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왈츠의 탄생 ‘왈츠’하면 우선 생각나는 것이 주옥같은 멜로디가 흐르면서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른바‘빈 왈츠’이다.빈 왈츠는19세기 초엽에 요제프 라네르(Josef Lanner, 1801~44)와 요한 슈트라우스1세(Johann Straub, 1804 ~49)에 의해‘도입부-(당시에 곡수의 제한 없이 무한정 나열되던 것을) 5곡으로 제한된 왈츠 모음-코다’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정형화된 것이다. 이중에서 도입부는 곡에 따라 길이의 차이가 있고,코다에서는 도입부의 일부가 다시 연주된다. 그리고 중간에 들어가 있는 각 왈츠는 대부분 16마디로 구성된 A부분, A와 동일한 마디수를 갖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B부분,그리고 A의 반복으로 구성된다. 앞의 A와B는 각각 반복된다. 그러니까 도식화하자면 ‘AA-BB-A’가 되는 셈이다. 이 형식은‘왈츠의 황제’로 일컬어지고 아버지(요한 슈트라우스1세)와 이름이 동일한 요한 슈트라우스2세(1825~99)에 의해 계승된다. 왈츠(영어: waltz,독어: Walzer,불어: valse)는3/4박자 계열의 무곡으로서,그 명칭은 ‘회전하다’ 혹은 ‘구르다’의 의미를 지닌 독일어의 ‘발첸(Walzen)’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용어는 처음에는 회전운동을 말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되다가,점차로 오스트리아,남부 독일의 고원지방에서 발생한 어느 일정한 무곡을 지칭하게 되었다. 왈츠는 뛰는 동작이 많은 ‘슈프링탄츠(Springtanz)’와는 반대로, 발을 바닥에서 회전시키는 동작을 요구하는 원무곡으로서 이 춤의 직접적인 선조로는,학자들간에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일반적으로‘독일 춤곡(Deutscher Tanz)’,오스트리아의 민속 무곡인‘랑가우즈(Langaus)’그리고 특히 오스트리아의 린츠 부근의 란델 지방에서 유래된 느린 템포의‘랜들러(Ländler)’로 알려져 있다. ■왈츠의 유행 무도로서의 왈츠는‘파트너와 밀착되게 껴안고 추는 춤의 시초’라는 의의가 있는데,그 때문인지 이미 왈츠가 탄생하는18세기 후반기부터 일반대중들 사이에서 성행한 듯하다.관청에서는 이 춤을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금지시켰지만 그때마다 별 효과가 없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귀족과 평민 사이의 계급적 갈등을 해소시키기 위해‘레두트(Redoute,가장 무도회)’를 정책적으로 장려했던 계몽군주요제프2세는1781년에3천 명의 남녀 시민을 궁중에 초대하여 성대한 무도회를 개최했고,이러한 개방적 사회 분위기는 왈츠의 성행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파트너와 너무 밀착된 간격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여전했고, 빌헬름2세가 영도하는 북부 독일의 프로이센 제국에서는 이러한 춤이 공식적인 궁중 무도회에서는 여전히 금지되고 있었지만,왈츠는19세기에 들어서면서,특히 1814~15년에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개최된 ‘빈 회의’를 계기로 전 유럽 사회의 모든 계층에 급속히 유행한다. ‘빈 회의’란 나폴레옹이 엘바 섬으로 유배된 후,오스트리아,영국,러시아,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한 유럽 열강들이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모여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으로 헝클어진 유럽의 질서를 회복하고 바로잡으려 한 모임을 일컫는다. 산업의 발달은 집약적 노동시간과 여가시간의 분리를 점차 확대시켰고, 사람들은 노동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여흥을 긴장완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마디로‘여흥’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획득했다. 음악은 이들의 문화적 향수권에 대한 가장 접근하기 쉬운 수단이었고,이와 더불어 춤은 여흥을 위한 대표적인 방편의 하나였던 것이다. 1867년에는 파리에만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하는400개가 넘는 공공 무도회장이 범람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라 하겠다. ■ 프렌치 왈츠와 보스턴 왈츠 19세기로부터 20세기로 넘어오면서 ‘빈 왈츠’외에 또 다른 종류의 왈츠가 생겨났다. ‘빈 회의’무렵에 이미 ‘빈 왈츠’와는 확연히 구별되던 ‘프렌치 왈츠’와, 1875년에 미국에서 탄생한 ‘보스턴(Boston)’이 바로 그것이다.프렌치 왈츠는3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각 부문의 템포는 다음과 같이 점증적으로 빨라진다. 1)발스(Valse) : 3/8박자 혹은3/4박자: Andante 2)소토스(Sauteuse) : 6/8박자: Allegretto 3)주테(Jeté) : 6/8박자: Allegro에서Presto까지 이에 반해 ‘보스턴’은 느린 템포에서 미끄러지듯 추는 왈츠이다. 보스턴은‘느린 왈츠’혹은 ‘영국 왈츠’라고도 불려지고, 1920년경에 단조의 센티멘털한 선율로 작곡되어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영국 왈츠는 빈 왈츠와 더불어 오늘날 스탠더드 춤으로 간주되고 있다. ■ 연주회용 왈츠 실용적 기능과는 무관한‘연주회용 왈츠’피아노곡도 작곡되었다. 최초의 연주회용 왈츠는 후멜이 1808년에 작곡한〈아폴로 홀을 위한 춤〉이며,이어서 베버는1819년에 그 유명한〈무도회의 권유〉를 세상에 발표했다. 이 곡은 프로그램적 소재를 사용한,낭만적 연주회용 왈츠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도입부-왈츠의 모음-코다’의 형식을 구사하여,위에서 언급한 ‘빈 왈츠’의 정형화에 영향을 끼쳤다.여러 곡의 왈츠가 연이어지는 주요 부분에는 론도적 요소가 혼용되어 있다.이 곡은 쇼팽,슈만,요한 슈트라우스2세 등 왈츠 작곡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오늘날에는 베를리오즈가 1841년에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것이 더 자주 연주되고 있다.
연주회용 왈츠는 이후 쇼팽,리스트,브람스 등에 의해 작곡되면서 예술음악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특히 쇼팽의 왈츠는 실용음악으로서도 애용되었다.슈만이 쇼팽이 작곡한〈왈츠〉(Op.40)에 관해“사람들이 춤을 추기 위해 그에게 이 곡을 청했을 때,춤을 추는 여인들의 절반 이상이 귀족들의 영애였다”라고 언급한 내용은 이를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19세기 후반기 들어 위대한 작곡가들에 의해 발표된 연주회용 왈츠는 두 종류로 구분될 수 있다.그 하나는 실내악적인 성격을 지닌 작품으로서,슈만과 브람스의 작품들이 여기에 속한다(슈만:〈카니발〉의Valse noble, Valse allemande,앨범브래터의 여러 왈츠 곡들,브람스: Op.39).브람스는 피아노용 왈츠 외에〈사랑의 노래(Liebeslieder)〉라고 명명한4중창용 왈츠 곡(Op.52, Op.65)과,이것을 피아노 연탄곡(Op.52a와Op.65a)으로 편곡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종류는 피아니스트의 탁월한 기교를 요구하는 비르투오소적 성격을 지닌 작품들이다.쇼팽의〈화려한 대왈츠〉와 리스트의〈메피스토 왈츠(Mephisto-Walzer)〉가 여기에 속한다. <출처: 서양음악사100장면(2),pp.219~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