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그림책 길은 여주에서 걸었어요. 여주에서는 매달 그림책 길을 걷고 있었지만 여주 밖 그림책 길동무들과 길을 걷는 건 1년 만이었지요. 손님이 오시니 마음은 바쁜데 이번 달 따라 여주에서 참석 못하는 분들이 많아서 마음이 동동거렸어요. 흥이 나야 하는데 불참 소식에 흥칫뿡 하고 있더라고요.
알죠. 참여인원은 중요하지 않다는거요. 그림책 길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비밀의 방과 같아서 참여한 누구나 원하는 것을 찾아 돌아갈 거라는 것도요.
모임을 앞두고 댓글로 참여인원이 올라오자 슬슬 다른 마음도 들었어요. 이 정도 인원이라면 오히려 행사 마치고 기적님 다실에서 차를 대접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이런 것들요.
파사성 안내판 앞에서 데려온 그림책을 나누고 서로 인사를 하고
헉헉 거리는 숨을 내뱉으며 성곽길을 올랐어요. 햇볕에 달구어진 돌은 맨발로 걸으니 따뜻했고요, 정상 춥다고 끼어입은 옷은 무겁고 거추장스러웠지요.
이런 하늘 아래, 구월이는 맨발로 뛰어다니고, 뻔데기는 오카리나를 몇번이나 들었다가 놓았다지요.
제가 데려간 ‘흥’ 그림책은 <은혜씨의 포옹>이었어요. 기죽지 않는 자신감을 기본으로 하는 은혜씨의 기운이 부러웠어요.
“흥! 긴장할 게 뭐 있나요~ 긴장이 없어요. 저는. 아예. 저는 잘하니까.”
요즘 저는 머뭇에서 슬슬로 움직이고 있어요. 움직이다 보면 은혜씨처럼 나는 나니까, 기운 좋게, 기세 좋게, 어깨 쫙 펴고 얘기할 수도 있겠죠? 누가 뭐래도 흥, 그래서 어쩌라고요 하면서요.
그날의 저녁 하늘은 이랬어요. 기대했던 노을은 못 만났지만 마음 속 비밀의 방은 만났지요. 길동무들의 방에 들어가 볼 수도 있었고요.
여름에 큰 맘 먹고 2미터 되는 긴 테이블을 집에 들였어요. 그 후 매주 금요일 밤이면 부부들이 모여 그림책 이야기를 나눠요. 지난 토요일 그림책 길 동무들과도 이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지요.
멋진 날이었어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다리를 모로 세우고 끼어 앉았던 사람들과 웃음소리, 시끌벅적 분위기가 생각나요. 또 오세요! 올해는 김장을 더 해야 할까봐요. 기적님의 귀한 차도 음미해 보셔야죠^^
첫댓글 더 하세요, 또 갑니다, 무조건 갑니다
비밀의 공간, 따스한 햇살, 흐~음 완전 맛난 냄새!! 저도요 저도요~~ p.s. 여주 그림책 동무들, 늘 든든합니다! 머뭇슬슬 나님, 부부그림책 모임도 기대 짱!
감사합니다....
여주로 슬슬 가볼까요?
슬슬
슬금슬금
슬그머니
암요 가지요
머뭇님과 나님
처음처럼님
소향님
다가치님
이야기꽃님
구월이와 기적님
자리내 주시면 언제든 가지요^^
정말 이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
너무 부럽습니다. 이번 일정이 겹쳐서 못 갔는데 이리 소식 보여주시니 반갑고, 부럽고, 즐겁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