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강해 제4강]
스케유오스(Σκεῦος)와 카다리조(Καθαρίζω): 사울의 심장을 찢은 불가항력적 은혜와 이방의 문
(본문: 사도행전 9-12장)
사도행전 9장에서 12장까지의 서사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율법적 공로주의를 완벽하게 분쇄하는 기독교 구원론의 최고봉입니다. 제임스 몽고메리 보이스(James Montgomery Boice)와 존 스토트(John R. W. Stott)는 이 구간이 하나님을 찾지도, 원하지도 않던 원수들을 향해 창조주께서 어떻게 강권적으로 뚫고 들어가 영혼을 납치하시며(회심), 이방인을 묶고 있던 종교적 사슬을 어떻게 끊어내시는지를 보여주는 '절대 주권의 대폭발'이라고 서슬 퍼르게 천명합니다.
1. 스케유오스(Σκεῦος): 인본주의의 숨통을 끊은 다메섹 도상의 영적 매복
사도행전 9장, 사울은 교회를 짓밟고 성도들을 죽이기 위해 살기(殺氣)를 띠고 다메섹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바리새인이었으나, 영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다시 못 박으려 광분하는 지옥의 맹수였습니다. 그 사울의 캄캄한 심장 속으로, 부활하신 영광의 주님께서 벼락같이 뚫고 들어오십니다.
"홀연히 하늘로부터 빛이 그를 둘러 비추는지라 땅에 엎드러져 들으매 소리가 있어 이르시되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 하시거늘... 주께서 이르시되 가라 이 사람은 내 이름을 이방인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택한 나의 그릇(스케유오스)이라" (행 9:3-4, 15)
사울이 예수님을 구도자로서 찾아간 것이 결코 아닙니다! 마틴 로이드 존스의 묵직한 강해처럼, 이것은 하늘 보좌의 통치자께서 당신의 원수를 향해 벌이신 완벽하고도 맹렬한 '영적 기습(Ambush)'이었습니다. 다메섹 도상의 그 압도적인 빛 앞에서 사울의 알량한 종교적 스펙과 자유의지는 한 줌의 재로 산산조각 났습니다.
"택한 나의 그릇(스케유오스 에클로게스, σκεῦος ἐκλογῆς)이라!"
원어 '스케유오스'는 토기장이가 자신의 목적대로 흙을 빚어 만든 도구(vessel)를 뜻합니다. 기독교의 구원은 인간의 결단에 하나님의 은혜가 협력하는 신인 협력설(Synergism)이 아닙니다! 구원은 창세 전에 택하신 자들을 때가 되매 성령의 불가항력적인 은혜(Irresistible Grace)로 짓밟고 포획하여, 하나님을 위해 피 흘릴 거룩한 도구로 재창조해 내시는 100% 하나님의 단독 사역(Monergism)임을 우주 앞에 벼락같이 선포한 것입니다!
2. 카다리조(Καθαρίζω): 율법의 장벽을 박살 낸 고넬료 환상과 우주적 칭의
사도행전 10장, 사울의 심장을 찢으신 성령께서는 이제 수천 년 동안 이스라엘을 옭아매고 있던 유대교의 선민의식과 율법의 장벽을 도끼로 내려찍으십니다. 욥바에서 기도하던 베드로에게 하늘로부터 보자기 환상이 내려옵니다. 그 안에는 율법이 금지한 가증하고 부정한 짐승들이 가득했고, "일어나 잡아 먹으라"는 충격적인 명령이 떨어집니다.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그럴 수 없나이다 속되고 깨끗하지 아니한 것을 내가 결코 먹지 아니하였나이다 한대 또 두 번째 소리가 있으되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카다리조)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 하더라" (행 10:14-15)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카다리조, ἐκαθάρισεν)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
에크하르트 슈나벨(Eckhard J. Schnabel)의 예리한 주해에 따르면, 여기서 '카다리조(정결하게 하다)'는 단순히 음식법의 폐기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약의 율법으로는 결코 깨끗해질 수 없는 부정한 이방인(고넬료)들을, 오직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피가 단숨에, 그리고 완벽하게 '의롭다'고 칭하시는 이신칭의(Justification by Faith)의 우주적 폭발입니다!
베드로가 고넬료의 집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만을 선포할 때, 그 말씀을 듣는 모든 이방인의 심장 위로 성령께서 벼락같이 쏟아지십니다(행 10:44). 할례나 율법의 행위는 단 1밀리미터도 필요 없었습니다. 오직 복음이 선포될 때, 인간의 조건과 인종을 초월하여 성령께서 주권적으로 역사하심으로 이방 세계를 향한 거대한 구원의 문이 맹렬하게 열려 젖혀진 것입니다!
3. 에클레시아(Ἐκκλησία)와 독사(Δόξα): 참수당하는 교회와 벌레에 먹히는 제국
사도행전 12장, 예루살렘 교회에 가장 참혹한 핍박이 닥칩니다. 로마의 권력을 등에 업은 헤롯 왕이 사도 야고보를 칼로 목 베어 참수하고, 베드로마저 쇠사슬에 묶어 감옥 깊은 곳에 가둡니다. 세상의 눈에는 교회가 권력의 칼날 앞에 처참하게 도륙 당하는 완벽한 패배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때, 지상 최고의 영적 전투가 벌어집니다.
"이에 베드로는 옥에 갇혔고 교회(에클레시아)는 그를 위하여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하더라... 헤롯이 영광(독사)을 하나님께로 돌리지 아니하므로 주의 사자가 곧 치니 벌레에게 먹혀 죽으니라 하나님의 말씀은 흥왕하여 더하더라" (행 12:5, 23-24)
"교회(에클레시아, ἐκκλησία)는 그를 위하여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하더라!"
참된 교회는 세상의 권력 앞에 인간적인 방법이나 정치적 로비로 맞서지 않습니다. 무릎을 꿇고 보좌를 향해 피 토하듯 부르짖을 때, 하나님은 천사를 보내어 쇠사슬을 끊고 철문을 박살 내어 베드로를 구출해 내십니다!
반면, 옥좌에 앉아 신의 영광(독사, δόξα)을 가로채며 스스로를 창조주로 높이려던 교만한 헤롯 왕은 어떻게 됩니까? 존 맥아더(John MacArthur)의 서슬 퍼런 선포처럼, 만물의 통치자께서는 로마 제국의 분봉 왕을 단 한 마리의 가장 미천한 '벌레(스코렉스)'에게 파먹히게 하여 가장 끔찍하고 비참하게 사형시켜 버리십니다!
권력자는 칼을 휘두르고 성도는 목 베임을 당하는 비극의 한복판에서도, 결국 제국의 왕은 벌레에게 먹혀 지옥으로 떨어지고 "하나님의 말씀은 흥왕하여 더하더라!" 이것이 피 묻은 십자가를 쥔 참된 교회가 세상을 이기는 궁극적이고도 영광스러운 승리의 공식입니다.
[결론: 영혼을 찢고 들어가는 십자가의 맹렬한 진리]
이 사도행전의 복음은 결단코 특정한 연령대나 세대를 규정하여 그들의 구미에 맞는 인간적인 위로나 던져주는 가짜 복음이 아닙니다! 십자가의 피 묻은 진리는 남녀노소, 시대를 불문하고 모든 죄인의 캄캄한 '마음 위를 걷는 산책'이 되어, 그 영혼의 가장 깊고 부패한 지성소를 십자가의 빛으로 남김없이 찢어발기고 짓부수어 새롭게 창조하는 우주적이고도 파괴적인 사건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울처럼 창조주를 박살 내려던 맹수들이요, 고넬료 이전의 이방인들처럼 율법의 저주 아래 버려진 부정한 찌꺼기들이었습니다. 우리의 알량한 자유의지와 도덕적 행위로는 스스로를 단 1밀리미터도 구원할 수 없는 완벽한 영적 파산자들입니다.
그러나 만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골고다의 십자가 사형틀 위에서 당신의 육체를 찢어 피 쏟으심으로 성부 하나님의 맹렬한 진노를 마셔내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영광의 왕께서, 지옥으로 달려가던 우리의 심장 속에 성령의 권능으로 강권적으로 뚫고 들어오사, 우리를 당신의 거룩한 피가 담긴 생명의 그릇(스케유오스)으로 재창조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