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 자고 싶은데
눈이 떠졌다
새벽에 깨는 날이 많아졌고
깨면 쉬이 잠들지 못하고
두어시간씩 멀뚱거리거나 뒤척인다
생각이 많아진다는건
속이 깊어진다는 뜻이라지만
나의 새벽 불면(不眠)은 그런게 아니다
물론 깨어있으니
이런저런 생각을 안하진 않지만
그건 성찰이나 사유가 아니라
막연한 공상이나 상상,
혹은 단순한 회상의 나열 같은 거다
2.
한 이틀정도 추워지더니
오늘은 다시 기온이 오르나 보다
나는 몸에 열이 많아서
인삼을 먹으면 볼이 빨개진다
겨울에도 바닥에 온기가 있거나
방안 공기가 따시면
더워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과 머무는 거실은 몰라도
내가 자는 방은 겨울에도 보일러를 켜지않고
창문도 조금 열어놓기 때문에
식구들이 겨울에 내 방에 들어오면
무슨 시베리아냐며 기겁 ㅋ
지금도 바깥의 기온 변화를 아는 것도
창문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문득,
아주 오래전 어느 겨울에
내 살을 만지면 따뜻한 난로같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참 이상도 하다
여름엔 안그런데
왜 겨울엔 몸이 따뜻해 지는지...
3.
회상은 향이나 노래가 동반되기도 한다
어떤 특별한 향이나 노래가
과거의 특정한 순간으로
나를 데려다 주기도 한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길을 가다 문득 바람결에 느껴지는 향수,
한때 익숙했던 그 향이
어떤 사람과
그와의 시간들에 대한 기억을
우르르 떠올리게 하거나
라디오에서 흐르는 어떤 노래가
수십년과 수백킬로의 시공(時空)을 넘어
나를 그때 그곳으로 옮겨 놓거나
그런다는 얘기다
이 노래도 그렇다
눈을 떠서 이런저런 사이트를 들여다 보다가
정말 오랜만에 들은 이 노래,
가을이라서 그런가?
새벽이라서 그런건가?
참 좋다
어찌나 좋던지
노래가 끝나고 유튜브를 열어 또듣고
급기야는
하마트면 머리맡에 놓인 기타를 들고
퉁기면서 부를뻔 했다
이 새벽에
동네방네 층간소음
민폐라서 겨우 참았다 ㅋ
https://youtu.be/5gNnv2op9-c?si=jjstUgJlElt-iE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