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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벗시선 75 신 오 범 시집
내 삶에 밑줄을 긋고
신오범 지음
시인의 말
당신에게 보낼 시집
갈피마다 행간마다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얼굴을 내밀 때
주소와 번지까지 부여하여
당신에게 보낼 시집
페이지에 올려놓습니다.
그리움도 굳어버리면
사랑도 이와 같이 시들어 버릴까 두려워
갈대처럼 흔들어봅니다.
오늘도 또 다른 그리움 아니라
같은 모양으로 자라
키를 넘고
같은 모습으로
아름드리가 되어갑니다
고운 날
햇살에 팔락이다 남들이 다 떠나도
길 떠나지 못한 묵은 잎
추위에도 얼른 갈 길을 가지 못하고 있다가
한 줄 엮어 보내려 합니다.
받아주시고 민낯의 흠이 들어나도 슬며시 모른 척
숨겨주세요
차 례
● 여는 시 / 3
제1부 네 우산이 되어
1. 내 삶에 밑줄을 긋고 / 11 2. 망설임 / 12
3. 나만의 바닷가 / 13 4. 내 삶에 사뿐한 행복 / 14 5. 봄바람 지나는 길에 / 15 6. 고개든 수선화 / 16
7.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 17
8. 오늘에야 알았던 것 같습니다 / 18
9. 나를 설레게 하는 말 / 19 10. 덜컥 문 여닫는 소리 / 20 11. 가을 지난 길에 / 21 12. 가을 이슬에 맺혀 / 22
13. 커피 한 잔에 / 24 14. 단풍 / 25
15. 가을도 깊으면 / 26 16. 술잔에 머무는 마음 / 27
17. 가을에 부쳐야 할 편지 / 28 18. 네 우산이 되어 / 29 19. 가을이면 온다기에 / 30 20. 갈등 / 31
21. 보름달 / 32 22. 거짓말 / 33
23. 곁에 두고 싶은 사람 / 34
제2부 그리움의 시간
1. 두 물 머리 / 37 2. 그리고 그래도 / 38
3. 향기로운 꽃보다 고운 당신 / 39 4. 표절 / 40
5. 오월애 / 41 6. 버들강아지 / 42 7. 텃밭에서 / 43
8. 못 다한 말 / 44 9. 바람 부는 날에도 / 46
10. 봄비에 가슴 젖는 날 / 47 11. 교차로에서 / 48
12. 어머니 마음 / 49 13. 6월의 언덕에서 / 50
14. 당신의 눈빛은 사랑 / 51 15. 고추잠자리 / 52
16. 그곳에 가면 누가 있을까 / 53
17. 그대 내 안에 담고파 / 54
18. 그대의 마음 살 수 있다면 / 55 19. 그리움 / 56
20. 그리움의 시간 / 57
제3부 가을의 길목
1. 까치밥 / 61 2. 까치가 울면 / 62 3. 꽃 / 64
4. 꽃봉오리 / 65 5. 나팔꽃 같은 햇살 / 66
6. 내 마음도 색칠하고파 / 67 7. 내 별에 가는 길 / 68
8. 내 앞에 서는 날까지 / 69 9. 호박 / 70
10. 동반자 / 71 11. 가을의 길목 / 72
12. 목마 타고 / 73 13. 어떻게 할 수도 없는 / 74
14. 봄은 왔는데 / 75 15. 잠깐 쉬어가는 계절 / 76
16. 송편 / 77 17. 사진 / 78 18. 한 장 남은 달력 / 79 19. 코스모스 / 80 20. 가을비 우산 속에 / 81
제4부 짝사랑
1. 첫눈 / 85 2. 쪽지 / 86 3. 짝사랑 / 87
4. 네가 그리워 / 88 5. 달력 / 89 6. 달맞이꽃 / 90
7. 담벽을 허물고 / 91 8. 담쟁이 / 92 9. 당신 / 93
10. 당신의 눈물이 생각나 / 94 11. 더 고운 은빛 / 96
12. 동행이 올 때까지 / 97 13. 두고 온 마음 / 98
14. 뒤척인다 / 99 15. 들길에 비켜선 풀 / 100
16. 들꽃처럼 피워놓고 / 101 17. 떠날 때만 이별인가 / 102 18. 마중물 / 103 19. 목련 / 104 20. 그대의 향기 / 105
제5부 바람 부는 날에도
1. 문병 / 109 2. 물 / 110 3. 바라보는 구월은 / 111
4. 바람 부는 날에도 / 112 5. 바람의 흔적 / 113
6. 바람이 전하는 소식 / 114 7. 반쪽 / 115 8. 장마 / 116 9. 거울 / 117 10. 접어주는 마음 / 118 11. 주머니 / 119
12. 지도에 없는 길 / 120 13. 잠 못 이루는 시간 / 121
14. 자벌레 / 122 14. 잊히지 않아요 / 124
15. 이런 날에는 그가 더 보고 싶다 / 125
16. 우리 인연 다하는 그날까지 / 126
17. 왜냐고 묻고 싶어 / 127 18. 염전 / 128
19. 얼룩 / 129 20. 발걸음이 닿는 곳 / 130
제6부 소리의 여행
1. 밤 / 133 2. 밥 한번 먹자 / 134 3. 소리의 여행 / 135 4. 봄날의 그리움 / 136 5. 봄비에 가슴 젖는 날 / 137
6. 비밀번호 / 138 7. 비 오는 날의 수채화 / 139
8. 미련 때문에 / 140 9. 사랑의 대필 / 141
10. 사랑의 여백 / 142 11. 사랑 / 143
12. 포옹 / 144 13. 사진 속 얼굴 / 145 14. 산 / 146
15. 수박 / 147 16. 아쉬운 이별 / 148 17. 안개꽃 / 149
18. 우리 / 150 19. 동행 / 151
20. 봄과 새싹(의왕초 2학년 신예은) / 152
□ 서평
보여주기를 통한 사랑의 작법 – 최봉희(글벗 편집주간) / 153
제1부
네 우산이 되어
내 삶에 밑줄을 긋고
그대를 만난 후
도드라지게
그어진 밑줄
어디서 무슨 말을 할 때
그대의 생각이 바탕이 되고
그의 말로 마무리 지어지는 것은
그대가 곁에 있음으로
교차로에 설 때
초록빛 화살표가 된
그를 만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손잡아 주며
안아주는
그대의 편이 되는 기쁨
망설임
설렘으로
꽃이 피고
망설임으로
꽃잎이 진다했나요?
잠시
기다리란 말씀에도
망설임이
스며있나요?
오신다는 약속에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망설임이 숨어있나요
봄 오는 길 열려있어도
흔쾌히 다가오지 못하는
망설임이
걸음을 붙잡나요?
나만의 바닷가
나를 잘 아는
나의 쉼표가 되어 주신
당신
만일에 그대가 없었다면
의미를 찾아 또 얼마를 헤맸을지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은 당신
닻을 올리고
그대 깊숙이 들어갑니다.
가슴을
툭 열어주는 그대의 품으로
노 저어 갑니다.
내 삶에 사뿐한 행복
내 삶을 예쁘게 차지한 당신
삶의 갈피마다
당신이 빠지면 허물어져요
애드리브가 좋은 당신
사는 게 언제나
즐거울 수 없어도
뿐만 아니란 게 있는 당신
한 번의 삶
어께 동무 해주는 당신이 고마워요
행여 해도
복잡한 삶이라 하여도
당신 앞에 가면 단순해지고
염려가 없어지는
그대 때문에 행복합니다.
봄바람이 지나는 길에
봄바람이
엮고 지나간 길에
연둣빛 청사진이 그려져
가슴 부푼 기대감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거뭇해서
죽은 줄 알았는데
생기 돋는 파릇함에
터지는 안도
무엇인가 있을 듯하고
보는 순간 횡재한 기쁨
그대 지난 길에 주운 것
주머니에 넣고
기분 좋은 웃음을 웃습니다.
고개든 수선화
먼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창문 넘어
고개를 기웃대던 날
화들짝 놀란 가슴
게슴츠레 졸린 눈을 비빈다.
든 것이나 가진 것이라곤
껍질밖에 없는데
온 봄을 다 가진 아름다움
수선화 고운 자태
바람에 흔들릴 때
선녀의 춤인가
화신花神의 방문인가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
습기 머금은 바람 같은
촉촉한 느낌
기다림은
나면서부터 시작되어
행간에 숨겨져
늘 함께한다.
언제쯤일지
가늠해 보는 즐거움
그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공간에 있는 느낌
그때는
반가운 만남을 이루리라
벽에 걸린 거울 앞에
자주 비춰본다.
오늘에야 알았던 것 같습니다
반대편인줄 알았는데
맞은편에서
거울처럼 보고 계셨네요.
과거 어떤 모습 아니라
지금 내 모습을
어제 본 듯 기억하고 계시며
마음으로 훈수해 주신 것
오늘에야 깨닫습니다.
사랑이 거창한 것인 줄 알았는데
소소한 것 놓치지 않고
챙겨주시고 고쳐주신 것이
사랑인 줄 오늘에야 깨닫습니다.
언제나
맞은편에서
지켜봐 주신 그대에게
감사하단 말
오늘에야 슬며시
끼워 넣습니다.
나를 설레게 하는 말
꿈에도 보고 싶던 그 사람의 메시지
언제쯤 그곳에 갈 예정이라는 말이
내 눈을 의심케 한다.
노란 국화꽃 화분을
어느 쪽에 놓을까
책꽂이도 정리해보고
책 제목들도
눈여겨보고
그 날은 이 옷을 입을까
저 옷을 입을까
머리도 다듬어 본다.
그 사람이 오면
달력에 표시한 날이
징검다리처럼
까맣게 놓여있는데
잠이 들지 않는다.
털컥 문 여닫는 소리
털커덕
바람을 시켜 전하려는 말
컥 하며
마른기침을 내뱉는다.
문을 여닫는 소리에
잠이 깬다.
여기 있다고
소리치며 알리고 싶은데
닫힌 마음의
문고리를 잡아주면 좋겠는데
는개비 내린 길
촉촉한 눈물만 흥건하다
소리는 잠들지 못하고
리턴 되어 부서지는데
가을 지난 길에
가고 없어도
흩어놓은 흔적이
을러메며 그리움 되어
바람을 쫒아간다
지나고 나면
모두가 추억인 것을
난 어떻게 하나
밟힌 낙엽처럼 부서진다.
길섶에 모여
궁시렁이듯 바삭이는 소리
에이는 바람불어오면
지켜보는 것도 삶의 방식이리니
가을 이슬에 맺혀
깊어지는
밤의 길이만큼이나
더 사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다림으로
온 밤을 지새운
아쉬운 눈물이
이슬이 되어 맺힙니다.
햇살이 비취면
말라버릴 눈물의 사연이
오색으로 물들어
멀리서도 보이도록
능선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리움의 눈물이 마르기전
기다림의 이슬이
길 떠나기 전
오셨으면 좋을 그대
가을꽃잎에 맺힌
간절한 마음
향기라도 전할까
바람 따라 떠납니다.
커피 한 잔에
딸각
들었다 놓을 때
생각이 깨어난다.
기다림도 있고
머묾이
함께하는 공간
향으로 스며드는
그대의 체취에
해바라기 웃음이
그대 눈빛을
닮는다.
단풍
딸아이의
눈에는
엄마의 화장이
고왔던가
엄마 것
슬쩍 슬쩍
바르더니
엄마 닮네
가을도 깊으면
내 마음의 깊이와 넓이는
그대가 측량하고
가을의 깊이는
흔들리는 나뭇잎에
색깔로 표시한다.
데구루루
굴러가며 남긴 흔적에
수치가 기록되어
길가에 수북하게 쌓일 때
하늘은 가벼워지고
가을은 무거워진다.
가을이 깊어지면
떠나보내는 이별을 배우고
포기하며 내려놓는 비움을 배운다.
바람결이 날이 서고
파고드는 깊이에 깃을 세우며
안으로 찾아드는
가을의 민낯을 만난다.
술잔에 머무는 마음
술이 되기까지
기다려준 세월
숙성되어
울어나는 향기
익은 세월을 마신다.
지난 해
햇볕을 받으며 들은 사연
바람이 지나며 남겨놓은 이야기
가슴에 품은 고백이 익기까지
많은 밤을 지나온 그의 향기를
담아 올린 잔에 입술을 올린다.
비움과 채움
머문 자리에 더해지는 사연
가을에 부쳐야 할 편지
갑자기 홀쭉해지는 느낌
불어오는 바람을 맞기보다 피하게 된다.
내속에 무엇이 있는지
얼마나 있을까
안으로 안으로 들어오는
또 다른 내가 있음인가
시간이 흐르면
지내 온 시간만큼이나
더 많이 소유했고
풍성할 것 같은데
정작 세월에 깎인 모습이
흐르는 물에 투영된다.
도움을 청하기보다
가난해진 친구에게 덤이 되고
작아 보이는 이에게
보탬이 되고 싶은 열매 맺는 가을에
반가운 편지가
되고 싶은 욕심이다
네 우산이 되어
네 곁에 있고 싶어
너를 씌워주는
우산이 되고
우리는
너와 내가 합해지는 것
산산이 부셔져
흩어지는 빗물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실개천에서
강변을 지나
어딘지 모르지만
바닷가 보이는 곳까지
네 우산이 되어 함께
가을이면 온다기에
달력을 올려다보는 눈길
발돋움할 때마다
높아지는 하늘높이
그리움이 많아서 일까
여기저기 높아진다.
소문이야
그렇다 쳐도
살갗에 닿는 느낌이
그날이 오늘쯤인 것 같은데
혹시 잊을까
노란 그리움
가지마다 매달리고
붉어지는 마음 감출 수 없어
들어나고 만다.
가을이면 온다기에
창문을 자꾸 열어본다.
갈등
꼭 말을 해야 되느냐는
그의 말에
가시가 박혀 아프다
그 정도는
이해할 줄 알았다는 말이
딱지를 억지로 뜯어
피가 나게 하는 말이 된다.
갈등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흥미롭지만
당하는 내게는 아픔이 되고
피가 흐른다.
마음을 태운 듯한
짙은 색 갈색커피
따뜻함이었구나.
바람이었구나.
기다림과 그리움이었구나.
보름달
꼭 안아줄 줄
알았지요.
파
터지는
웃음
속마음까지
채워지는
그대
거짓말
빨리 가야 한다는
그 말이
붙잡아 달라는 말인 줄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많이 후회했던 바보
그냥 지나다가 들렸다는
그의 말
눈앞에 서성이던
그의 발걸음이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을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많이 후회했던 바보
죽겠다는 말이
사실이 아님에도
거짓말처럼 느껴지지 않아
노심초사했던
반어법의 진실을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무릎을 치는 바보
곁에 두고 싶은 사람
옷걸이 서 있는 것처럼
부담되는 것 받아주고
언제나 내어줄 준비하고 있는 사람
빈 봄으로 기다려주며 지켜주는
진득함에 마음도 걸어놓는다
내 옷을 입혀
자기 모습 사라져도
손 벌려 받아줄 준비하며
무엇을 걸어놓아도
언제나 넉넉한 그의 모습
넓은 곳이면 넓은 데로
좁은 곳이면 좁은 데로
물처럼
바람처럼
꼭 맞는 그의 자리
그대는 꼭 내 곁에 두고 싶은 사람
제2부
그리움의 시간
두 물 머리
반가움이 흥건하다
등을 툭 건드리며
장난스런 초등생의 웃음
어깨를 끌어안는 연인의 향기
금시 친해지는
만남을 그리워했던 사이처럼
그립던 만남이
두 물 머리 선창가에 반짝이고
황포 돛대 뱃사공은
그날부터 건널 사람 기다리며
듣는 물소리 수다
오던 길 어떻더냐.
아직 풀어놓지 못한 마음 있더냐.
임의 벗어놓은 옷 빨아
사랑을 수놓던 아낙의 이야기는 어떻더냐.
날아온 새 한 마리 자맥질하며
이들의 이야기에 참견질이다.
그리고 그래도
보태고 싶은 마음
당신만 있으면
당신의 그림자까지
챙기고 싶은
넓은 오지랖
성을 쌓고
성주가 되지 않아도
충성스러운
문지기가 되어
모시고 싶은 당신
당신의 섬에
대문을 달고
우리의 공간을 만들어
속살을 보이며
당신의 보호를 받고 싶은 욕심
향기로운 꽃보다 고운 당신
문을 닫아도
스며드는 향기에
창을 연다.
들려오는 당신의 음성
놓칠 수 없는
반가움에
내게로만 불어오는
바람 때문일까
눈 뜨면 시야가 방해 받아도
눈 감으면
다가오는 그대 모습
얼마간 피었다
떨어지는 꽃잎에 비할까
머물다 간다 해도
붙잡지 못할 꽃향기에 비할까
내 마음에 새겨진
고운 당신
표절
내가 쓰려고 했던 말을
당신이 먼저 기록하셔서
읽고 동의하고 말았습니다.
각주를 달고
출처를 표기하기보다
편집인이라고 하고
내 것처럼 이름 달았습니다.
사랑도 당신이 실천하셨던 것이고
아름다움은
당신이 너무 좋아하셨던 것
기다림은 당신의 전문
간절함도
입 맞추며 불어넣어 주신 것도
당신의 작품
그저 옮겨놓았을 뿐
구석구석 묻어 있는
당신의 체취
오월애五月愛
상큼한 바람
향긋한 꽃향기
나는 그대만큼
좋은 계절을 만난 적이 없다.
숨겨놓았던
푸른 그리움이
눈앞에 돋아 올라
가까운 친구가 되고
시선을 묶어놓는
꽃으로 다가와
마음마저 머물게 하며
향기로 붙잡아 놓는
그대 앞에
시녀가 되어도 좋다
버들강아지
아직 바람은 차가운데
개울가에 버들강아지가
나가논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돌돌 흘러내리는 물 장단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녹아내리는
어름 파편
봄을 내놓지 않고는
못 배길 형편인가?
버들강아지 앉은 자리에서
봄을 건지고 있었는지
냇가에 연둣빛 봄빛이
널려있다.
텃밭에서
앞마당에
텃밭을 일구고
그대를 심고 싶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도
그곳에서 만나고
때때로 들려주는
계절의 속내도 들으며
그대를 만나고 싶습니다.
못 다한 이야기
가슴앓이 하지 말고
언제나 찾아가
마음 풀어놓고 올
텃밭 일구어
그대와 겸상을 하고
푸성귀 쌈 먹으며
눈이 커지도록
그대를 담아 두고 싶습니다.
못 다한 말
돌아누워도
장면은 멈춰있는데
말을 하려해도
듣는 이 없고
벽지 무늬만 반복된 모양으로
내 마음을 듣고 있다
꼭 했어야 했는데
그때는 그 말이
입속에서만 맴돌고
나오지 않았을까?
그대도 내 마음 아시겠지
내 눈빛의 간절함을 읽었겠지
또 언제 만나려나.
기약할 수 없는 시간 위에
동그라미 그려놓고
하지 못한 말
골목어귀에 심어
멀리서도 보이는
이정표처럼 세워두고 싶다
바람 부는 날에도
바람 부는 날에도
그리움은 흔들리지 않고
비석처럼 서 있다
세월이 지날수록
그리움의 깊이는 깊어지고
또렷한 글씨에
마음이 실려
멀리서도 잘 보인다.
꽃잎으로 찾아왔다
떨어진 곳에
파랗게 돋아나는 그대마음
열매로
가지 끝에 맺혀
풋 맛부터 알알이
가슴에 터진다.
봄비에 가슴 젖는 날
떠날 것을
재촉하는 봄비에
서운함과 아쉬움을 삼킨 채
곱던 꽃잎은
눈물이 맺힌다.
껍질을 찢던
아픔
선홍빛 꽃잎을 피우던 날
벌 나비 앞세워
찾아오더니
봄비 가슴에 젖는 날
꽃잎 떠난 환부에
서러움이 파랗게
흔적을 덮는다.
교차로에서
길 위에 십자가 모양이
누워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밟고 지나갔을 교차로
교회에 맡겼던 십자가는
첨탑위에 세워놓고
누가 질사람 없소
공모하듯 묻는다.
마땅히 질사람이 없다기에
시간을 두고 꼭대기에 올려놓으면
누군가 알아서 할 것 아니겠냐는 말에
그냥 그대로 놔둔 십자가
교차로에 서서
건너가 짊어지려는데
신호교체가 더디다.
어머니 마음
측량하려해도
할 수 없어
눈으로 마음으로
짐작만 합니다.
뜨거움 마음
카네이션으로
표현해 보려하지만
시들어버려
그마저도 부족합니다.
찢어놓고
돌아보면
여전히 회복되어
바다 같은
당신의 가슴은
아름으로
측량합니다.
6월의 언덕에서
잊지 않고 찾아오는
6월의 고개를 올라보면
보낸 임이 그리워
서럽도록 웁니다.
임이 떠난 길을 따라
시간은 야속하게
멀어져 가고
희미하게 사라지는 뒷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너를 닮은 붉은 장미는
내가 갖고
나를 닮은 흰 장미는
네가 갖고‘
붉고 흰 장미가
담장 넘는데
현충원의 담장에
장미가 붉게 피었더이다.
당신의 눈빛은 사랑
산허리에 숨었던 잔설
전해오는 봄소식을
눈물 흘려 반기고
연둣빛 전령이
양지쪽에 깃발 꽂을 때
들녘엔 아지랑이 화답하네요.
지난겨울 오기 전
덮어주고 떠난 나뭇잎의
사연 읽으며 느낀 온기는
겨울을 지낼 만큼 따뜻했습니다.
푯대를 향하여 달려가는 당신
그대의 걸음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나의 이름을 기억하며 불러주는
임의 음성
나를 모르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기억해 주는
당신의 눈빛은 사랑이었습니다.
고추잠자리
고즈넉하게 찾아드는
저녁햇살
한 점 바람이 나뭇잎을 흔든다.
추리고 펼쳐
가지런하게 늘어놓은 빨랫감
보송하게 말라간다.
잠이 든 듯
미동 없이
주변을 살피는 폼이
나를 붙잡는다.
자지러질듯
울어대는 매미소리
시선을 끌고
담장위로 가져갔다
리턴하며 돌아오길 반복하며
여름을 몰아간다.
그곳에 가면 누가 있을까
우연이라도
그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언제나 다독여 주고
장점을 찾아주며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
먼 길을 갈 때나
흐르는 강변을 따라
끝닿는 곳까지
함께 걷고 싶은 사람
불어주는 바람 같고
목마른 대지를 적셔주는 빗물 같은
그 사람을 만나면
우산 없이 실컷 젖고 싶다
그대 내 안에 담고파
그냥 왔다고
그렇게만
대답하던 사람
어떻게 왔냐는 물음에
웃기만 하던 사람
내 마음 알아 눈빛만 보아도
말없이 끄덕이며 잡던 손
안으로 파고드는 그리움
어찌 할 수 없다고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에이는 그리움이
그냥이라는 대답밖에
담아놓고는
넘치고 터질 것 같아 어쩔 수 없다고
고운 눈빛이 가슴을 파고든다.
허기진 사랑을
파도처럼 씻어줄 그대
그대의 마음 살 수 있다면
시선을 붙잡는
고운 모습이
몸도 마음도 가져갔네요.
그대의
향기로운 말씨에
자꾸 기울어지는
생각
마음 씀씀이가
너무 편해
모두를 줘도
그대가 쓴다면 좋겠다는
오케이 싸인
윈도우에 걸린 옷
그대가 입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문을 열고 들어가
얼마냐고 묻네요.
그리움
그리워하는 것은
내 몫이고
맘을 달래는 것도
나의 몫으로 하고 싶어요.
그리워하는 것이
더 좋아
놓지 못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도
내 할 일인 듯
양보할 수 없어
단풍으로 물든
울타리에
그대 있을 것 같아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건듯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임의 기척인가
온 맘으로 바라봅니다.
그리움의 시간
그대
그리는 마음 아시나요?
댓글 달며 쏟아놓는 마음
움처럼 돋아나
꽃으로 피었습니다.
의역하며 어렵게
표현하지 않아도
시를 쓸 때마다
나타나는
그대를 향한
사랑의 멜로디가 되어
간절히 파고들며 젖어듭니다.
제3부
가을의 길목
까치밥
높은 곳이라서
따지 못했다는
변명보다
까치에게 줄 거라며
둘러댄 핑계
한 숟가락 남겨놓고
물 마시는 아버지 밥그릇에
까치밥이 보인다.
빨갛게 익은 홍시
바람도 흔들지 않는
거룩한 성찬
까치가 울면
왔으면…….
기다렸던 그가 오실 건가
보고 싶던 그가
까치 편에 기별해서
먼저 가서 울게 했나
종일 멀리까지
눈길을 보낸다.
버스에 내리는
사람을 바라보며
혹시 한다.
길게 늘어뜨린
산 그림자 마을을 덮어도
내 마음은 덮이질 않고
꽃 냄새는 종일 가슴을 헤집는데…….
등불을 끄지 못하고
커튼도 가리지 못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읽고 있다
꽃
한마디로
그대를 표현해도 좋다
그대를 볼 때마다
웃음을 머금는다.
하나도 좋은데
한 다발 묶어
기쁨을 더 한다.
담장에 올라
손짓할 때
온 언덕을 덮어 노래할 때
최고의 아름다움은 당신으로
표현하고픈 마음
꾸미고 수식하는
덧칠하는 말보다
그대 하나로만 좋은
꽃
꽃봉오리
웃음을 참으려는
입술
웃음을 삼키려는
꽃봉오리
햇살이
겨드랑이를 만지는지
참는 모습
짓궂은 봄바람
까르르 웃음소리가 듣고 싶어
만지는데
피식 웃고 만다.
나팔꽃 같은 햇살
나를 아시니
언제나 편안해요
팔을 내주며
팔 잡아 주길 바라셨지요.
꽃이라지만
날 불러주는 확성기 같아
무슨 말이 남았을까 귀 기울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그대의 목소리를 들으면 좋은 이유
은밀한 고백이 묻어 있는 것 같아
표정까지 읽습니다.
햇살좋은 날
파란바람에 섞여오는 향기
살짝 잡아주는 볼
그대의 눈빛을 봅니다.
내 마음도 색칠하고파
씻어도 지울 수 없고
닦아내도 닦이지 않는
그리움이 녹아
채색된 색깔
단풍이라
퉁 치듯 이름 붙이면
스산해 진다.
그리움이
소녀의 저고리에 묻은 흔적같이
고이 간직하고
그만 알고 있는
빛깔이 되어
짙어갈 때
아는 사연
설명하려 들지 않아도
귓가에 스치듯
묻힌다.
내 별에 가는 길
뭣이 그리 부끄러워
아무도 보이지 않는
밤에만 볼 수 있다는 지
얼마나 바빠
밤에만 다녀가야 하는지
일찍 불을 끄고
창밖을 서성인다.
주소라도 알면
전화번호라도 알면
내비게이션 찍고
가보련만
기다린다는 소문들은
아는 이의 전갈
동네 앞 연못가 풀숲에 있더라는 말에
낚싯대 챙겨 나가본다.
내 앞에 서는 날까지
먼 길을 다녀오면
당연히 찾아갈 곳이
당신 앞이겠는데
보고할 거리를 가지고
주저리주저리
읽어드려야 될 것 많은 줄 아는데
시간이 지나가면
퇴색되어질
색깔들
바꿔야 될 생각들이 많아
서는 날을 정하지 못해
또 망설입니다.
잠시의 행복이 모여
온 삶이 행복해지는데
호박
후덕한 느낌
공평한 질서
그대 있음에
지워지지 않는 웃음
넓고
평평한 편안함보다
언덕배기
비탈진 곳을 찾는 겸손
순하디 순한 모습에 정감이 서린다.
못생겨도
그대 만큼이면 괜찮고
작고 귀여운 모습 선호해도
그대만큼은 아름드리 클수록 좋은
넉넉해야 좋다
안아야 붙잡을 수 있는
그대가 좋다
동반자
동사무소에서
가족관계 확인을 열어보면
처라고 기재된 사람
반대도 찬성도
서로에게 익숙한 세월
인격도 삶의 기준도
닮아버린 사람
자녀들의 모습이
그 사람 반 내 모습 반
걸음걸이가 닮은 녀석이
뒤를 따라온다.
가을의 길목
가는 여름의 뒷모습이
홀가분해 보인다.
일을 다 마친 미련 없는 모습
아쉬워한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손들어 배웅한다.
을이 갑이 되고
갑이 을이 되는 세상
맺은 열매라 해도
때로는 올무가 되어
내려놓을 때는 디딤돌도 된다.
길목에 서서
길은 누구나 갈 수 있어도
같은 길은 누구도 못가는 길을 본다
목마다 항마다
머물다 가는 여름과 벤치에 앉아
머물던 길이 어떻더냐.
오는 가을에게 뭐라 하고 싶으냐.
그의 말을 귀담아 듣는다
목마 타고
목마 태운 우리아빠 높은 곳과 낮은 곳을
당신 마음 다하도록 보여주며 안아주며
사랑하며 사는 법을 즐기면서 보여줬죠
마음속을 읽어주신 사랑하는 내 아버지
표정 하나 말투 하나 자연스레 읽어주며
말 안 해도 알아주고 행동으로 들어주신
타고 나신 방향 감각 언제 어디 무엇이나
나의 삶의 기준 되신 바로미터 내 아버지
많은 세월 흘렀어도 변함없는 그 분 지혜
고마우신 내 아버지 언덕 같고 마당 같아
뛰어보면 마당이요 기대보면 언덕이라
사랑하는 내 아버지 보고싶고 그리워요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빈집
양철지붕
발간 녹이
세월이 머물다간 흔적 되어
일어섰다 앉았다
불안한 일상
인적 없는 집에
들락거릴 이유 없는 것 같은데
대문을 두드리고 지나가는 바람결
할 일 없는 고양이
눈만 감았다 떴다
졸고 있다
호구조사 나온
공무원인 듯한 사람
대문에 굵은 매직펜으로
뭘 써놓고 돌아서는 발길
암호 같은 몇 숫자
나는 모르겠고
봄은 왔는데
궁금증이
겹겹이 쌓여
뭐라고 말 하려는데
웃음 짓듯 터지려는
꽃망울에
아차, 바람이 멈춘다.
저러다
며칠도 못가서
변심하려 하겠지
작년 경험이
횡단보도 붉은 신호등 앞에 서듯 선다.
두툼한 외투를
벗지 못하는 미련은
슬쩍 슬쩍 파고드는 한기에
정당화되어
잎보다 먼저 나온
꽃잎의 화사한 미소에
식곤증이 혼곤히 찾아든다.
잠깐 쉬어가는 계절
그대 짧은 머묾이라도
내 마음의 여운은 오래 남습니다.
생각을 이어주는
접속사에
반전의 특별한 쉼
멀리 있는 그리움이 연결되어
행복했습니다.
아침이 길지 않아도
한 날의 처음이 되고
황혼이 짧아도
시인은 생을 정리하는 시를 짓고
화가의 붓은
노을을 붙잡아 놓습니다.
잠시 쉬어 가는
봄날의 짧은 시간이
가을날의 단풍을 준비하기에
알록달록한 물감을 챙깁니다.
송편
필시
웃음이 고운 그대의
얼굴을 보고 빚은
모습이리라
예쁜 미소
향기로운 말씨가 고와
달콤한 맛 숨겨 넣고
방긋 웃는 웃음 보고파서
지은 모양이리라
송편 웃음
고운 날
사진
찍는 순간
과거가 되어
갇혀버린 장면
그래도
간직하고
붙잡아 놓고 싶은 그대가
지금이라서
웃음으로 멈추려한다
고운모습
하나둘씩
징검다리를 건너
새로운 이야기를
짊어지고
걸어간다.
한 장 남은 달력
한 장 가벼워도
생각은 무겁다
장미꽃 계절을 잊고
눈 속에 묻혀 더 붉기만 한데
남겨둔 시간
마음이 급하다
은빛 눈송이 대지를 덮어도
생각은 덮이지 않아
바람에 펄럭인다.
달려가는 걸음
붙잡아야 될 사랑은 멀어지고
역사의 뒤안길에 감춰지는 세월
입에 착 달라붙는
그 말조차 삼킨다.
코스모스
그리움이 많아서
오고가는
길섶에 피었나.
고추잠자리 오가며
뭔 소식 있을까
긴 목 빼고
기다리나
파란하늘 뭉게구름
모자처럼 하얗게 쓰고
양지 뜰에 머문 여름바람
떠날 채비하려할 때
그렇게 하라고
결재하듯 끄덕이는 고개
저만큼 가다가
돌아오는 더운 바람
다음에 또 만나자고
손 흔들어 배웅하는 장면이 좋다
가을비 우산 속에
가는 세월
능선을 넘다가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
을이나 갑이나
세월 앞에서 어쩔 수 없음은 진리
비스듬히 파고드는
빗방울이 싸하다
우리 내 삶의 갈피마다
녹색 짙은 세월과
단풍진 세월이 얽혀
산산이 부서질 이름이여
노래했던 시인의 외침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속세의 아름다운 미련
단풍이 된들 짙은 녹색에 젓던
에이며 찾아올 겨울바람이던
우산 속 좁은 곳에서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좋다
제4부
짝사랑
첫눈
첫눈은
눈치 채지 못하게
내리듯
첫사랑은
철없던 시절
눈치 없이
왔다가는 사랑
내
첫사랑은
눈치 없는
당신
쪽지
뭐라고
급히 표현해도
마음이 오롯이 묻어난다.
정성스럽게
쓰지 못해도
그의 향기가 난다
짧은 사연
전해주는 손끝과 눈빛에서
이미 하고 싶은 말을 듣는다.
전화로는
표현할 수 없고
긴 편지로도
쓸 수 없는 이야기를
열어보고 또 열어보며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이
그대에게 가고 있다
짝사랑
한다고 해서
한 것 같지 않고
안한다고 나무랄 사람 없고
했다고 해서
그 또한 나무랄 일 아닌데
안 할 수 없는 사랑하고 맙니다.
내 마음
알아주면 좋겠는데
알아줄 이 만무하니
가을바람에 지는
낙엽처럼 떼라도 쓸까 싶어도
마음만 부둥켜안고 바라봅니다.
석양이 내 마음 같고
허리 숙여 달려가다 돌아오는 갈대
헛물켜듯 날 닮고
발갛게 쏟아지는 낙엽
내 마음을 대변 질인데
네가 그리워
목마름은 바람에 흔들린다.
오직 하늘을 향한 간절함
몸이 말라간다할지라도
차라리 그대의 눈에 쉽게 보이고 싶은 몸부림
바랄게 있다면 빗소리 같은 당신
이끼라도 가지에 남길 수 있다면
그것만이라도…….
맑은 하늘을 덮는 구름
그리움의 눈물이 되어 적셔주길 기다린다.
그대 온다면
그냥 벗고 흠씬 맞으리라
여백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이름만이라도 빼곡하게 남겨 두리라
달력
그대 얼굴을 짚어가며
표정을 살핀다.
누구의 생각인지
그대를 초청하고 있는지
묻기도 하고
그대가 가르쳐 주는 날
만나기로 했던
그의 생각이 어떤지 짐작해 보고
혹시 무슨 돌발적 상황이 있는지
나름 생각한다.
별 일 없으면
그대가 알려주는 이번 주말에
예쁜 마음 가방에 넣고
신나는 생각 윗주머니에 넣고
가슴에 넣어둔 생각
더듬어 보며
그날을 올려다본다.
달맞이 꽃
그대 얼굴이 보이지 않는
흐린 날에도
당신이 오시던 길을 내다보며
피어있고
혹 모른 척 지나가는 날이면
사랑만 하면 되는 바보가 되어
피어 흔들린다.
기다림이야
내 운명 같은 것
그리움이야
내가 감당해야 되는 몫
하얀 얼굴
뽀얀 미소로 웃어주던
그대임을 알기에
나를 진심으로 안아주셨던
그대 품을 기억하기에
담 벽을 허물고
담을 허물은 까닭은
어느 쪽으로 오셔도 좋다는 마음이라
가둬 둘 수없는 임에 대한 그리움이
벽을 허뭅니다.
을씨년스런 스산함도
가을바람에 씻고
허물을 덮어주고 안아주고
하늘을 향해 열려있는 길을 나섭니다.
물같이
낮은 곳으로 향하는 평화
고단한 삶도 흐르는 물에 씻으며
그랬노라 나누는 사연
담쟁이
할 줄 아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다
의지할 것 없이는
일어설 줄 모른다.
키가 되어
등이 되어 엎어주는
담에 업혀
멀리 바라다본다.
불어오는 바람에
그곳 소식을 듣고
고개 끄덕여 이해하고
주고 가는 소식 담아둔다
계절 따라 입는 고운 옷
찾아오는
계절을 맞이한다.
당신
어디를 가나
찾게 되는 그대
당신이 계셔야 할 자리인데 싶어
둘러봅니다.
고와서 보고
사랑스러워 보고
뒤돌아서는 뒷모습이 예뻐
불러봅니다
귀에 익은
발걸음 소리
당신이다 싶어
얼른 내다봅니다.
어디쯤이냐는 질문에
빨리 가고
뭐하느냐는 질문이
좋은 이유는
당신이 계신 곳에
나도 있어요.
당신의 눈물이 생각나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어집니다.
신선한 가을향기 담은 바람
지나간 하늘가에
한 잎 나뭇잎을
그대를 대신하여 그려 넣습니다.
의문 부호처럼
느낌표처럼
길게 사선을 긋는 그리움이
눈앞을 가리며 다가오는
당신의 얼굴
물을 닮아
모난 내 마음을 맞춰주던 넉넉함
이제 만날 수없는 거리
생을 단풍처럼 곱게 그리던 사람
나 그대를 그리워하며
곱게 물든 가을 언덕을
올려다보고 있어요.
그대의 수정 같은 눈물
가슴에 매달아 놓고
더 고운 은빛
사람이 지난 곳에
길이 따르며
이정표를 세워놓는다
자리를 지켜준 이력도
바람에 흔들렸던 이력도
파도처럼 깨진 이력도 남아
시선을 붙잡는다.
세월의 흔적은
산모퉁이에 숨은 듯 나타나고
시기하며 사랑하고
질투를 삭혀 그리워하며
길섶에 이정표 되어 세워졌다.
금빛을 쫓던 갈등보다
아래가 있고 위가 있는
더 고운 은빛
당신이 아름답다
동행이 올 때까지
동그라미 그리다가 눈과 코, 입 붙이면서
행여 올까 눈을 들어 동구 밖을 바라본다
이쪽 향해 오는 사람 저 사람이 그대일까
올빼미 눈 밝히듯이 보고 또 본 그대 얼굴
때가 되면 오시리라 기다림도 기쁨이고
까만 점만 보였어도 닮은 구석 찾아보며
지금까지 살아오며 기다림이 철이 든다
두고 온 마음
뒤가 돌아 보이고
마음을 붙잡는 향기는
코끝을 맴돌아
다시 멈춰 선다.
밤마다
동산에 올라
오늘은 어떤지 물어보라 했는데
달님 얼굴면적만큼
줄어드는 야속함이 춥다
그게 아니라고
손사래쳐보지만
앞서가는 가을바람은
살갗을 움츠리게 하기에
그냥 지나가면 안 될까
바라보아도
흔드는 바람결은 작심한 듯 하고
나뭇잎처럼 흔들리는
마음이 스산하다.
뒤척인다
그리울 때
어떻게 할 수 없어
많이 뒤척인다.
보고 싶을 때
어떻게 할 수 없어
또 뒤척인다.
사랑하는 마음
어떻게 할 수 없어
자꾸 뒤척인다.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마음은 붙어있고 싶어
뒤척인다.
들길에 비켜선 풀
길섶으로 비켜서
지날 길을 비워두고
눈길이라도 준다면
행복할 것 같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혹 길 가운데 서 있으면
길이 지워진 줄 알고 잃어버릴까
언더라인이라도 해 놓는 심정으로
비켜섭니다.
비 많이 내릴 때
들길이 도랑을 이루면
밟고 지나가도 좋게
징검다리라도 되어줄 요량으로
우묵우묵 모여 있습니다.
들꽃처럼 피워놓고
관심 없는 듯
그곳에 피어
사진 한 장 찍고 싶어
다가오게 하는지
먼발치에 피어
바람에 흔들리는 걸
빙자하여
내 눈에 뜨이도록 손 흔드는지
꽃 피워놓고
계절을 말하려 한다지만
꽃을 비유하여
그리워하게 하는지
사랑하는 이
그리울 때
하얗게 들어나는 박꽃이
목마름을 채워주는지
때로는 궁금해요
떠날 때만 이별인가
떠나고 싶은데
미라같이 마른 몸을 가지에 붙어 매달고
날고 싶어서
푸드덕 날갯짓 해 보지만
때가 오기까지
가지에 매달아 놓은
만 가지 미련을 흔들고 있다
이별은 하지 못할
금기사항 아니라
별이 많듯
그 또한 한 사건인 것을
인간사 만남과 헤어짐은
언제나 곁에 있는 사실들
가야 될 일이면 미련은 거둬라
봄이 오면 또 닮은 잎이 나올 것이며
마음이 떠나면 곧 이별이려니
마중물
마음은 이미
그대 곁에 앉아
기다리는 걸음 달려간다.
중간 중간
그대의 음성 들리는 듯해
두근대는 가슴
붉게 물들어
손 흔들어 반긴다.
물 부어
젖어들듯
반가움이 쏟아진다.
목련
촛불 밝히듯
하늘을 향하여
마음을 모으고
기도하듯 두 손 모아
하얗게 피워 올린 꽃잎
그리움을 적으려
밤새워 펼쳐놓았다
한줄 기록하지 못하고
향기만 담아
그대 앞에 올립니다.
봄볕 앞세우고
나선 걸음
하얀 외씨버선
봄바람이 들어주는
자색 치마저고리 입고
사뿐 걸어
그대 찾아 나갑니다.
그대의 향기
그윽이 젖어들며
낯익은 향기에
돌아본다.
대로에서
이쪽을 향하여
달려오는 차
내 앞에서 멈출 듯한 느낌에
의미 있는 고갯짓을 해본다.
빤히 바라보는 얼굴
향기품은 그가 그곳에
반가움이…….
이럴 수가
기막힌 우연이
그곳에 웃고 있다
제5부
바람 부는 날에도
문병
핼쑥한 얼굴
막 피어난
벚꽃을 연상하기가 미안해도
많이 닮은 표정
민낯의 진솔한 웃음
어깨를 감싸 안아주며
주께서 함께 해 주실 것을 기도하고
병실을 나선다.
연둣빛을 띤 푸른 잎을
빨리 보고 싶다는 소원을
쥐어주고
물
어느 그릇이나
거부하지 않는
맞춰주는 성품이
편하다
높은 자리보다
늘
낮은 자리를 택하는
온유
그가 짓는
풍광이 아름다워
쉼이 있고
모여드는 이에게
희망을 그리게 한다.
항상
같이 하고픈
친구
바라보는 구월은
바보같이 바라볼수록
보고 싶다는 사람
라식 수술하고
크게 보고 싶은 마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닐지라도
어림짐작하는 것보다
가까이 가서 보고 싶은
그대
구겨진 햇살도 반듯하게 다려서
상큼한 바람 얹어놓고
월담도 때로는 사랑의 표현
은빛 햇살로 찾아올
임을 기다린다.
바람 부는 날에도
바람 부는 날에도
그리움은 흔들리지 않고
비석처럼 서 있다
세월이 지날수록
그리움의 깊이는 깊어지고
또렷한 글씨에
마음이 실려
멀리서도 잘 보인다.
꽃잎으로 찾아왔다
떨어진 곳에
파랗게 돋아나는 그대 마음
열매로
가지 끝에 맺혀
풋맛부터 알알이
가슴에 터진다.
바람의 흔적
파문에
묻어버려도
물결은
숨길 수 없어
일렁이고
무성하던
생각처럼 나부끼던
나뭇잎
실어 보내며
가지 끝은 흔들린다.
바람은
겨울로 가는
이정표를
가리킨다.
바람이 전하는 소식
바라만 보았지
애타는 마음은 어떻게 할까
남이야 무슨 소릴 하는지
귀에는 안 들리나
이제 그만 하고
속 시원히 말했으면 좋으련만
전하는 말은
하고 많은 말 중에
잊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만하긴지
는적이며 바람만 지나간다.
소에게나 말하며
껌뻑이며 듣는 체나 할 걸
식상한 고백보다
지금까지 것은 싹 잊고
새로 시작하잖다.
반쪽
홀로 온전치 못한 것을 느낀 것은
그의 출현부터였어요
보면 기쁜 것을 안 것은
그가 곁에 오면서 시작되었어요.
먹지 않아도
배고픔을 느끼지 못한 것은
그가 내 안에 들어오고 부터였어요.
먼 길도
그와 함께 하면
즐겁다는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는 줄
경험했어요.
깊이 잠든 날
감쪽같이 일어난 사건이
해부학 시간에
사라진 갈비뼈 개수가 증명되어
안아보면
꽉 차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지요.
장마
긴긴 날 무엇에 의한
서러움인지 모르고
어디서부터 시작된
마음의 응어리이었는지 몰라도
먹구름 몰고 와서
쏟아 붓듯 내려놓고
지나가 버린다.
후비듯 길게 페인 언덕배기
골 깊이 파놓은 상처에
파랗게 돋는
풀잎에 남겨놓은 사연에
귀 기울인다.
내내
마른 그리움으로만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흘려보내는 냇물 속에
기다림도 섞여
흘려보낸다.
거울
세월이 지났는데
내 얼굴을 잊지 않고
다시 봤음에도
정확하고 또렷하게 기억하며 반긴다.
어제 본 듯
흰 머리카락 올까지 그려 넣고
지나간 세월 잊자하고
다가올 미래는 그때 가서 말하자며
오늘 웃고, 오늘 울고
그리고 투명하게 살자며
다가오는 몸짓
그대 생각이 옳다
그대 말이 옳다 동의하며
혹시 고칠 곳 있을까
고운님 만날 때
어떻게 하면 될까
한번 웃어보라며
삶을 코치하는 당신이 좋다
접어주는 마음
잊기 위함 아니기에
묻어 둔 듯해도
기도할 때마다
한 번 더 열어보고
또 열어본다.
허리를 뚝 자르듯
접어주는 여유
반으로 또 반으로
손안에 잡혀
쉬워지는 느낌을 받을 때 까지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어치를
같은 크기로 접어주던 배려에
마음을 챙기며
사랑도 함께 묶는다.
주머니
누군가 기다릴 때
깊숙이 찔러보면
생각이 모이고
머리카락 날리며
코트주머니에 손 넣고 걸으면
한 폭의 그림이 되네요.
함께 가는 이와
같이 손 넣고 걸으면
정이 생기고
딸이 좋아하는 사탕이 있고
한 달 결산 월급명세서도
얼른 연락할 휴대폰도 있고
작은 수첩에 볼펜이 있어
시詩가 적혀집니다.
주머니엔 이력이 담겨있고
오늘도 주머니 있는 옷을 입었으니
할 일이 있어요.
지도에 없는 길
지도에 표시할 수 없어도
가슴에는 표시합니다.
사랑하는 그가 가는 길이기에
이정표가 되고
비올 때
우산이 되어 받쳐주고
하얀 눈 내려 길이 덮이면
임의 발자국이 더 선명해서
잘 보인답니다.
새벽미명에 듣는
고요한 음성이 가슴에 젖어들면
찬바람을 막아주는 외투 같고
고요할 때 세레나데가 되어
지도에 표시할 수 없는
그 길을 따르는 기쁨에
두 손 들어 송축합니다.
잠 못 이루는 시간
외면하듯 돌아누워도
되뇌는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정신이 맑아 오고
그때 한 말이 불쑥 끼어들어
구분 지으려는 듯
하얀 표정
주고받는 거래가
계속 이어지며
결론이 모호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가
벌어졌다 붙고
과거와 현재가
뒤엉킨다.
자벌레
3보 1배 기도방식이
자벌레를 본뜬 방식일거라
펌프카의 응용이 코끼리라는 생각이
생뚱맞은 이미지 겹침
보는 것 듣는 것이
닮아있으니
표절의 시비는 끝이 없고
어디서 들었던 말씨
제 엄마가 쓰던 말이
딸내미 입에서 나올 때
너 표절 아니니 물을 수 없어
웃고 있는 애비
중간 쌍다리가 없으므로
가는 방법이 그것밖에 안되는데
아들걱정 딸 걱정해도
그것 밖에 방법 없는데
접었다 펴는 만큼
더 사랑하는 내 마음
3보 1배가 닮았다 해도
잊히지 않아요
같은 문양의 벽지처럼
반복되는 기억
사방이 그대의 형상으로
촘촘히 자리 잡고 있어요
가장아름다운 장면부터
걱정해 주며
속삭여 주는
전화내용까지
어디를 둘러봐도
당신밖에 없습니다.
참 많고 많은 사연들 중
이식하려해도
갈등 없이 받아드려지는
이토록 아름다운 호환
그대가 내가 되고
내가 그대가 되는 비밀은
사랑입니다
이런 날에는 그가 더 보고 싶다
아무리 덮으려 해도
덮어지지 않는 그리움
파고드는 찬바람에
마음은 시리고
흩날리는 낙엽처럼
길거리를 헤맨다.
이런 날에는
그의 따뜻한 품이 그립다
뭐라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주기만 해도…….
찬바람은
싫어버린 누굴 쫓듯
가을을 쫓고
깃발 흔들듯 굴뚝연기 흔들며
자기 영력을 그리고 있을 때
그의 가슴 그의 영력에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인연 다하는 그날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을
나눠가진 줄 처음에는 모르지요
홀로 남는 그날까지
그리고 그의 유품이 닳고
흔적마저 없어질 때까지
마음에 새겨진
사랑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더 좋을 우리들의 인연
내 마음 당신께 맡긴 날
그대 마음은
나보다 먼저 주신걸 알았습니다.
인연 다하는 그날이 언제인지 모를
우리인연
내 마음 당신께
맡겨놓고 다녀옵니다.
왜냐고 묻고 싶어
궁금증도 병일까
듣지 않고는 잠들 수 없어
베개만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바꿔가며 뒤척인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시간도 되었으련만
건드리며 놓지 않는 생각이
살포시 든 잠을 깨운다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을 듯한 표정이
잠자려는 이불을 들추며 안긴다.
잘 시간인데
지금이 몇 시인데
끝말잇기처럼
나열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염전
먼 바다 이야기를하얗게 끌어 모은다.뱃전을 두드리며 짓던시와 그림해변의 모래알을 씻으며달렸던 노래수평선에서 하늘과 만난이야기모아부대에 담는다.청솔모 곡예하는산골에도 갈 수 있다는 말에가슴이 뛰고입맛을 회복한다는 말에왠지 모를 설렘이 옆구리를 찌른다.하얀 노랫말에귀를 기울인다.
얼룩
꼭 지워야 하는 것은 아닌데
얼룩이 되어 남아있는
그대에 대한 기억
꼭 잡아 주던
손아귀의 느낌
마음에 스며들어
알 수없는 기록만 있다
바람이 스쳐갔다고
자욱이 있을까만
말했다고
소리가 남아있을까만
기억은 얼룩처럼 변색이 되어가고
누구의 것이냐고 묻는데
뭐라 대답해야할지
발걸음이 닿는 곳
그냥 이라지만
어느덧
그 집 앞을 지나는 모습이
윈도우에 들킨다.
누가 보고 있지 않는지
주변을 돌아보며
옷매무새를 고친다.
찻집 문을 열면
짙게 다가오며
아는 척하는 커피향
그날처럼
그 음악이
맘의 갈피를 넘기며 여백을 매우고
기다리면 오겠거니
창밖을 끌어당긴다.
제6부
소리의 여행
밤
사연을 적는 이가
까만 밤을 찍어
다 사용하면
아침이 오는지
종일토록 소식 없는 이가
찾아와서
밤을 쓰고
말끔히 세수하면
씻겨 없어지는지
치부가 많아
밤을 끌어당겨
까맣게 덮어놓을 때
군데군데 가로등 켜 놓고
난마처럼 얽혔던 일들을
정리하고
불을 끄는 아침
시인은 밤을 씻어
창가에 말린다.
밥 한 번 먹자
밥처럼 채워주는
힘이 되며
편안한 그대
한 번이란 말은
하나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전부를 의미하는 말
번잡한 세상
그대와 마주앉으면
평안을 맛본다.
먹는 것은 입으로만 아니라
향기도 먹고
방긋 웃은 웃음도 먹고
자리에 앉아
그의 지내온
안부도 먹고
소리의 여행
모양도 없는 것이
마음을 흔들고
향기도 없는 것이
녹녹히 젖게 한다.
사랑도 그런 것이라
마음을 흔들어놓고
보이는 것마다
아름답게 하니
닮기도 많이 닮았다
그의 고운 목소리
마음을 파고들어
울게도
웃게도 하니
보고 싶습니다.
봄날의 그리움
우수수 꽃비가
쏟아질 때
우산 없이 맞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말하지 않아도
들려오는 목소리
웃지 않으려 해도
터져 나오는 웃음
앞 다투어
방긋 웃음 번지는
나무아래서
그리움이 쏟아지는
꽃비를 맞고 있어요.
봄비에 가슴 젖는 날
떠날 것을
재촉하는 봄비에
서운함과 아쉬움을 삼킨 체
곱던 꽃잎은
눈물이 맺힌다.
껍질을 찢던
아픔
선홍빛 꽃잎을 피우던 날
벌 나비 앞세워
찾아오더니
봄비 가슴에 젖는 날
꽃잎 떠난 환부에
서러움이 파랗게
흔적을 덮는다.
비밀 번호
나도 모르는
내 비밀번호를
그대가 가지고 있지요
언제 입력해 놨는지
입력되어
먼발치에서 보아도
스르르 열립니다.
발신자 번호에도
열려지는 신통함
신기할 따름입니다.
누구나 걸어도 아니고
누구나 터치해도 아닌
그대만이 아는 비밀번호
당신만 아는 비밀번호
행복합니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
빗금 치며
쏟아지는 빗줄기
무엇을 감추고 생략하려고
긋는 빗금인가
아니면 너무 중요한 표시인가
궁금증에 한 줄 더 긋는다.
우산을 들고
가려보지만
보고픈 마음은 가릴 수 없어
우두커니 바라보는 모습이
미안스러워
저 만치 마중 나가본다.
풀잎에 맺힌 물방울
엄마 속 썩인 전설의 청개구리
비 오는 날의 수채화가
파랗게 벽에 기대어있다
미련 때문에
미완의 세월
지나놓고 보면
늘 빠져있는 허점
미적대며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걸음은
뒷걸음치기 일쑤
용기는 어디에 뒀는지
아쉬움에 뭐라 해보지만
끝내 허무하게 돌아선다.
연정이 이런 것인가
갖지 못하면 질러라도 보는
모진 앙갚음은 없고
행복을 빌어보는데
때 묻어 반들반들한 흔적은 선명하고
문짝을 붙잡고 돌아가는 돌쩌귀처럼
에도는 그리움만 닳고 있는데
닮은 모습만 보면 가슴이 뛴다.
사랑의 대필
글이야 아무나 쓴다지만
마음을 쓰기엔 부족이고
아무리 그럴듯하게
말 한다고
말 따로
눈빛 따로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고민을 한다고
그와 같진 못하고
울음으로 연기한다고
그의 가슴이 되어 할 수 없어
차라리 달려갑니다.
사랑의 여백
하늘로 향한
빈 가지에
연둣빛 덧칠해질 때
겨울 오기 전
내려놓았던 추억이 되살아나
반가움이 피어난다.
빈 여백이 채워져
파란 하늘을 만들고
예쁜 엽서 위에
고운 사연 적어간다.
철따라 날아갔다
저 하늘가 이야기도
물어다 놓고
새집 짖듯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새들의 이야기도 옮겨놓으면
어느덧
사뿐 걸어오는 임의 발자국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사랑
많이 배워야
하는 것
아니라서
잘 생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거라서
가난해도
할 수 있는
거라서
포옹
따뜻한
가슴이
말을 대신 할 듯
해서
시간이
지나도
오래도록 머물 듯한
온기
서툰 말보다
체취가
더 좋을 듯
품습니다.
사진 속 얼굴
자꾸 봐서 닳는다면
덮어 놓을 텐데
볼수록 사랑스러워
또 열어보네요.
웃는 모습이 보였다가
추억이 보였다가
사랑스런 마음에
안아 봐요
그가 웃길래.
따라오고
뭐라 말 할 것 같아 또 보고
못다 한 말 있을 것 같아
또 열어봅니다.
산山
언제부터였는지
그곳에
엎드려 바라보던 그대
말이 없었어도
가까이 가면 다정했고
바람도
구름도 쉬어가는
넉넉한 품
기댈 언덕을 가지고
기다려주며
자락이 있어 안겨들었던
어릴 적 그린화폭의 여백을 매워주던 그대
멀리서도 알아보며
뒷짐 진 뒷모습이
돌아볼 것 같아
불러 보는 그대
수박
수줍어
숨겼는데
칼 품고 덤벼드니
붉은 마음
쪼개리다.
박수하는
그대
날 사랑한단 말이
“잘 익었다”
입니까?
아쉬운 이별
아무도 모르게 가려는 게
쉬운 일 아닌 것 같습니다
운으로 던져준 시제 속에
이별은 언제나 아픈 노래
별의별 기억들 그냥 살자
아쉽게 헤어져 그립기만
쉬 잊자 그렇게 못하겠소
운명적 만남이 우리 만남
이 세상 끝날 때 헤어져요
별처럼 고운님 못잊어요
안개꽃
들러리가 되면 어떠랴
주연보다 조연의 행복이
더 아름다운 줄
잘난 사람 많아
복잡한 세상에
부족한 이 못난이 때문에
어렵다는 말 없어
탓이 되지 않으니 행복하지요
잔잔한 미소
들어내지 않아도
은은한 그대가 곁에 있어
세상이 아름다워져요
뒷모습이 아름다운 그대
가시 때문에
얼른 붙잡지 못할 장미보다
가까이 갈 수 있는 당신 때문에
행복해요
우리
좋은 그대
맘을 열어놓으니
많이 넓어 좋아요
손을 잡으니
따뜻하고
신발을 같은 곳에 벗으니
한 자리가 되네요.
웃음
멋진 그대
아름다워
우리가 됩니다.
동행
못갈 길이라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인데
바라보니 갈만할 듯해서
출발합니다.
삐뚤 해도
비슷하면 같은 것으로 쳐주고
일사분란하지 않아도
자주 바라보며 익히려니
손잡았지요.
같이 가는 길에
보폭을 맞추려하면 되고
뒤떨어지면 조금 바삐 움직이면 될 일
자꾸 기다려지는 건
이미
그대에게 맡겨놓은 마음입니다
봄과 새싹
의왕초 2학년 신예은
새싹 새싹
누가 키웠을까?
봄이 키웠지
새싹 새싹
어디서 놀까?
풀밭에서
친구들과 놀지
새싹 새싹 새싹이
인사한다.
누구에게 배웠을까?
봄바람이 불어와
가르쳐 줬지
□ 서평
보여주기를 통한 사랑의 작법
최 봉 희(글벗 편집주간, 평론가)
3월 21일은 ‘세계 시의 날’이다. 1999년 제30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제정했다. 이 날은 지구촌 곳곳에서 시 낭송회가 열린다. 평소에 바쁘다는 핑계로 시 한 편 읽을 여유조차 갖기 어려운 생활이지만 시의 날이라 하니 나도 모르게 시집에 손이 가기 마련이다.
요즘 참 아름답고 멋진 시, 좋은 시들이 참 많이 있다. 그러나 읽는 이들이 너무 적은 것 같아 안타깝다.
시는 자기의 정신생활이나 자연, 사회의 여러 현상에서 느낀 감동이나 생각을 운율을 지닌 간결한 언어로 나타낸 문학 형태이다. 그런 면에서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시인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시인은 참 많은데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사학자 매콜리 경은 “문명이 발달할수록 시는 거의 필연적으로 쇠퇴한다.”라고 탄식했다. 인간의 언어생활에서 시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간결한 언어로 그 깊은 속뜻을 전하던 낭만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 없다. 단지, 줄임말이나 간단한 응답 정도로 대화가 끝나는 상황이다. 설사 할 말이 좀 있다 싶으면 어지러운 산문만 쏟아내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
시를 창작하는 것은 ‘소리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과 같다. 다시 말해 시는 마음이 조형한 그림이라는 의미다. 이를 동양에서는 ‘시서화일체(詩書畵一體)’ 또는 ‘시서화삼절(詩書畵三絶)’라고 말한다. 시와 글씨와 그림을 하나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북송 때의 예술가 곽희(郭熙) 등이 편찬한 평론서『임천고치(林泉高致)』「화의(畵意)」에서 “시는 형체 없는 그림이요(詩是無形畵), 그림은 형체 없는 시이다(畵是有形詩)”라고 정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초기의 진일재(眞逸齋) 성간(成侃) 선생이「기강경우(寄姜景愚 : 경우 강희안에게 보낸다 )」를 통해 “시는 소리 있는 그림(詩爲有聲畫), 그림은 소리 없는 시(畫乃無聲詩)”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성간 선생은 첨언하여 “예로부터 시와 그림은 일치하거니(古來詩畫爲一致) 경중을 호리로도 나누지 못하리(輕重未可分毫釐)”라고 말한바 있다.
종합하건대, 시는 마음의 소리요. 시는 마음의 그림이다. 우리의 글말을 당사자의 감성과 연계시켜 글말이 궁극적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는 분명 ‘마음의 소리로 그리는 그림’임이 분명하다.
필자는 신오범 시인과의 만남은 글벗문학상 심사과정에서 그의 삶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작품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그의 작품을 본 소회를 말한다면 ‘소리 있는 그림을 그리는 그리움의 시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신오범 시인은 “갈피마다 행간마다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얼굴을 내밀 때 주소와 번지까지 부여하여 당신에게 보낼 시집을 페이지에 올려놓는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리움도 굳어버리면 사랑도 이와 같이 시들어 버릴까 두려워 갈대처럼 흔들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인에게는 시를 쓰는 순간순간이 그를 진정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손잡아주며, 안아주는 그대의 편이 되는 기쁨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을 한 편 살펴보자.
딸각 / 들었다 놓을 때
생각이 깨어난다.
기다림도 있고 / 머묾이 / 함께하는 공간
향으로 스며드는 / 그대의 체취에 /
해바라기 웃음이 / 그대 눈빛을 / 닮는다.
- 시 <커피 한 잔에> 전문
문학은 궁극적으로 작가와 독자의 소통을 지향하고 있다. 작가에 의해 생산된 문학작품은 독자에게 전달, 수용됨으로써 문학은 성립되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문학의 존재는 물리적 구조인 책이 아니라, 그것이 독자에게 읽히고 양자 사이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순간의 연속이다. 마치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의 공간, 사색이 있고, 만남이 있는 공간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신오범 시인은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에 의도된 의미는 전적으로 독자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꼭 안아줄 줄 / 알았지요.
파 / 터지는 / 웃음
속마음까지 / 채워지는
그대
- 시 <보름달> 전문
이 얼마나 간결하고 멋진 시인가? 시는 가능하면 언어를 아끼고 장면을 함축해서 제시해야 한다. 작품을 읽으면서 독자가 참여할 여지가 클 때, 독자는 작품에 오래 머무르고 싶어 한다. 그뿐인가, 반추하면서 작품에 자발적으로 개입하면서 작품내용을 자기화하여 해석할 수 있다. “파 터지는 웃음” 속에서 내 마음도 마침내 보름달이 되는 것이다. 마치 한 편의 멋진 보름달을 마음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때로 소망이 되고, 사랑이 되고, 행복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 그대를 표현해도 좋다
그대를 볼 때마다 / 웃음을 머금는다.
하나도 좋은데 / 한 다발 묶어
기쁨을 더 한다.
담장에 올라 / 손짓할 때
온 언덕을 덮어 노래할 때
최고의 아름다움은 당신으로
표현하고픈 마음
꾸미고 수식하는 / 덧칠하는 말보다
그대 하나로만 좋은 / 꽃
- 시 <꽃> 전문
시 <꽃>에서 한마디로 사랑하는 그대를 표현하고 싶은 열정이 있다. 그대는 웃음이고 기쁨의 존재라고 말한다. 화자는 꾸미고 수식하는 덧칠하는 말보다 그대가 바로 꽃이라고 말하면서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한다. 필자는 이에 공감한다. 시를 그림으로 그리다 보니 바로 그것이 꽃이라는 대상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마침내 우리가 읊고 쓰는 시가 되는 것이다.
첫눈은 / 눈치 채지 못하게 / 내리듯 //
첫사랑은 / 철없던 시절 / 눈치 없이 / 왔다가는 사랑 //
내 / 첫사랑은 / 눈치 없는 / 당신
- 시 <첫눈> 전문
이 얼마나 간결하고 멋진 표현인가. ‘첫사랑’과 ‘첫눈’을 동일선상에서 그린 그림이 멋지다. 무거운 사상이나 어떤 판단을 독자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보여주기’를 통해 그저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면서 그 공감을 독자에게 맡긴다. 더불어 낯선 형식적 실험으로 독자를 당혹하게 하지도 않고 한결같이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다. 문학은 원래 작가의 말하기보다는 ‘보여주는 그림’으로 나가야 한다.
지도에 표시할 수 없어도 / 가슴에는 표시합니다.
사랑하는 그가 가는 길이기에 / 이정표가 되고
비올 때 / 우산이 되어 받쳐주고
하얀 눈 내려 길이 덮이면 / 임의 발자국이 더 선명해서
잘 보인답니다.
새벽미명에 듣는
고요한 음성이 가슴에 젖어들면
찬바람을 막아주는 외투 같고
고요할 때 세레나데가 되어
지도에 표시할 수 없는
그 길을 따르는 기쁨에
두 손 들어 송축합니다.
- 시 <지도 없는 길> 전문
보여주기를 통해서 공감의 폭이 크면 클수록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더불어 독자의 감동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신오범 시인의 시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독자와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독자와 작가가 상호소통을 이루어낸다는 것은 독자가 작품에 감동한다는 말이다. 감동적 요소를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작품이 말하려는 주제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무엇을 말하는가?’는 ‘어떻게 말하는가?’에 영향을 받는다. 또 ‘어떻게 말하는가?’는 ‘무엇을 말하는가?’에 의해 그 모습이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 그는 시라는 사랑을 만나면서 시를 그리워하고,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듯 시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대를 만난 후 / 도드라지게 / 그어진 밑줄
어디서 무슨 말을 할 때 / 그대의 생각이 바탕이 되고
그의 말로 마무리 지어지는 것은 / 그대가 곁에 있음으로
교차로에 설 때 / 초록빛 화살표가 된 / 그를 만나고
사랑하고 / 그리워하고 / 손잡아 주며 / 안아주는
그대의 편이 되는 기쁨
- 시 <내 삶에 밑줄을 긋고> 전문
글이야 아무나 쓴다지만
마음을 쓰기엔 부족이고
아무리 그럴듯하게 / 말 한다고
말 따로 / 눈빛 따로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고민을 한다고 / 그와 같진 못하고
울음으로 연기한다고
그의 가슴이 되어 할 수 없이
차라리 달려갑니다.
- 시 <사랑의 대필> 전문
예술이나 문학의 가치평가는 목적성보다는 심미성을 드러내는, 그 작품만의 개성적인 측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주제를 드러내는 독창적인 방식이 독자의 정서적 공감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시 <내 삶에 밑줄을 긋고>와 <사랑의 대필>에서 역시 시인의 마음을 진솔하게 대변하는 것은 오로지 시뿐이기에 자신이 시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가는 것이다. 그 사랑하는 사람이 독자가 아니겠는가? 그 사랑의 가슴이 되기 위해 삶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면서 오늘도 시를 쓰고 독자에게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신오범 시인은 한마디로 ‘보여주기’를 통해 사랑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통해서 독자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마침내 그 사랑을 그리고, 자신의 삶에 아름다운 밑줄을 긋는 멋진 창작의 길이 되길 소망한다.
■ 글벗시선 75 신오범 시집
내 삶에 밑줄을 긋고
초판인쇄 2016년 5월 10일
초판발행 2016년 5월 10일
지 은 이 신 오 범
펴 낸 이 한 주 희
펴 낸 곳 도서출판 글벗
출판등록 2007. 10. 29(제406-2007-100호)
주 소 경기도 파주시 가온로 67,(목동동)
해솔마을 508동 1304호
홈페이지 http://guelbut.co.kr
http://cafe.daum.net/geulbutsarang
E-mail juhee6305@hanmail.net
전화번호 031-957-1461
팩 스 031-957-7319
가 격 10,000원
I S B N 978-89-6533-079-0 04810
* 잘못된 책은 바꿔 드립니다.
첫댓글 최종본으로 정리가 되어 올려봤습니다
유상 신오범 시인님,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출판기념회 날짜를 잡아야겠습니다^^
아름다운 시집 출간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