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삼백쉰세 번째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
일반적으로 고래들은 12Hz에서 25Hz 사이의 주파수로 의사를 소통하는데 이보다 높은 주파수인 52Hz 내외의 음파를 발신하는 고래가 있답니다. 이 고래는 동료와 소통하기도 어렵고 게다가 아무리 짝을 구하는 신호를 보내도 암컷이 알아들을 수 없으니 홀로 외롭게 죽는답니다. 그래서 이 고래의 다른 이름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 The world's loneliest whale’이라고 합니다. 타국 여행길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매일 아침 요리사가 와서 아침을 준비해 주는데, 그곳 요리에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 입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요리사에게 내 엉터리 영어로 내 것만 향신료를 빼고 약간 짜고 맵게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온갖 몸짓과 표정으로 열심히 설명했는데도 그 현지인은 영어는커녕 내 말을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들어주었습니다. 식사 시간에 되어서 자리에 앉으려는데 그가 다가와 다른 자리에 앉도록 안내했습니다. 그가 가리킨 자리에 앉아 내 접시의 음식에 코를 갖다 대었더니 향신료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약간 매운맛도 났습니다. 아까 얘기할 때는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더니 내 말을 이해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빌라 매니저에게 훌륭한 요리사라고 칭찬했더니 자기에게 전화해서 내가 사용한 단어 몇 개를 말해 주길래 아마도 향신료 때문인 듯싶어서 그리 말해 주었다는 겁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났지만, 열심히 의사를 전달하려고 노력했고, 그는 열심히 듣고 내 처지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한 결과였습니다. 상대의 처지에서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서로의 노력이 소통임을 배웠습니다. 외로운 고래가 되지 않는 방법, 그것은 서로의 눈높이, 이해의 수준을 맞추는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