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4개 품목
소비자분쟁기준 개정
앞으로 해외여행을 예약한 뒤 한 달 전까지만 취소하면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이전에는 소비자가 해외여행 계약을 취소하면 무조건 여행요금의 10% 이상을 위약금으로 부담해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으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해 지난달 21일부터 시행했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사업자와 분쟁이 발생할 때 실질적인 해결기준이 된다. 소비자단체와 한국소비자원 등에서도 활용 중이다. 이번에는 최근 분쟁이 잦아진 분야를 중심으로 44개 항목이 개정·신설됐다.
봉안묘, 봉안당, 봉안탑 등 봉안시설과 관련된 분쟁 해결 기준은 이번에 처음 마련됐다. 소비자가 유골을 봉안하다 중도에 이용계약을 해지할 경우 사업자는 6개월 이내면 총 사용료의 75%, 6개월~1년은 70% 등 최장 15년 초과의 기간까지 이용 기간별로 환급 비율을 신설했다.
결혼중개업체가 소비자와 계약을 체결한 뒤 3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만남을 주선하지 않았다면 소비자는 가입비 환불과 함께 가입비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피해배상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종교와 직업 등 소비자가 희망하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상대를 소개받을 경우 잔여금 환불과 함께 20%의 피해배상을 해주는 조항도 신설됐다.
호텔이나 콘도 등을 예약한 뒤 기후 변화 또는 천재지변으로 소비자가 예약을 취소하는 일이 생기면 사업자는 계약금 전액을 환급해줘야 한다. 기후변화 등의 조건은 기상청의 강풍, 풍랑, 호우, 대설, 폭풍해일, 지진해일, 태풍주의보 또는 경보로 한정된다. 오토캠핑장도 숙박업소와 같은 환급 기준이 적용된다.
그동안 산후조리원의 감염 사고에는 별도의 분쟁 기준이 없었다. 앞으로는 조리원의 과실로 산모 또는 신생아가 감염되거나 다치게 되면 치료비와 경비 등을 배상해야 한다.
항공기 지연 운행과 관련된 규정도 정비됐다. 과거에는 항공기 운항이 4시간 이상 지연될 때 지연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운임의 20%만 배상받을 수 있는데, 앞으로는 운항이 12시간 초과 지연될 경우 배상비율을 30%로 높이도록 규정이 세분화됐다.
자동차 차체부식에 대한 품질 보증 기간은 2년에서 5년으로 늘어났다. 후드, 도어, 필러, 트렁크리드, 도어 사이드실, 루프 등의 도장에 녹이 스는 것은 통상 차량 구입 후 3년이 지나야 나타나는데 과거의 품질 보증 기간은 너무 짧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업체가 TV나 스마트폰을 리퍼(재생) 부품으로 수리했다면 수리 시점부터 1년간 품질 보증 기간이 추가로 적용된다.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 전화기, 집 전화, TV 등의 서비스가 세트로 구성된 통신결합상품을 이용하다 특정 상품에 문제가 생겨 이용계약을 해지해도 위약금을 물지 않게 됐다. 과거에는 결합상품을 사용하다 집 전화가 문제가 있어 이용계약을 해지할 경우 TV와 초고속 인터넷 등에서 할인받은 금액을 위약금으로 내야했다. 다만 위약금 면제 대상에 이동통신 계약은 제외된다.
소비자의 예식장 이용계약 취소에 대한 위약금은 강화됐다. 과거에는 예식일로부터 2개월 내에 취소하면 통상 총비용의 10% 수준인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냈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예식일 한 달 전에 취소하면 총비용의 35%, 1~2달은 20%, 2~3달 전에는 10%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이승훈 매일경제 기자 / 한국교직원신문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