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시대의 절박함이 빚은 법: 드라코에서 검찰개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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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법’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질서, 혹은 차가운 처벌? 저는 오늘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시대의 절박함’이 만든 법에 대해서 말이죠.
고대 아테네에는 ‘피로 쓰인 법’이라 불린 입법가 드라코가 있었습니다. 사소한 절도에도 사형을 내렸던 그의 법을 두고 사람들은 잔인하다 비난했죠.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진실이 보입니다. 당시 아테네는 ‘피의 복수’가 일상인 야만의 시대였습니다. 드라코는 그 비극의 고리를 끊기 위해 국가라는 공적 권위를 세우는 ‘절박한 선택’을 했던 겁니다.
이런 절박함은 현대사에서도 발견됩니다. 제가 읽은 싱가포르의 건국자 리콴유의 전기가 그랬습니다. 껌 하나 뱉는 것에도 엄격한 벌금을 물리는 나라. 누군가는 독재라 했지만, 리콴유에게 그것은 자원 없는 작은 섬나라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결국 모든 법과 제도는 그 시대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테네의 ‘도편추방제’ 역시 마찬가지였죠. 유능한 인물을 쫓아내는 그 비합리적인 제도는, 사실 독재의 싹을 잘라내기 위해 민중이 선택한 처절한 방어기제였습니다. 독재의 폐단을 뼈저리게 느꼈던 시대가 낳은 자구책이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의 거대한 변화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검찰청 폐지라는 강력한 입법 논의. 이것은 단순히 한 집단을 없애는 문제가 아닙니다. 신뢰를 상실하고 고여버린 권력을 해체하려는 우리 시대 민중의 의지이자, ‘노모스(νόμος)’, 즉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외침입니다.
이제 그 무거운 책임, 헬라어로 ‘τιμή(timē)’라 불리는 공적 책무가 경찰에게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권력이 이동하는 만큼, 우리는 더 예리한 감시와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헬라어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καίνοι νόμοι καινοῖς χρόνοις.” (카이노이 노모이 카이노이스 크로노이스) —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법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죠.
2,500년 전 드라코의 고민은 오늘날 우리의 고민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라지는 물 위의 맹세가 아닌,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는 진정한 ‘로고스’로서의 법.
“ἡ τοῦ δήμου βουλή κρείττων ἐστὶ τῶν ἀρχόντων.” (헤 투 데무 불레 크레이톤 에스티 톤 아르콘톤)
‘민중의 의지가 권력보다 강하다’는 그 자명한 진리가 대한민국이라는 오케스트라에서 정의로운 하모니로 울려 퍼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