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코스 : 서운면 사무소 - > 청룡사
25코스 걷기를 마치고 이제부터라도 되도록 코스 순서대로 순방향으로 걷기로 하였기에 26코스를 걸어가고자 했으나 겨울철 산불 예방 기간이 되어 국유림을 통과할 수 없다. 어찌할 수없이 42코스를 걷기로 하였다.
경기 둘레길 42코스 종착지인 서운면 사무소에 타고 온 승용차를 주차하고 시작점인 청룡사에 가고자 택시를 호출하였더니 운행할 수 있는 여유 차량이 없다고 한다.
잠시 기다렸다가 또다시 전화하였으나 카카오 택시를 호출하면 혹 가능할 수가 있다고 그쪽으로 문의하라고 한다. 하지만 카카오 앱을 설치하지 않아 이를 이용할 수도 없었다.
어찌할까를 망설이다. 동행한 김 총무와 42코스는 거리가 짧으니 종착지인 이곳 서운면 사무소에서 시작점으로 걸어가고 종착지에 가서도 교통편이 여의치 않으면 걸어서 되돌아오자는데 의견이 일치하여 역방향으로 걷기로 하였다.
서운면 사무소에서 도로를 따라 천변으로 걸어가 신촌 3교를 지나니 안성들판이 펼쳐졌고 가야 할 서운산이 나지막이 솟아 어서 오라 손짓하고 있는 듯하였다. 서운산을 마주 보고 걸어가니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하다.
들녘의 방아동을 지나 포도 박물관에 이르렀다. 안성은 과일의 여왕이라 불리는 포도의 고장이다. “1901년 프랑스 선교사가 구포동 성당 내에 묘목을 심은 이래 1925년 신도들이 본격적으로 대량 재배를 시작한 것이 우리나라 포도 재배의 효시가 되었다.”라고 경기 둘레길 홈페이지는 적고 있다.
포도의 고장 안성에 와서 포도 맛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서운산 기슭으로 진입하였다. 양지바른 곳에 앞이 탁 트여있기 때문일까? 등산로 여기저기에 묘지가 자리하고 있다. 등산로는 다소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쉬고 싶었지만 혹 청룡사에서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다시 또 걸어와야 하는 관계로 조금의 시간이라도 아끼고자 쉬지 않고 걸어간다.
하지만 등산로는 예상을 뛰어넘는 오르막이 계속되었다. 오르면 더 높은 그곳에서 손짓하는 능선이 눈앞에 보이지만 다가서면 더 높은 봉우리가 계속하여 나타났다.
절대 온화하지 않은 찬바람이 간간이 불어대는 겨울 날씨였지만 오르고 또 오르는 등산로에서 땀방울이 맺히고 급기야는 웃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흐르는 땀을 닦는다.
헉헉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서운산 오르는 등산로에서 7km가 되지 않는 6.4km의 짧은 거리를 당당하게 경기 둘레길 42코스, 예상시간 2시간 7분, 난이도 중간으로 독립된 1구간으로 지정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다는 옛말을 새기며 쉬지 않고 진행하여 탕흉대에 이르렀다. 가슴을 씻어주는 정자라는 이름을 지닌 탐흉대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있을까 ?
“ 탕흉대의 의미는 어원적인 측면과 풍수지리적인 측면으로 구분하는데 어원적인 면은 앞이 확 트인 넓고 넓은 곳의 앞이나 둔덕에 서니 모든 희로애락이 가슴속에서 속 시원하게 바람과 함께 아득히 사라지는 것 같은 기운을 표현한 것이고, 풍수지리적 의미는 혈의 위치에서 볼 때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모였다가 빠져나가는 공간을 말한다.”라고 안내문은 적고 있다.
서운산의 최고의 조망지 탕흉대에 서니 찬바람이 옷깃을 적신다. 비록 구름 낀 날씨가 되어 망망대해의 서해는 조망할 수 없을지라도 서운면의 들녘은 사방팔방 막힘없이 탁 트여 광활하게 펼쳐진 들녘에서 가슴을 뛰게 하였다.
‘긴 파람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라고 외쳤던 절제 대감과 저들이 대장부면 나 또한 대장부라고 외쳤던 임경업 장군의 장부다운 호연의 기상이 탐흉대에서 느낄 수가 있는 기운생동과 무엇이 다르랴!
탕흉대에 오르니 홍진의 때가 말끔히 씻겨지며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 같다. 탕흉대를 내려서니 경기 둘레길은 우측으로 방향을 전환하는데 등산로가 나무들로 가려져 있어 길 찾기에 주의를 요했다.
직진 방향은 서운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고 우측은 좌성사로 가는 길로 경기 둘레길이다. 고스락까지는 1.7km이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이런 곳을 만나면 항시 정상을 오르지 못하는 서운함은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서운산 고스락을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서운산의 유래를 더듬어 보며 하산을 한다. 서운산은 한남금북정맥 칠현산이 어머니 산이 되며 천안의 성거산을 자식으로 둔 금강의 울타리가 되는 금북정맥의 산이다.
아담하고 바위가 거의 없는 유순한 산세를 지녔다고 하는데 고려말 나옹화상이 청룡사를 중건하면서 청룡이 서운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하여 산 이름을 서운산 또는 청룡산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탕흉대를 내려서니 서운정이 있고 산성으로 보이는 성 돌이 여기저기 쌓여 있다. 서운산성이었다. 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의병장 홍계남(洪季男)이 북상하는 일본군을 방어하기 위해 의병을 지휘하여 수축(修築)하였다“ (인터넷에서 퍼옴)고 전한다.
고찰다운 기운과 멋을 느낄 수 없는 좌성사를 지나니 비포장도로의 넓은 길이 되었다. 숨을 헐떡이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넘어 내리막길의 완만한 넓은 길로 진행하니 두 사람이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가 네박자가 되었다.
4월 초가 되면 계곡과 능선에 진달래가 피고 5월이면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10월이면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는 길이지만 오늘은 차가운 겨울철이 되어 모두가 옷을 벗은 앙상한 나무 가지로 우리를 맞이한다.
비록 화사한 아름다움은 없을지라도 겨울나기에 몸부림을 하는 겨울의 숲속이 싫지 않다. 이곳에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를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있어 숨김없는 자연의 속살이 그대로 녹아 있다.
우리가 느끼는 봄의 화사함과 여름의 녹음과 가을의 단풍의 아름다움이 겨울의 생기발랄한 몸부림이 일구어낸 자연의 향기라면 그 본래의 모습이 바로 겨울의 숲속일 것이다.
겨울은 추워야 한다. 추우면 추울수록 봄이 더욱 봄답고 여름이 더욱 여름답고 가을이 더울 가을다워질 것이다. 사람도 ”추위가 한 번 뼛속 깊이 사무치지 않으면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 향을 맡을 수 있겠는가“<황벽 스님 박비향에서>
길에 취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청룡사에 이르렀다. “대웅전은 휘고 뒤틀린 나무를 껍질만 벗겨내고 그대로 기둥으로 삼은 독특한 건물이라 하였고 천대와 멸시를 받던 안성 남사당을 보살펴준 절이라고.”라고 경기 둘레길 홈페이지는 적고 있다.
대웅전을 향해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대웅전을 바라본다. 하늘을 향에 처마가 양 날개 되어 힘차게 뻗어있다. 이름을 지키고자 허리를 함부로 굽히지 않는 장부의 기상을 잃지 말라고 말해 주는 것 같다. !
”온 세상 어디를 둘러 보아도 비교할 수 없는 거룩한 부처님, 가련한 중생을 어여삐 돌봐주시어 저의 소원을 성취하게 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비옵니다.’라고 기원을 하였으나 부처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한 말씀을 건네주신다.
<대웅전 주련>
古佛未生前 : 옛 부처 나기 전에
凝然一相圓 : 한 상이 뚜렷이 밝았도다.
釋迦猶未會 : 석가도 몰랐거니
迦葉豈能傳 : 가섭이 어찌 전하겠는가
● 일 시 : 2023년 12월3일 일요일 흐림
● 동 행 : 김헌영 총무
● 동 선
- 13시00분 : 서운면 면사무소
- 13시20분 ; 포도 박물관
- 14시05분 : 탕흉대
- 14시35분 : 서운산성. 서운정
- 14시50분 : 청룡사
● 총거리 및 소요시간
◆ 도상거리 : 6.7km
◆ 소요시간 : 1시간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