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민물낚시만 하던 제가 바다낚시에 입문한 시기는 1991년 1월입니다.
같은 촌동네에 사는 선후배와 함께 4명이서 임원방파제에서 감성돔을 낚아보기로 의기투합한 게
시초입니다. 물론 여러 번 놀이삼아 "자새"를 얻어 우럭 몇 마리를 건져먹은 적은 있지만 바다낚시
를 했다고 하기엔 쑥스러운 일이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이니 그 시절의 낚시 바이블인 "월간낚시"와 "낚시춘추"를 몇일간 숙독한 후
남대문 도매상가로 직행..... 생초보인 우리에게 추천한 것이 "원다 슈퍼카본 원다 1-530, 시마노 바
이오 마스타인가(?) 2500번 릴"과 찌를 비롯한 각종 소품. 대는 최저가의 완전 초보용품입니다.
이 것들을 들고 현지 낚시점에 들르니 현지 임원낚시점 사장이 이 정도는 구비해야지 하면서 신세계
의 물품(당시에도 각 100만원 오버)들을 보여줍니다.
어쨌거나 4명이서 감성돔 2마리와 기억나지 않는 잡어 몇 마리를 잡으며 대 장정을 시작합니다.
얼마 후 또 4명이 제주행을 추진합니다.
부속섬인 차귀도 지실이 섬에 들어가 바다를 뒤덮은 고등어 덕분에 300마리 정도를 낚으며(그렇게
많은 고등어떼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온바다가 라면 물 끓듯이 끓어대는 모습이 충격적...) 갯바
위낚시에 빠지기 시작, 다음 날도 지겹게 물어대는 고등어에 녹초가... 귀찮아 내버려뒀는데.......
하! 갑자기 들고 있던 낚싯대가 바다에 처박힙니다.
이런 경험은 처음...물속에서 뭔가가 당기기에 빼앗기지 않으려 용썼다는 말이 맞을 듯.
릴 핸들을 돌려도 잘 돌아가지 않고, 낚싯대도 들리지 않고( 당연한건대 이 시기엔 그걸 모르고
모조리 장비탓을 합니다.) ... 그래도 끈질기게 버티며 들어올리고 감기를 오랫동안 하니 수면에
"뻘건 무엇이...참돔이죠, 1m는 되어 보이는 놈"이 떠 오릅니다.
뜰채를 대는데 이 놈이 들어가질 않습니다.
이런 걸 초보들이 어거지로 하다보니 참돔대가리만 때리게 되고... 결국엔 유유히 떠나는 그 놈만
멀거니 쳐다보고 말았습니다. 미끼인 고등어가 딸려나왔는데... 이빨 자국이 선명한 것을 보고 자를
들이대니 30cm 정도. 참돔 아가리 속으로 그만큼이 들어간거죠. 이빨 자국에 쓸린 고등어가 거의
걸레네요 ㅠ
마침 곁엔 아쉬움에 가득찬 저희를 쳐다보는 제주꾼이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당시에 바다낚시에서 경지에 오른 분이더라구요. 물론 이름도 낚시책에서 본 기억도 있고.
제주대 교수로 재직중인 교수님인데 다금바리와 돌돔 낚시의 달인이라 불리신 분입니다. 그 분께
나머지 2일 동안 낚시방법과 장비에 대해서 강의(?)를 들었었습니다.
그 때 추천받은 게, 낚싯대는 "가마카츠"의 경기 지누 스페샬과 "시마노" 인해(린카이) 시리즈, 릴은
"다이와"의 토너먼트 시리즈와 "시마노"의 트윈파워, 스텔라...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고르라
합니다. 어차피 예비적 용도의 장비가 필요할 듯 해서 모두 구입해서 본격적으로 갯바위낚시에
뛰어듭니다.
당시 선택된 장비(이후 틈틈히 추가 포함 - 2000년경)
1. 낚싯대
가마카츠 G Ⅲ 0.8-53, 1-53, 1.7-53
가마카츠 구레 경기 1.5-53, 1.75-53, 구레 원정 2-53, 2.5-53
가마카츠 지누 경기 0-53, 1-53, 지누 스페샬 53
시마노 린카이 스페샬 1-53, 린카이 인터라인 1-53
삼우 토너먼트 X 이소 1-53, 1.75-53, 2.5-53
선우 4000 진기1-53, 에이스 진기1-53, 포스 진기 1-53
신신 신검 스페샬 1-53
동미 미완성 1-53
뜰채 - 원다 테크노스 55
삼우 토너먼트 50
가마 멀티플렉스 50~60
* 다이와는 없었네요.
2. 릴
다이와 엠블렘 X 2500C
다이와 토너먼트 Z 2500LBCD, Z 3000 LBC
다이와 에어리티 2500, 세르테이트 2500, 3500, 칼디아 4000
다이와 임펄트 2500 LBCD
다이와 솔티가 Z 3500
시마노 스텔라 C 3000, 스텔라 SW 5000 PG
시마노 BB-X 2500 LB
3. 옷은 가마카츠, 시마노 반반
4. 보조 장비는 다이와
5. 갯바위 신발류는 다이와
6. 찌는 쯔리켄, 국산 청호, 예작수등.
기자쿠라는 훨씬 나중에 나와 사용한 적이 없는 것 같음, 3개 정도만 대마도에서 구입
6. 그 외 필요한 장비는 국산품
지금과 비교해 보면 그 시절 최고의 장비라도 현재와는 차이가 많습니다.
그래도 현지에서 만나는 조우들과의 토론(?), 사용 경험을 취합해 보니 나름 결론이 나오네요.
낚싯대는 가마카츠, 릴은 다이와 그리고 액세서리는 시마노로 되더군요.
당시엔 국산 장비가 아주 허약해서 민물낚시와는 달리 바다낚시에선 찾지 않게 되더라구요.
그게 약 25년 이어진거죠.
갯바위낚시를 정리하고 선상낚시로 접어든 즈음, 릴은 경험상 다이와로 결정했는데 가마카츠 낚싯대
가 적당한 게 없어서 고민을 한 끝에 중고 다이와 선상대를 사용해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낚싯대마
다 특성이 달랐지만 나름 저를 흡족시켜줬습니다. 시마노 낚싯대는 대체로 국산 낚싯대에 비해 질감
에서 고급스러워 보였지만 물렁물렁한 연질의 특성이 많이 있어서 저한테는 갯바위낚시 시절부터 늘
별로였다는 느낌입니다.
갯바위낚시 시절과 다르게 지금엔 모든 제품의 선정에서 다이와를 우선시하게 되었네요.
물론 모든 꾼의 취향이 다르므로 일률적일 수는 없습니다.
사이사이에 어종별로 국산 낚싯대를 회사별로 사용했었는데, 항상 뒷 맛이 개운치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현장 테스트를 하지 않는 탓이라 여겨집니다. 부지런히 해서 좋은 물건을 만들면 좋겠는데
업체들이 영세하고 시장이 좁아서인지 아직 먼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다낚시에선 일산 제품을 찾는 분들이 적지 않아 제 경험을 공유하고, 물품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소개를 하는 것입니다.
국산품을 애용하는 분들에게는 비난의 소지를 제공하는 것일지는 모르나 글로벌시대에는 국산품,
외산품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자국내 상품이라고 특별히 사랑받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로 낚시를 제외하고 보면 운동화와 캐쥬얼을 선택할 때 저는 늘 국산 "P" 제품만 고집합니다. 저는
"북쪽 얼굴"의 상품은 걸쳐본 적도 없거든요. 요즘 급증하는 "수입차"도 그런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