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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대국어 갑골문자 원문보기 글쓴이: 하늘아비
者 놈 자
지피다, 집다
者의 금문 者의 전문1
者의 전문2
者 자에 대한 기존의 자원(字源)은 ‘받침대 위에 나무를 쌓아 놓고 불을 때는 모양’이라고 합니다. 금문의 ① 부분을 ‘받침대’로 본 것이지만, 실제로는 ‘맞추다, 조절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口자입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老와 白의 합자로 ‘나이든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낮추어 말하다’에서 말하는 상대방을 가리켜, ‘놈, 사람’의 뜻을 나타낸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聖者(성자)나 王者(왕자) 등의 성어에서 者는 결코 ‘낮춤의 대상’일 수 없습니다.
皆의 금문 皆의 전문
者의 금문 자형의 윗부분은 잔 나뭇가지들을 겹쳐 쌓은 모양이며, 주위의 점들은 부스러기라는 표시입니다. ①은 口의 변형이며, 皆(다 개)의 축약으로 ‘그러모으다’의 의미입니다. 전문1 자형은 木의 윗부분에 곁가지와 아랫부분은 皆의 축약자가 놓여 있으며, 전문2 자형은 木의 가지들이 서로 끊어져[ⓐ] 있습니다. 전문2 자형이 본래의 者자이며, 잔가지들을 그러모아[皆 ; 이것저것 다] 놓은 형상입니다.
白의 금문 白의 전문
者의 아랫부분은 현재의 해서 자형에서는 白과 같은 모양이지만, 白의 금문 및 전문 자형과 비교해 보았을 때 전혀 다른 형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잔가지를 그러모아 놓은 형상’, 혹은 ‘잔가지를 그러모으는 일’을 상고대 국어에서 ‘짚다’정도로 발화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볏짚’에서 ‘짚’은 ‘짚다’의 축약입니다. 삭정이를 북한에서는 썩정이라고도 하는데, ‘섶’은 ‘썩정이’와 ‘짚다’가 합쳐진 것입니다.
지피다1 (1) 아궁이나 화덕 따위에 땔나무를 넣어 불을 붙이다.
(2) [북한어]잘 타도록 아궁이에 땔나무를 차곡차곡 쟁여 넣다.
지피다2 한데 엉기어 붙다.
지피다3 사람에게 신이 내려서 모든 것을 알아맞히는 신통하고 묘한 힘이 생기다.
상기 ‘지피다1의 (2)’와 ‘지피다2’에서 ‘짚다’와 유사한 어기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者의 독(讀) [자]는 상고대 국어에서 ‘지피다/짚다’가 ‘자피다/잪다’로 발음 되었던 것에 따른 것입니다.
‘짚다’는 ‘여럿 중에 하나를 꼭 집어 가리키다’, ‘상황을 헤아려 어떠할 것으로 짐작하다’는 의미를 나타내는데, 이로부터 지정하고 분류하는 의미와 비한정적인 기간의 의미도 도출되는 것입니다. 배달말 [자]가 함의하는 의미를 ‘짚다’로 분석한 것입니다.
기존의 일반적인 문법에서 者의 가장 대표적인 용법은 ‘대명사/대사’라고 하며, 또 어떤 경우에는 ‘어기사/휴지어기사’란 명칭으로 ‘특별한 뜻을 가지지 않고 문맥에서 휴지(休止)의 어기를 가진다’는 식으로도 설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者의 기본적인 문법 용도는 배달말의 의존명사입니다. 상기의 기존 문법 설명은 중국어에는 의존명사라는 것이 없기에 의존명사를 자기들 나름으로 분석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記者(기자), 學者(학자), 勞動者(노동자), 關係者(관계자), 消費者(소비자), 勤勞者(근로자) 등의 성어에 보이는 者의 [자] 소릿값은 ‘사람 제반’의 뜻이긴 하지만, 무한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특정 사항/분야’라는 한정적인 어기를 담고 있는 ‘제3인칭’의 어기를 나타내는 배달말 고유의 의존명사입니다.
배달말에서 者가 지시사와 결합한, ‘그자(者), 이자, 저자’에서는 者가 해당되는 사람을 조금 낮추는 어기를 담아내는데, 이는 ‘비한정적인 제3인칭’의 어기를 ‘한정적인(/지정된) 인칭’에 부여함으로써, ‘낮춤’의 어기가 만들어집니다.
반대되는 경우로 ‘당신(當身)’은 글자 자체는 재귀인칭(再歸人稱)이지만, 상대방을 직접 부르는 경우에는 ‘낮춤’의 어기를 만들어 내며, 또 직접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 대하여 부를 경우에는 극존칭의 어기가 만들어집니다. 모두 배달말 고유의 방화방식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인칭 대명사의 독특한 용법은 선진(先秦) 이전의 한문(漢文)과 현대 한국어에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어를 비롯한 여타의 언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용법입니다.
子曰 爲善者 天報之以福, 爲不善者 天報之以禍. 『明心寶鑑』
공자가 ‘선을 행하는 것에(≒자에) 하늘이 복으로써 갚을 것이고, 선을 행하지 않는 것에(≒자에) 화로써 갚을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상기 문장의 者는 ‘사람’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者의 훈독(訓讀) [놈 자]에서 ‘놈’은 현재는 상대방을 낮추는 속어로 쓰이지만, 옛말에서는 일반용어이기도 했습니다. ‘선을 행하는 사람은 하늘이 복으로써 갚는 것이다’와 같은 무미건조한 단순서술문은 거의 쓰이지 않는 표현입니다. 2,500년 전 사람인 공자(孔子)의 말로 전해지는 이 문장을 고대의 고졸(古拙)한 표현방식으로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者는 의존명사로 ‘것’에 해당합니다. 한국어의 의존명사 ‘것’의 독특한 용법 중의 하나인 ‘~한 경우’의 뜻을 나타내는 것과 같으며, 두 가지 이상의 경우나 상황을 대비적으로 나타내는 어기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여기서의 者는 현대국어로의 풀이는 ‘것’으로 해도 무방하지만, 고대 국어에서 [자]는 ‘것’과 ‘놈’의 뜻을 동시에 가졌던 것입니다.
절(節)이 의존명사와 결합하여 하나의 문장성분으로 되는 것은 배달말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방식입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와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다.’라는 두 문장을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인 것이다.’라고 했을 때, 의존명사 ‘것’이 하나의 문장/절을 전체 문장의 한 성분화 시키고 있습니다.
상기 명심보감의 문장은 가장 전형적인 한국어 문장이며, 다만 동사와 목적어의 위치만이 중국어식으로 바뀐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문(漢文)이란 상고대 배달말을 중국어식으로 개조한 것이기도 합니다.
君者 舟也, 庶人者 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荀子』
임금이란 자는(≒것은) 배인 것이고, 서인(庶人)이란 자는(≒것은) 물인 것이다. 물은 곧 배를 실으며, 물은 곧 배를 엎는다.
孝悌也者 其爲仁之本與. 『論語』
효제(孝悌)라는 자가(≒것이) 그렇게 인(仁)의 근본이 되는 것이여!
상기 두 문장의 者는 경우에 따라 ‘사람 제반’, 또는 휴지어기사(休止語氣辭)와 같은 모호한 문법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 역시 배달말의 의존명사 ‘자’의 일반적인 용법의 하나로 두 가지 이상의 상황과 사물을 대비적으로 비교하는, 즉 노출(露出) 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것’, ‘놈’과 마찬가지로 ‘자’ 역시 배달말의 의존명사의 한가지입니다.
煮 삶을 자
지피다, 졸이다
煮의 전문
煮의 전문 자형은 者와 火의 합자이며, 者의 ‘짚다’의 소릿값에 火로 뜻을 보충하여, ‘지피다(/아궁이나 화덕 따위에 땔나무를 넣어 불을 붙이다/[북한어]잘 타도록 아궁이에 땔나무를 차곡차곡 쟁여 넣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點煮海燔沙鹽稅多少及魚梁船稅多少. 『太祖實錄 7年 4月 4日』
바닷물을 지피고, 모래를 불사르는 염세(鹽稅)의 다소(多少) 및 어량(魚梁)과 선세(船稅)의 다소를 점고하였다.
상기 문장의 煮는 실록 국역본에는 ‘졸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졸이다 역시 배달말 ‘지피다(/한데 엉기어 붙다)’의 한 뜻이기도 합니다. ‘煮海’과 ‘燔沙’는 소금을 만드는 각각의 방법을 의미합니다.
煮鹽(자염)은 현재 사전적으로는 ‘바닷물을 졸여서 소금을 만듦’으로 정의되어 있긴 하지만, ‘지핀(/한데 엉겨 붙인) 소금’의 뜻입니다.
煮醬(자장 ; 장조림)에서도 煮는 ‘졸이다’의 뜻이기도 하며, ‘지피다’의 뜻이기도 합니다.
䰞 삶을 자
자글자글, 부글부글
䰞의 전문
䰞의 전문 자형은 䰜(다리굽은솥 력)과 者의 합자입니다. 䰜에 보이는 두 개의 弓은 ‘가열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者의 ‘짚다, 짛다’가 ‘지피다(/아궁이나 화덕 따위에 땔나무를 넣어 불을 붙이다)’로 쓰여, 의성어(擬聲語) ‘자글자글(/적은 양의 액체나 기름 따위가 걸쭉하게 잦아들면서 자꾸 끓는 소리), 부글부글(/많은 양의 액체가 야단스럽게 잇따라 끓는 소리)’의 소릿값을 나타냅니다.
현재는 煮와 동자(同字)로 취급하고 있지만, 煮는 ‘졸이다’의 뜻을 나타내며, 䰞는 그 의성어를 나타냅니다.
赭 붉은흙 자
붉게 지피다, 벌겋다, 뻘
赭의 전문
赭의 전문 자형은 赤과 者의 합자입니다. 赤은 火의 위에 사람의 모양인 大가 놓여 있는 모양인데, ‘벌거벗다/뻘거벗다’의 소릿값을 나타냅니다. 者의 ‘지피다(/불을 붙이다)’와 赤의 ‘뻘거벗다’에서 [뻘] 소릿값을 가차하여, ‘지핀 듯이 뻘겋다’로 ‘뻘겋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使臣赭衣碓舂, 無以贖其罪. 『肅宗實錄 2年 11月 22日』
신으로 하여금 자의(赭衣)에 방아에 찍히도록 하여도 그 죄를 속량함에 없을 것입니다.
상기 문장의 赭衣는 ‘죄인이 입는 검붉은 옷’의 뜻이며, 赭가 ‘검붉다’로 쓰이고 있습니다.
群飮源槁 廻食野赭. 「柳宗元」
무리가 마시니 샘이 고갈되고, 돌아가며 먹으니 들판이 벌[≒뻘]거벗는다.
상기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사람인 유종원(柳宗元)의 글에서 赭는 ‘바닥나다, 아무것도 없다’의 뜻을 나타내는데, 이는 배달말의 비유적인 표현으로 ‘벌[≒뻘]거벗다’입니다.
翥 날아오를 저
날개를 지피다, 날갯짓하다, 훨훨
翥의 전문
翥의 전문 자형은 翔(날아오를 상)의 축약인 羽와 者의 합자이며, 者가 ‘지피다(/불을 붙여서 타게 하다)’로 쓰여, 연기가 피어오르듯이 날아오르는 모양의 의태어(擬態語) ‘훨훨’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者의 ‘지피다’를 ‘짓하다’로 보아, ‘날갯[羽]짓하다’에서 그 의태어 ‘훨훨’의 소릿값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훨훨 (1) 날짐승 따위가 높이 떠서 느릿느릿 날개를 치며 매우 시원스럽게 나는 모양.
(2) 불길이 세차고 매우 시원스럽게 타오르는 모양.
(3) 큰 부채 따위로 느릿느릿 매우 시원스럽게 부치는 모양.
褚 핫옷 저
지핀 옷, 핫옷, 지펴서 차리다
褚의 전문
褚의 전문 자형은 衣(옷 의)와 者의 합자이며, 者가 ‘지피다(/한데 엉기어 붙다)’로 쓰여, 솜을 두텁게 지펴서 만든 옷이란 것에서 ‘핫옷(/안에 솜을 두어 만든 옷), 솜옷’ 등의 뜻을 나타냅니다.
取我衣冠而褚之 取我田疇而伍之. 『左氏傳』
우리의 의관(衣冠)을 취하여 지펴놓았던 것이고, 우리 전주(田疇)를 취하여 섞었던 것이다.
상기 문장에 사용된 褚가 ‘지피다’로 쓰이고 있습니다. 기존에서는 ‘쌓다, 저축하다’ 등으로 풀이하고 있지만, 문맥에 맞춘 풀이에 지나지 않으며, 여기서의 ‘지피다’는 당연히 잘 정돈되고 잘 간수되어져야 할 예법의 상징인 의관(衣冠)을 ‘엉겨 붙도록 마구 모아두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用素錦爲屋, 象宮室, 置於荒下, 高二尺八寸五分、廣三尺五寸、長九尺一寸, 所謂素錦褚也. 其內施褥席. 『世宗實錄 2年 9月 16日』
흰 비단을 써서 집을 만들어서 꼴은 궁실(宮室)이고, 황하(荒下)에 마련하니, 높이가 2척 8촌 5푼이고, 너비가 3척 5촌이며, 길이가 9척 1촌인데, 소위 소금저(素錦褚)라고 하는 것이니, 그 안에 요와 자리를 깐다.
[‘荒’은 춘당대(春塘臺)에 있는 시내의 이름]
상기의 ‘素錦褚’는 ‘흰 비단으로 된 구조물’을 의미하는데, 여기서의 褚는 ‘차리다’의 뜻을 나타내는 衣와 者의 ‘지피다’로 ‘지펴서 차리다’로 여러 조각의 비단을 접착하여[≒지펴서]만든 구조물입니다. 하지만 전체 문맥상 褚가 앞의 ‘素錦[흰 비단]’의 수식을 받는 구(句)로 보기는 어려우며, 접미사로 사용된 것입니다. 따라서 배달말에서 [저]가 내포하는 의미가 ‘지펴서 차리다’입니다.
渚 물가 저
지펴서 생겨난 땅
渚의 전문
渚의 전문 자형은 水와 者의 합자이며, 者가 ‘지피다(/한데 엉기어 붙다)’로 쓰여, 상류의 이물질과 흙이 하류로 흘러와 지펴서 생겨난 곳을 말합니다.
汀渚(정저 ; 바다, 강, 못 따위와 같이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渚岸(저안), 渚崖(저애) 등에서 渚가 떠내려 온 부산물과 흙 등이 ‘지펴진 곳’의 뜻을 나타냅니다.
‘大渚洞(대저동 ; 부산광역시 강서구에 있는 동명)’의 渚도 흙이 지펴져서 생겨난 땅을 말합니다.
陼 물가 저
지펴서 생겨난 지형
陼의 전문
陼의 전문 자형은 지형(地形)을 뜻하는 阜와 者의 합자이며, 者가 ‘지피다(/한데 엉기어 붙다)’로 쓰여, 지펴져서 생겨난 지형을 의미합니다. 현재는 渚와 동자(同字)로 취급되고 있지만, 渚는 물에 의해서 흙이 지펴진 곳을 말하며, 陼는 지펴진 형상의 지형이나 지펴서 쌓아올린 축대의 뜻을 나타냅니다.
豬 돼지 저
지피는 몸집, 멧돼지
豬의 전문
豬의 전문 자형은 豕(돼지 시)와 者의 합자이며, 者의 ‘지피다(/한데 엉기어 붙다)’로 몸집이 굵고 짧아 지핀 것 같은 몸집의 ‘멧돼지’의 뜻을 나타냅니다.
豬突(저돌 ;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내닫거나 덤빔), 豬勇(저용 ; 멧돼지처럼 앞뒤를 헤아리지 아니하고 함부로 날뛰는 용맹. 또는 그런 용맹을 부리는 사람)은 멧돼지의 생태적인 특징에서 사용된 비유어입니다.
瀦 웅덩이 저
지피는 물, 웅덩이
瀦의 전문
瀦의 전문 자형은 水와 豬의 합자입니다. 渚가 ‘지피서 생겨난 땅’이라는 것에서 豕를 구분자로 사용하여, 지피서 모인 물로 ‘웅덩이’의 뜻을 나타냅니다.
藸 오미자 저/개당근 저
說文 ; 艹也
藸의 전문
諸 모두 제
짚다/집다, 모두, 모든, 제
諸의 금문 諸의 전문
諸의 금문 자형은 者의 금문 자형 ①부분[口 속에 점을 더한 형태]은 皆의 축약이며[者의 금문에는 점이 없음], 전문 자형은 言과 者의 합자입니다. 言은 특별한 어기를 가진 글자가 아니라 구분자이며, 者의 ‘지피다(/한데 엉겨 붙다)’에서 言으로 ‘모두, 모든’의 뜻으로 구분시킨 것입니다.
諸般(제반), 諸位(제위), 諸君(제군) 등에서 諸가 ‘모두, 모든’의 뜻을 나타냅니다. 諸侯(제후)에서 諸는 ‘여럿’의 뜻으로 ‘제 나름, 제각각’에 보이는 ‘제’와 같은 뜻입니다. 여기서의 ‘제’는 ‘저’에 주격조사나 보격조사가 결합한 형태이지만, ‘모두, 모든’의 어기를 함의하며, 또 전체 중에서 한정 받는 어기도 함께 나타냅니다.
君子不犯非禮 小人不犯泌祥 古之制也 吾敢違諸乎? 『左氏傳』
군자는 예가 아닌 것을 범하지 않고, 소인은 상서(祥瑞)가 아닌 것을 범하지 않음이 옛날의 제도인데, 내 감히 어기겠는지[제]요?
상기 문장의 諸를 기존의 문법에서는 인칭대명사나 재지시대명사로 ‘그, 그들, 그런 일’ 등으로 일반적으로 분석합니다. 여기서의 재지시대명사란 영어의 ‘it[그것]’처럼 앞에 나온 말을 재지시하는 것입니다. 하여 諸를 앞의 ‘君子不犯非禮 小人不犯泌祥’을 재지시하여, ‘그것을’이라고 풀이합니다.
한문은 영어나 중국어처럼 형식에 더욱 치중되는 문장이 아닙니다. 대다수 문장에서 문장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주어(主語)는 등장하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는 동사(動詞)마저도 생략되기도 합니다. 이는 한국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어기 중심의 언어는 형식적인 불완전성을 상조사(相助辭)로 대체합니다. 물론 그 동안의 소위(所謂) 한문법(漢文法)이라는 것은 상조사가 없는 중국어의 관점에서 기술된 것이라 아예 배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諸가 실제 뜻하는 바는 현대국어에서의 ‘-지’로 ‘막연한 의문, 혹은 반문의 어기’를 나타내는 연결어미로 보아야 합니다. 지역에 따라, 혹은 사람에 따라 이 ‘-지’는 ‘-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 상(相)조사 ; 어기를 조절하는 조사. 여기서의 상(相)은 ‘뉘앙스’에 해당되며, ‘오늘 가는 거지?’에서 ‘지’는 의문이나 반문의 상(相)을 나타내며, ‘당연히 가야지’에서 ‘지’는 단정이나 강조의 상(相)을 나타냅니다.]
賜也 始可與言詩已矣. 告諸往而知來者. 『論語』
사(賜)[공자의 제자 자공의 이름]야! 비로소 더불어 시를 말하겠구나! 고할지[≒제]니, 가서야[가보아야] 오는 자를 안다.
상기 문장의 諸도 기존의 문법에서는 재지시대명사로 앞의 ‘賜’를 재지시하여, ‘너에게’로 풀이합니다. 하지만 오역이며, 실제 뜻하는 바는 현대국어의 상조사 ‘-지’이며, 상고대국어에서는 ‘제’로 발음되었던 것입니다.
不知神之所在 於彼乎? 於此乎? 或諸遠人乎? 『禮記』
신의 계신 바를 알지 못하는데, 저기에? 여기에? 혹 저기[≒제], 사람에서 먼가요?
상기 문장의 諸를 기존의 문법에서는 전치사(前置詞), 혹은 개사(介詞)로 분석하여, ‘~에서’라고 풀이합니다. 이 경우라면 諸는 앞의 於와 동일한 용법인데, 어떤 경우에는 於를 써야하고, 어떤 경우에 諸를 써야 하는지 명확한 구분이 안 됩니다.
이 문장에서 諸가 뜻하는 바는 ‘저기’로 어떤 감탄이나 느낌 때문에 말의 박자를 늦추는 기능을 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상(相)의 기능을 하는 감탄사(感歎詞)이며, 이 ‘저기’는 지역에 따라, 혹은 사람에 따라 ‘제’로 발화되기도 합니다.
性猶湍水也. 決諸東方則東流 決諸西方則西流. 人性之無分於善不善也, 猶水之無分於東西也. 『孟子』
성(性)은 마치 여울물과 같아 동쪽을 터놓을지에[≒제] 곧 동으로 흐르고, 서쪽을 터놓을지에[≒제] 곧 서로 흐른다. 인성(人性)의 선불선(善不善)에 대하여 분간이 없음은 마치 물의 동서(東西)에 대한 분간이 없음과 같다.
상기 문장의 諸는 기존의 문법에서 ‘대명사인 之와 전치사/개사인 於의 합음’이라고 하여, ‘決諸東方’를 ‘決之於東方[그것[之]을 동쪽에[於] 터놓다]’라는 식으로 풀이합니다. 하지만 之가 대명사로 본 풀이는 오역이며, 여기서의 之는 상(相)조사로, ‘할지라면’에서의 ‘-ㄹ지-’와 같은 기능을 하며, 於는 배달말의 ‘에’소릿값을 나타나며, 그 둘의 합음인 ‘-제’를 나타냅니다.
撥亂世反諸正 莫近諸春秋. 『春秋』
난을 다스려 세상이 바름에 되돌릴지에[≒제] 춘추에 가까울 수가 없는 것이지[≒제].
상기 문장에서 첫 번째 諸는 ‘-지’로 ‘(용언 어간에 붙어) -고 싶다’의 뜻이며, 두 번째 諸는 반문이나 동의를 요구하는 상(相)조사 ‘-지’로 쓰인 것입니다. 이 두 諸는 모두 지역이나 사람, 혹은 시대에 따라 ‘제’로 발음되기도 합니다.
藷 감자 저/마 서
지피는 식물
藷의 전문
藷의 전문 자형은 艹와 諸의 합자이며, 諸의 ‘지피다(/한데 엉겨 붙다)’로 감자나 마의 형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甘藷(감저 ; 감자), 藷類(저류 ; 감자, 고구마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등에서 藷가 ‘지피는 식물’의 뜻을 나타냅니다.
儲 쌓을 저
지피다, 질다
儲의 전문
儲의 전문 자형은 人과 諸의 합자입니다. 여기서의 人은 구분자이며, 諸의 ‘지피다(/한 데 엉겨 붙다)’에서 人으로 ‘짙다(/재물 따위가 넉넉하게 남다)’로 구분한 것입니다.
현재는 貯(쌓을 저)와 동자(同字)로 취급되고 있지만, 貯의 宁(뜰 저)는 ‘가마니’의 모양을 본뜬 것으로 ‘쌓다’의 뜻이며, 儲는 ‘질다’의 뜻으로 구분 된 글자입니다.
豊儲倉(풍저창 ; 고려·조선 시대에 중앙의 모든 경비를 맡아보던 관아)에서 ‘豊儲’는 ‘갖추고 넉넉하게 남다’는 뜻으로 이 경우의 儲는 貯로 쓸 수 없습니다. 儲에는 ‘넉넉하다, 남다’의 어기가 있는 반면 貯는 일반적인 ‘쌓다’의 뜻입니다.
儲廩(저름 ; 쌀을 쌓아 두는 곳간), 儲置(저치 ; 저축하거나 저장하여 둠), 公儲(공저 ; 정부에서 하는 저축. 곡식을 비축하는 것 따위를 이른다) 등에서의 儲에 대한 사전적인 정의는 貯와 구분을 하지 않고 있지만, 貯를 쓰면 각각 다른 뜻이 됩니다.
貯廩 ; 쌓아두는 곳집 儲廩 ; 질어두는 곳집[남겨두는 곳집]
貯置 ; 쌓아두는 곳 儲置 ; 질어두는 곳
公貯 ; 공공의 저축 公儲 ; 공공으로 질어두다[남겨두다]
儲位(저위), 儲君(저군), 儲宮(저궁) 등의 성어에서 儲는 ‘태자, 세자, 동궁’ 등의 뜻으로 쓰이는데, 이는 諸가 ‘諸侯(제후)’인 것에서 구분자 人으로 ‘태자, 세자, 동궁’으로 구분한 것입니다.
楮 닥나무 저
지피는 나무, 종이
楮의 전문 楮의 별체
楮의 전문 자형은 木과 者의 합자이며, ‘닥나무, 종이’ 등의 뜻을 나타냅니다. 者의 ‘짚다’에서 ‘지피다(/한 데 엉겨서 붙다)’로 쓰여, 종이의 원료인 닥나무를 가늘게 썰고 물에 부풀리면 조직들이 서로 지펴져 종이로 만들어지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별체는 柠로 木과 貯(쌓을 저)의 축약인 宁(뜰 저)의 합자인데, 짓이겨져 물에 풀린 나무의 섬유 조직들이 쌓인다는[貯] 것에서 ‘종이’의 뜻을 나타냅니다.
楮冊(저책), 楮墨(저묵), 楮錢(저전) 등에서 楮가 ‘종이’의 뜻을 나타냅니다.
箸 젓가락 저
짚다, 집다, 짛다(≒짓다)
箸의 전문
箸의 전문 자형은 竹과 者의 합자이며, 현재는 [젓가락 저]로 훈독(訓讀)되고 있으나, 이는 오류이며, 실제는 著(드러날 저)[전문 자형 없음]의 원자이며, 櫡가 [젓가락 저]자입니다.
竹은 簡(대쪽 간)의 축약이며, 者의 ‘짚/집다’에서 ‘짛다(/[평북 방언, 옛말] 짓다)’로 쓰여, ‘시, 소설, 편지, 노래 가사 따위와 같은 글을 쓰다’의 뜻과, ‘짚다(/여럿 중에 하나를 꼭 집어 가리키다)’, ‘짇다(/[경남 방언] 이자가 불어나다)’ 등의 뜻을 나타냅니다.
著[箸]者(저자), 著[/箸]書(저서), 著[/箸]作(저작), 著[/箸]述(저술) 등에서 箸는 ‘짛다/짓다’의 뜻이며, 顯著[/箸](현저), 著[/箸]名(저명) 등에서 箸가 실제로 나타내는 바는 ‘짚다’이며, 著[/箸]增(저증 ; 뚜렷하게 많이 불어남), 著[/箸]大(저대 ; 드러나게 크다) 등에서는 ‘짇다’, 즉 ‘箸增’은 ‘짇고 질어나다’, ‘箸大’는 ‘짇어 커지다’의 뜻입니다.
著不息者 天也 著不動者 地也. 『禮記』
쉬지 않는 것을 짚는다면 하늘인 것이야, 움직이지 않는 것을 집는다면 땅인 것이야.
상기 문장의 著[/箸]를 일반적인 풀이에서는 ‘나타나다, 드러나다’로 하고 있지만, 실제의 뜻은 ‘집다(/지적하여 가리키다), 짚다(/여럿 중에 하나를 꼭 집어 가리키다)’입니다.
현대 국어에서 ‘집’과 ‘짚’은 동일한 소릿값을 가지며, 이는 상고대국어 ‘짛’에서 분화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時太祖以麾下親兵二千人, 入自東大門, 先登大破之, 威名益著. 『太祖實錄 總書 39』
이 때에 태조는 휘하 친병 2천인으로써 동대문으로부터 들어가 먼저 올라가 크게 부순 것이니 위명(威名)이 더욱 짙어졌다.
상기 문장의 著(/箸)를 현재의 국역본에서는 ‘나타났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뜻하는 바는 ‘짓다(/나무나 풀 따위가 매우 무성하게 나다), 짇다(/불어나다)’입니다. 이 ‘짓다’와 ‘짇다’는 ‘짙다(/빛깔을 나타내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보통 정도보다 빛깔이 강하다/재물 따위가 넉넉하게 남다)’에서 분화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櫡 젓가락 저
집는/잡는 나무
櫡의 전문
櫡의 전문 자형은 구조물을 뜻하는 木과, 箸의 합자이며, 箸의 ‘짚다, 짛다’에서 ‘집다/잡다’로 쓰여, ‘집는 나무’로 ‘젓가락’의 뜻을 나타냅니다.
현재는 匙箸(시저), 木箸(목저) 등에서 箸가 ‘젓가락’의 뜻을 나타내지만, 실제는 櫡가 ‘젓가락’의 뜻입니다.
石箸 찍을 착
쩍 짛다, 찧다, 찍다
石箸의 전문
石箸의 전문 자형은 石과 箸의 합자입니다. 石은 배달말의 ‘쩍’ 소릿값을 나타내며, 箸의 ‘짛다’에 음의 강세 역할을 하여, ‘찧다(/곡식 따위를 쓿거나 빻으려고 절구에 담고 공이로 내리치다), 찍다(/바닥에 대고 눌러서 자국을 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屠 잡을 도
잡다
屠의 전문
屠의 전문 자형은 屍(주검 시)의 축약인 尸와 者의 합자입니다. 者의 ‘짚/집다’에서 ‘잡다’로 쓰여, ‘개를 잡다,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베풀었다’ 등의 예에서처럼 ‘짐승을 죽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屠殺(도살), 屠戮(도륙), 屠畜(도축) 등의 성어에서 屠가 ‘잡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䠧 머무를 저
발목 잡히다, 머뭇거리다
䠧의 전문
䠧의 전문 자형은 足과 屠의 합자이며, 屠의 ‘잡다’에서 ‘발목이 잡히다’로 ‘머뭇거리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현재는 躇(머무를 저)가 통용되고 있지만, 전문 자형에 없는 글자이며, 躇는 ‘발목이 질다’는 정도의 어감입니다.
躊躇[/䠧](주저)에서 䠧가 ‘머뭇거리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䣝 땅이름 도
說文 ; 左馮翊郃陽亭
䣝의 전문
瘏 앓을 도
고름이 잡히다, 곯다
瘏의 전문
瘏의 전문 자형은 疒과 者의 합자이며, 者가 ‘잡히다(/고름 따위가 몸의 어떤 부위에 괴다)’, ‘지피다(/한데 엉기어 붙다)’로 쓰여, ‘곯다(/속이 물크러져 상하다/[비유적으로] 은근히 해를 입어 골병이 들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陟彼砠矣 我馬瘏矣 我僕痡矣 云何吁矣 『詩經』
저 돌산에 오르겠으나, 나의 말이 곯았겠고, 나의 종이 아프겠고, 뭐라 이르며 내쉬겠는가.
상기 시경(詩經)에 사용된 瘏를 어떤 경우에는 ‘병에 지치다’로 풀이하기도 하지만, 이는 배달말 ‘곯다’에 대한 또 다른 풀이입니다.
賭 걸 도/내기 도
잡다
賭의 전문
賭의 전문 자형은 재물이나 재화의 뜻을 나타내는 貝와, 者의 합자이며, 者가 ‘잡다(/노름 따위에서 어떤 끗수나 패를 가지다)’로 쓰여, ‘내기, 걸다, 도박(賭博)’ 등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賭租(도조 ; 남의 논밭을 빌려서 부치고 논밭을 빌린 대가로 해마다 내는 벼), 定賭(정도 ; 풍년이나 흉년에 관계없이 해마다 일정한 금액으로 정하여진 소작료) 등의 성어에서 賭는 ‘잡다(/[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물건을 담보나 볼모로]맡아 가지거나 붙들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都 도읍 도
짓은 읍
都의 금문 都의 전문
都의 금문 및 전문 자형은 者와 邑의 합자입니다. 者가 ‘짓다(/한데 모여 줄이나 대열 따위를 이루다)’로 쓰여 ‘짓은 읍’에서 도읍(都邑)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者를 諸[제후(諸侯)]의 축약으로 보아 제후의 봉읍에서 도읍의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都市(도시), 首都(수도), 都心地(도심지) 등의 성어에서 都가 도읍의 뜻을 나타냅니다.
都卿相之位. 『漢書』
경상의 지위를 잡다.
상기 문장의 都는 ‘잡다’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者의 ‘짚/집’에서 ‘잡다’의 소릿값이 나오는 것입니다. 都大體(도대체)는 ‘대체를 (/싸)잡아서’의 뜻이며, 都買(도매)의 경우에는 ‘(/싸)잡아 사다’의 뜻입니다.
또 都木手(도목수)는 ‘잡은 목수’로 여기서의 ‘잡다’는 ‘권한 따위를 차지하다’의 뜻입니다. 都督(도독 ; 통틀어 거느리고 감독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堵 담 도
흙을 짓다, 담
堵의 금문1 堵의 금문2 堵의 전문
堵의 금문1 자형은 점점 말려들어가는 모양의 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금문2는 金과 者의 합자입니다. 여기서의 金은 ‘단단하다’의 뜻을 나타내며, 전문 자형은 土와 者의 합자입니다.
者가 ‘짓다(/한데 모여 줄이나 대열 따위를 이루다)’로 쓰여 길게 이어진 담의 뜻을 나타냅니다.
堵墻(도장), 田堵(전도), 堵列(도열) 등에서 堵가 ‘담’의 뜻을 나타내며, 安堵(안도)에서 堵는 ‘담’이 ‘보호’의 비유어로 쓰였습니다.
闍 망루 도/화장할 사
담 위의 누각
闍의 전문
闍의 전문 자형은 閣(집 각)의 축약인 門과 堵의 축약인 者의 합자이며, 담 위에 지어진 전각(殿閣)이라는 것에서 ‘망루(望樓)’의 뜻을 나타냅니다.
闍毘(사비 ; <불교> 불에 태운다는 뜻으로, 시체를 화장하는 일을 이르는 말), 闍維(사유) 등에서 闍는 [화장할 사]로 훈독되는데, 이 경우는 門의 왕래(往來)에서 ‘들락날락’의 뜻을 나타내며, 者가 ‘지피다’로 쓰여, 불길을 들락날락 지핀다는 것에서 ‘화장(火葬)’의 뜻을 나타냅니다.
覩 볼 도
짚어보다
覩의 전문
覩의 전문 자형은 者와 見의 합자이며, 者가 ‘짚다(/상황을 헤아려 어떠할 것으로 짐작하다)’로 쓰여, ‘짚어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睹 볼 도
눈에 집히다, 훑어보다
睹의 전문
睹의 전문 자형은 目과 者의 합자이며, 者가 ‘집다(/지적하여 가리키다)’로 쓰여, ‘눈에 집히다’로 무언가의 상황이나 사실을 눈으로 봄을 나타냅니다.
目睹(목도)는 目擊(목격)과 같은 말인데, 目擊(목격)은 ‘뚫어지게 보다[擊(칠 격)]’의 뜻이며, 目睹(목도)는 ‘훑어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逆睹(역도), 始睹(시도), 睹聞(도문) 등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는 覩와 같은 글자로 취급되고 있지만, 覩의 見은 豫見(예견)으로 ‘~해 보다’의 뜻을 나타내어, 각기 다른 의미의 글자들입니다.
緖 실마리 서
실을 집다, 꼬투리
緖의 전문
緖의 전문 자형은 糸와 者의 합자이며, 者가 ‘집다, 잡다’로 쓰여, 감겨 있고 꼬여 있는 실타래에서 잡을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에서‘꼬투리(/어떤 이야기나 사건의 실마리)’의 뜻을 나타냅니다.
꼬투리 (1) [같은 말] 담배꼬투리(마른 담뱃잎의 단단한 줄기).
(2) 어떤 이야기나 사건의 실마리.
(3) 남을 해코지하거나 헐뜯을 만한 거리.
(4) <식물> 콩과 식물의 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
端緖(단서)는 ‘끝과 꼬투리’의 뜻이며, 緖戰(서전)은 ‘꼬투리가 된 싸움’의 뜻입니다. 緖言(서언), 緖論(서론)에서도 緖가 ‘꼬투리’의 뜻을 나타냅니다.
先緖(선서)와 前緖(전서)는 현재 사전적으로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사업’으로 정의되고 있는데, 여기서의 緖도 앞대에서 남겨진 ‘꼬투리’를 의미합니다. 由緖(유서 ; 예로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까닭과 내력) 역시 ‘말미암은 꼬투리’의 뜻입니다.
緖風(서풍)은 여풍(餘風)과 같은 뜻으로 사전적으로는 ‘큰 바람이 분 뒤에 아직 남아 부는 바람’으로 정의되어 있는데, 緖를 [실마리 서]로 훈독(訓讀)할 경우에는 그 뜻이 풀리지 않습니다. 여기서의 緖는 ‘꼬투리’에서 ‘끄투리(/[경상도 방언]끝), 끄트머리’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緖論(서론)·緖言(서언)은 序論(서론)·序言(서언)으로 쓰기도 하는데, 序(차례 서)가 실마리의 뜻입니다. 배달말에서 ‘꼬투리’는 때때로 ‘실마리’의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情緖(정서)에서는 序를 쓰지 못하는데, 情緖(정서)란 마음의 이면(裏面)에 남겨져 있는 ‘꼬투리/끄트머리’로 이 경우에는 시작을 의미하는 ‘실마리’를 쓸 수가 없는 것입니다. 緖와 序의 차이는 배달말을 생활어로 구사하지 않으면 체득(體得)하기 어려운 의미의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邪僻無自進, 而功緖有所稽矣. 『太祖實錄 4年 10月 7日』
사특하고 편벽함이 스스로 나섬이 없으며, 공(功)의 끄트머리가 계고(稽考)됨이 있겠습니다.
상기 문장의 緖는 현재의 국역본에서는 ‘功緖’과 함께 취급하여 ‘공로(功勞)’로 풀이하고 있지만, 오역이며 실제로 ‘功緖’가 뜻하는 바는 ‘공의 꼬투리’이며, 여기서의 ‘꼬투리’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남아 있는 (/끄트머리)’를 뜻합니다. 遺緖(유서 ; 선대로부터 이어온 사업)에서도 緖와 같은 쓰임입니다.
暑 더울 서
지피는 때, 더위
暑의 전문
暑의 전문 자형은 時(때 시)의 축약인 日과 者의 합자이며, 者가 ‘지피다(/불을 붙여서 타게 하다)’로 쓰여, 비유적인 표현으로 지피는 때라는 것에서 ‘더위(/여름철의 더운 기운)’의 뜻을 나타냅니다.
酷暑(혹서), 暑夏(서하), 暑天(서천) 등의 성어에서 暑가 ‘더위’의 뜻을 나타냅니다.
書 글 서
붓으로 짓다, 글 쓰다
書의 금문1 書의 금문2 書의 전문
書의 금문1과 전문 자형은 聿(붓 율)과 者의 합자이며, 者가 ‘짚다’에서 ‘짓다’의 뜻으로 쓰이고, 聿과 합하여, ‘글’, 혹은 ‘쓰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금문2 자형은 아래의 두 잔가지를 의도적으로 횡으로 곧게 긋고 있는데[ⓐ], 이는 단순하게 그러모아 놓은 상태가 아니라, 의도적인 배열을 했다는 것으로 聿의 의미를 나타냅니다.
文書(문서), 書籍(서적), 書冊(서책), 書堂(서당), 書名(서명) 등에서 書가 ‘글’이나 ‘쓰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署 나눌 서/쓸 서
짜고 짓다, 쪼개다, 짜 넣다
署의 전문
署의 전문 자형은 网과 者의 합자입니다. 网은 ‘짜다(/실이나 끈 따위를 씨와 날로 얽어서 만들다)’의 소릿값을 나타내며, 者가 ‘짓다(/한데 모여 줄이나 대열 따위를 이루다)’로 쓰여, ‘짜고 짓다’로 ‘쪼개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部署(부서)는 ‘나누고 쪼개다’의 뜻이며, 이로부터 官公署(관공서)의 뜻이 나옵니다.
署名(서명), 署押(서압) 등의 성어에서 署는 ‘짜고 짓다’에서 ‘짜다(/부분을 맞추어 전체를 꾸며 만들다)’와 ‘짓다(/이어져 온 일이나 말 따위의 결말이나 결정을 내다/이름 따위를 정하다)’로 어떤 특정한 부분에 이름을 쓰거나 도장을 찍음을 의미합니다.
書名(서명)은 ‘이름을 쓰다’의 뜻인 반면, 署名(서명)은 ‘이름을 짜 짓다’의 뜻입니다.
署理(서리 ; 조직에서 결원이 생겼을 때, 그 직무를 대리함. 또는 그런 사람)에서 署는 ‘법[网→法網(법망)]에 의하여 대표된 자[者]’로 여기서의 网은 ‘짜다’로 ‘만들어 내다, 계획에 의해서 세워지다’의 뜻입니다.
曙 새벽 서
짠 듯이 줄짓는 빛, 새벽
曙의 전문
曙의 전문 자형은 暉(빛 휘)의 축약인 日과, 署의 합자입니다. 署의 ‘짜고 짓다’에서 ‘짜고 줄짓는 빛[日]’으로 아침 해가 막 솟아 나오려 하는 ‘새벽’의 뜻을 나타냅니다.
曙光(서광), 曙景(서경), 曙色(서색) 등의 성어에서 曙가 ‘새벽’의 뜻을 나타냅니다.
暏 먼동틀 도/새벽 서
빛이 지피다, 어스름
暏의 전문
暏의 전문 자형은 暉(빛 휘)의 축약인 日과, 者의 합자이며, 者가 ‘지피다(/한데 엉기어 붙다)’로 쓰여, ‘빛이 지피다’에서 ‘어스름’의 뜻을 나타냅니다.
현재는 曙와 동자(同字)로 취급되고 있지만, 曙는 해가 지평선 위로 막 나온 상태의 새벽을 말하며, 暏은 아직 해가 솟아나지 않은 상태의 ‘어스름 녘’을 의미합니다.
奢 사치할 사
넘치고 짙다 ; 헤프다
奢의 금문 奢의 주문 奢의 전문
奢의 금문 및 전문 자형은 大와 者의 합자입니다. 大는 ‘넘다, 넘치다’ 등의 뜻을 나타내며, 者의 ‘짚다, 집다’가‘짙다(/재물 따위가 넉넉하게 남다)’로 쓰여, ‘넘치도록 짙다’는 것에서 ‘헤프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주문은 大와 多(많을 다)의 합자인데, ‘넘치도록 많다’는 어기를 나타냅니다.
奢侈(사치), 豪奢(호사), 縱奢(종사), 淫奢(음사) 등에서 奢가‘헤프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 奢利(사리)에서 奢는 ‘화장(火葬)’의 뜻인데, 이 경우는 大를 사람으로 보고, 者의 ‘지피다’에서 사람에게 불을 지핀다는 것에서 ‘화장하다’의 뜻이 도출됩니다.
譇 부끄럽고궁할 차
헤살하다
譇의 전문
詉의 전문 자형은 言과 奢의 합자입니다. 言은 [말]이라는 것에서 ‘감정을 드러내다, 표출하다’ 등의 뜻을 나타내는데, 奢의 ‘헤프다’와 합하여, ‘헤살하다(/일을 짓궂게 훼방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현재의 훈독(訓讀) ‘부끄럽고 궁하다’는 설문(說文)의 ‘羞窮也’에 따른 것이지만, 실제 그런 의미로 쓰인 용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觰 뿔밑동 다
說文 ; 觰拏 獸也.
觰의 전문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