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나 그림책을 그 어떤 책보다 좋아하는 이유는 읽고 나면, 묵직한 울림이 메아리가 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도 그 여운은 잔물결이 되어 멀리멀리 퍼져 나간다. 그 미세한 움직임은 의식은 물론, 생활까지를 바꾼다. 동화나 그림책은 한마디로 철학서다. 특히 톨스토이의 단편이나 안톤 체홉, 오스카 와일드, 생떽쥐베리의 책은 한 번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두고두고 아껴가며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
이번 발제가 철학서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본이다.
서양의 경우, 유럽의 엘리트 양성을 담당해 온 교육기관에서는 오래 전부터 철학과 역사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쳐 오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간판 학부 PPE(philosophy, politics and economics 철학, 정치학, 경제학 융합 과정 –옮긴이 )에서는 철학이 철학, 정치학, 경제학이라는 세 학문 중에 철학을 필두로 꼽고, 프랑스의 고등학교 과정인 리세에서도 이과와 문과를 불문하고 철학이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에아의 첫날 첫 시간에는 전통적으로 철학 시험이 실시된다고 한다. 최고의 혁신가들이 모인다는 아스펜 연구소에서는 아스펜 산기슭에 모여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홉스, 로크, 루소, 마르크스 등 철학과 사회학의 고전을 착실히 배우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이 책의 저자인 야마구치 슈가 철학이야말로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이 사회를 이루고 영위하는 데 크고 작은 역할을 맡고 있는 평범한 개인들이 철학의 본질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박수를 동의한다.
-교양 없는 전문가야말로 우리의 문명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다 .
-전문 능력이 있다고 해서 교양이 없거나 매사에 무지해도 되는 것일까 ?
일본 아스펜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인용>
철학을 배우지 않고 사회적 지위만 얻으면 문명을 위협하는 존재, ‘위험한 존재’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나 직장에서도 보면 그런 사람이 많다. 정말 대책 없고 골치 아프다.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만 하는가? 라는 로버트 허친스 교수의 질문에
1.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한다.
철학을 배워서 얻는 가장 큰 소득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해석하는 데 필요한 열쇠를 얻게 해 준다는 점이다.
지금 전 세계는 교육 혁명 중이다. 그 중 핀란드가 가장 독보적이다, 고정 커리큘럼을 없애거나 교과별 수업을 하지 않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서당교육과 같은 무학년제의 오래된 교육 시스템이 부활과 일맥 상통한다.
변증법은 어떤 주장 A와 그에 반대, 또는 모순되는 주장 B가 있을 때 어느 쪽도 부정하지 않고 통합하여 새로운 주장 C로 진화해가는 사고 과정을 말한다. 이때 통합과 진화는 나선형으로 일어난다. 옆에서 보면 지그재그로 상승하는 운동으로, 위에서 보면 원형의 회전 운동으로 보인다. 발전과 복고가 동시에 일어나는 형국이다.
메이지 시대, 부국강병 정책, 서당식 교육도 그 예다. 오래된 시스템은 발전적 요소와 함께 돌아오기 마련이다. 철학은 모든 문제의 가장 강력한 해결 수단이다. 현명한 생각법을 제공해 주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2.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운다.
철학을 통해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울 수 있다 .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what 의 문제’와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하는 ‘How 의 문제’ 이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설득력이 있다고 여겨지면 이것이 한동안 정론으로 인식된다.
철학이 비즈니스맨에게 도 중요한 이유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현재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예전에 잘 운용되었던 체제도 현실의 변화에 따라 바꾸어 나가기도 해야 한다.
기업을 가리켜 영어로 고잉컨선 going concern 이라고 하는데, 이는 ‘영원히 계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조직’이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기업이 점점 변화해 나간다는 사실이 전제되어 있다. 변화에는 반드시 부정이 동반된다. 지금까지의 사고관과 일하는 방식을 부정하고 새로운 사고관과 업무 방식을 점차 받아들이는 것이 ‘변화’다.
3.어젠다를 정한다
과제를 정하는 일이 바로 혁신의 출발점이므로 상당히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있어서 일을 했다. 애초에 해결하고 싶은 과제 또는 어젠다가 없다는 사실에 있다. 과제 설정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열쇠는 ‘교양’에 있다. 눈앞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혁신은 지금까지 당연했던 일, 상식을 의심하는 것에서 비로소 혁신이 시작된다. 그냥 넘어가도 좋은 상식과 의심해야 하는 상식을 판별할 줄 아는 안목을 갖추는 일이다. 이러한 안목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공간축과 시간축에서 지식을 확산하는 일, 즉 교양을 갖추는 일이다.
스티브 잡스는 캘리 그래피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었기에 ‘컴퓨터 폰트는 왜 이렇게 안 예쁠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었다 . 체 게바라는 플라톤이 내세우는 이상 국가를 알고 있었기에 ‘세계 상황은 왜 이다지도 비참할까?’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었다.
4.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철학을 배우는 마지막 이유는 두 번 다시 비극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다 .
철학은 ‘평범함 사람’이 배우는 데는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실무자로 불리는 사람들은 개인의 체험을 통해 얻은 편협한 지식에 의거해 세계상을 그리는 일이 많다.
새로운 유형의 인류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철학을 배워야 한다.
나는 이 책에서 악의 평범성에 대해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매스컴을 온갖 도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다. 우리의 착한 이웃으로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인간으로서는 차마 저지를 수 없는 일들을 태연하게 자행한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악의 근원에 끈임 없이 흔들릴 수 있는 여린 영혼의 소유자다. 그래서 우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매순간 자신의 영혼들을 가다듬을 노력들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악은 어느 틈엔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곁에 착 달라붙어서 나와 함께 숨 쉬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보편적 가치와 새로운 질서에 부응하는 올바른 길, 진리와 자유, 정의와 사랑의 길을 다시 찾고 싶다. 그래서 철학이라는 무기로 자신을 지키고 싶다.
나는 31일 김해 봉하 마을로 간다. 그곳에 가서 새로운 질서를 열어 보려는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고 오려고 한다.
그리고 친절한 철학 입문서의 목차를 올린다. 꼭 읽어 보시길!
2부.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50 가지 철학 사상
1장 ‘사람’에 관한 핵심 콘셉트
왜 이 사람은 이렇게 행동할까 ?
01 타인의 시기심을 관찰하면 비즈니스 기회가 보인다. /프리드리히 니체 _르상티망
02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카를 구스타프 융 _페르소나
03 성과급으로 혁신을 유도할 수 있을까?. / 에드워드 데시 _예고된 대가
04 사람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 _수사학
05 노력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신은 말하지 않았다. /장 칼뱅 _예정설
06 타고난 능력이란 없다 , 경험을 통해 인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존 로크 _타불라 라사
07 자유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을 동반한다./에리히 프롬 _자유로부터의 도피
08 불확실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인간의 본성/버러스 프레더릭 스키너 _대가
09 인생을 예술 작품으로 대한다면/장 폴 사르트르 _앙가주망
10 악의가 없어도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 /한나 아렌트 _악의 평범성
11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일수록 인맥이 넓지 않다. /어이브러햄 매슬로 _자아실현적 인간
12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꺼이 생각을 바꾸는 사람들/리언 페스팅어 _인지 부조화
13 개인의 양심은 아무런 힘이 없다. /스탠리 밀그램 _권위에의 복종
14 언제 일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_몰입
2 장 ‘조직’에 관한 핵심 콘셉트
왜 이 조직은 바뀌지 않을까?
15 뛰어난 리더의 조건/니콜로 마키아벨리 _마키아벨리즘
16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존 스튜어트 밀 _악마의 대변인
17 붕괴된 가족과 공동체의 새로운 대안 /페르디난트 퇴니에스 _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
18 혁신은 새로운 시도가 아닌 과거와의 작별에서 시작한다. /구르트 레빈 _변화 과정
19 권위를 만드는 세 가지 요소 /막스 베버 _카리스마
20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함께 일해야만 하는 이유 /에마뉘엘 레비나스 _타자의 얼굴
21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진다. /로버트 킹 머튼 _마태 효과
22 협조할 것인가 , 배신할 것인가? /존내시 _내시 균형
23 왜 기장이 조종할 때 사고 발생 확률이 더 높을까? /헤이르트 호프스테더 _권력 거리
24 안정이 계속될수록 축적되는 리스크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_반취약성
3 장 ‘사회’에 관한 핵심 콘셉트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25 어떻게 시스템은 인간을 소외시키는가? /카를 마르크스 _소외
26 독재에 의한 질서 vs 자유가 있는 무질서 /토머스 홉스 _리바이어던
27 구글은 민주주의의 소호자가 될 수 있을까? /장 자크 루소 _일반의지
28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애덤 스미스 _보이지 않는 손
29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찰스 다윈 _자연도태
30 업무 방식 개혁 앞에 놓인 무서운 미래 /에밀 뒤르켐 _아노미
31 경제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관계 /마르셀 모스 _증여
32 성 편견으로부터 어마나 자유로운가? /시몬 드 보부아ㅡ _제 2 의 성
33 재빨리 도망칠 줄 아는 사람이 승리한다. /질 들뢰즈 _파라노이아와 스키조프레니아
34 공평한 사회일수옭 차별에 의한 상처가 깊다. /세르주 모스코비치 _격차
35 감시당하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 /미셸 푸코 _패놉티콘
36 사람들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다르게 보이기 위해 돈을 쓴다. /장 보드리야르 _차이적 소비
37 보이지 않는 노력도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거짓말 /멜빈 러너 _공정한 세상 가설
4 장 ‘사고’에 관한 핵심 콘셉트
어떻게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38 ‘결국 이런 뜻이죠 ?’라고 말하면 안 되는 이유 /소크라테스 _무지의 지
39 이상은 이상일 뿐 , 환상에 사로잡히지 말지어다. /플라톤 _이데아
40 오해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 _우상
41 생각은 아웃소싱할 수 없다. /르네 데카르트 _코기토
42 진보는 나선형 발전으로 이루어진다. /게오르크 헤겔 _변증법
43 사고의 폭을 넓히고 싶다면 어휘력을 길러라. /페ㅡ디낭 드 소쉬르 _시니피앙과 시니피에
44 때로는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에드문트 후설 _에포케
45 과학적인 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 /칼 포퍼 _반증 가능성
46 에디슨은 축음기를 유언장을 대체품으로 발명했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_브리콜라주
47 조급해하지 마라, 세상은 그렇게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토머스 쿤 _패러다임 전환
48 이분법을 넘어서 /라자크 데리다 _탈구축
49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앨런 케이 _미래 예측
50 사람은 뇌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생각한다. /안토니오 다마지오 _신체적 표지
철학을 배우는 새로운 방법
이 책을 여타 철학 입문서들과 구별 짓는 핵심은 다음 세 가지다 .
1.목차를 시간축으로 구성하지 않는다.
2.현실의 쓸모에 기초한다.
3.철학 이외의 영역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