게 아프니 발진이 심하게 돋은 환자들은 얼마나 고생했을까. 그래서 올해는 건강에 더욱 신경을 쓴다. 오늘 병원에서 보니 대상포진 예방주사도 연말까지 활인해서 20만 원에 접종을 해 준다는데 11월 말께 접종을 할까 하는데 계속 일이 생기니 장담할 수는 없다.
예방접종을 하고 집에서 쉬려고 하니 그래도 시간이 아까워 며칠 벼르던 돋보기를 새로 바꾸러 갔다. 쓰던 돋보기 알이 코팅이 벗겨져서 시원하게 안 보이고 흐릿하게 보여 아예 안경을 쓰고 신문과 책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 그래도 안경점에 갈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마음먹고 안경점에 가서 돋보기를 바꿨다.
검사를 한다고 글씨 판을 보여 주는데 맨 아래 작을 글씨도 모두 보인다. 안경점 주인이 나보고 백내장 수술을 받았냐고 묻는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말이다. 아니라고 했더니 눈이 아주 좋으신데요 하는 것이다. 기분 좋은 말이다. 내 눈이 젊은 시절에는 1.5로 양쪽 눈 모두 좋았는데 60세를 넘으면서 돋보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오늘 눈이 좋다는 말을 들으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여전히 눈을 많이 쓰는데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