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화외 4편/ 청솔 지용운
가을이 시위를 당기자
단풍군이 남하하기 시작했다
북으로부터 남하한 단풍군은 연합 전선을
이뤄 더 힘을 발휘한다.
정탐군 역할을 한 목 단풍은 애기 단풍까지
대동해 음밀한 정탐으로 길을 만들고
그 뒤를 따르는 활엽 연합군의 포화는
침엽수들의 엄호를 받으며 저항 없는 남하로
감성의 통로를 지배하며 남으로 남으로 진군한다
바람도 침묵으로 남하를 돕고
햇살은 넉넉한 배급로를 만들어 가을을 완성한다
단풍군의 침략은 겸허한 모국어 깃발을 고지에 꼽고
넉넉한 감수성의 전리품을 남기고
화려한 낙화로 승전가를 부르고있다
가을 풍경화는 이렇게 완성되어졌다
구절초
바다가 보이던 그 언덕
구절초 눈 부시면
애설피 살아오는 이름이여
가을날의 화관은 가난한 아이에게
간절한 노래였던가
그대
가을날 눈부신 신부여
구절초핀 동산 아름다운 동화를 기억하는가
세월이 몇번 바뀌어도
그 자리에서면
화인처럼 각인되어진
이 몹쓸 외로움은
멈출 줄 모르는 사랑에서 행복하나니
망각에 서툴은 나는
환한 향기로 다가오는 사랑 노래 부르며
또 다시 되내벼보는
이 가을날의 기도서에
구절초
외롭게 침묵하며 흔들리고있다
제비꽃
봄 언덕
부르는 소리 있어
겨울 잠긴 마음 열어
오르노라면
고향 떠난 시간 더듬어
외길 향기 따라 걷는 길에
어김없이 살아 오른 당신
작은 체구
가녀린 몸매
그 모습 그대로
실핏줄 겨운 인내로
매운 겨울 이겨내신
보랏빛 향기
봄길 고운 길목 터 잡아
환하게
환하게
삶을 빗질하신
제비꽃 당신
어둔 터널을 지나고
모진 삭풍 이겨내
봄꽃으로 날 피게 하신
제비꽃 당신
엄니 울 언니
낙엽
오래된 생각이
가로수 포도에 누워
바람에 바스락 거리고 있다
행인의 발길에 무심히 밝혀진 아우성으로
침묵의 오후는 그래서 소란스럽다
잠시 반짝이는 푸름의 빛살
못 견디게 아픈 이름이
심장을 에이는 창끝말로 다가와
벌레 먹은 낙엽 한 장 집어 든다
퇴색되어진 종말에
무심한 생각들은 종종걸음으로
흐린 하늘을 지나가며
표정도 생각도 그들의 삶에서 창백하다
퇴색이 오히려 빛나느 이름이기에
이 낙엽의 오후는
춤사위 고운 포물선에서 불온의 낱말은 사라지고
침묵의 인고에서 또 다른 푸름을 생각한다
목련의 지층
마음이 머문 삶의 지층에
층층이 쌓인 그리움의 파편은
진주가 되어 완고한가
한숨처럼 푹 꺼저버린 목숨
일회성과 영원성은 지층으로 퇴적되어진 공통점을 가져
진실한 내면에서 더 간절한가!
우연을 가장한 여정으로
흰 속살의 지속된 능멸에도
맨몸으로 외로운 고독이
복 받치는 울음이다
아
유배되어진 4월의 심층에
못 견디게 가슴 시린 목련의 흰 눈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