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기억이다. 들꽃에 심취해 나돈 적이 있었다. 마이크로 105 미리 랜즈를 구입 후 부 터인 것 같다. 한계령부근 점봉산 망대암산 가기 직전 숲에서 만난 한계령 풀, 그리고 주변에 군락을 이루고 있던 괴불주머, 기린면에서 오른 곰배령 언덕 받이 참나무 아래에서 얼레지 꽃 군락지를 만난 후 마음이 들꽃에 기울기 시작하였다. 깊은 산골 오염되지 않은 들꽃은 참 아름답다. 식물도감을 챙기고 산림청에서 주관하는 풀꽃 전시회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찾아 다녔다. 특히 서울 시내에 있는 홍릉수목원을 자주 방문하여 들꽃과 많은 시간을 보내었다. 꾸밈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좋고 청초함에 깃든 빛이 너무 좋아 열심찍고 다녔었다. 세월이 흘러 시간이 쌓이자 야생화가 아름답게 피는 생태적 조건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알려진 명산은 오히려 야생화 보기가 힘들었다. 사람들의 손에 의하여 남획되었기 때문이다.
그 깨달음이 생기면서 야생화가 많이 있을 법한 산을 찾아내는데 이력이 붙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것처럼 명산은
군락지가 전부 사라졌다. 북한, 도봉산에도 제비꽃, 부채꽃 노루귀 정도는 쉽게 볼 수 있는 들꽃이었지만 지금은 보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본다 하여도 한 두 포기 정도이고 그것도 모양이나 빛 또한 초라해졌다. 그래도 강인한 편인 양지 꽃은 바위 틈에서 봄 날 종종 발견 할 수 있어 기쁘기 한량없다.
들꽃이 잘 자라는 환경은 꽃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우선 습지에 잘 자라는 꽃이 있는 반면 양지를 좋아하고 바위 틈을 좋아하는 꽃도 있고 참나무 아래를 유난히 좋아하는 꽃도 있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좋아하는 녀석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야생화는 양지 바른 둔덕 아래를 좋아한다. 수량이 풍부한 긴 계곡이 있고 안부 방향으로 넓은 평지와 양지가 바른 곳이라면 들꽃은 군락으로 지천을 이룬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부 터 명산을 중심으로 배후, 동서 방향, 남쪽 방향을 1/50000 지도를 놓고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오래 동안 사람들의 출입을 봉쇄했던 산과 들은 여지 없이 들꽃은 지천을 이루고 있었다. 많은 성과를 얻으며 산야를 누비고 다닌 끝에 마음에 맺음이 하나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주된 것 만이 이 세상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하는 사실이었다.오히려 큰 것보다 작은 것들이 더욱 더 긴요하고 유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리들은 대부분 크고 화려하고 관심을 끌법한 일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농후하다. 과시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생긴 버릇이다.
우리의 육체에는 생명을 이끌고 마음을 움직이는 무형의 실체인 영혼이 존재한다. 그런데 영혼이 조정하면 몸은 바로 반응하며 따르게 된다. 그러기에 항상 영혼은 맑아야 한다. 명산은 명산대로 존재 성이 있어야 하지만 그 그늘에 가려진 것들도 명산을 뛰어 넘는 존재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명산은 시각적인 감동을 주는 노릇을 하지만 명산에 가려진 평산들은 유기적으로 공고하게 맺어져 사람과 자연과 초목과 동물과 곤충들이 어울려 생명의 젖줄인 생태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 더 생각을 짚어 본다. 권력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백성들이다. 새삼 목민심서를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인데.. 우리들은 어느 때는 들꽃 만도 못할 경우가 참 많다.
아주 오랜만에 명산에 가려진 계곡을 찾았다. 35년이 지난 세월인 것 같다. 덤불이 가득하였고 인적도 없었던 광활한 초지가 있던 곳
원시의 빛이 넘실 거리던 이곳도 각종 펜션으로 그리고 그 밖의 시설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실망이지만 추억이 좋아 물소리와 함께 걷는 산 길을 걸어 올랐다. 시간이 허락하였다면 내친김에 산음으로 내려서는 길목까지 걸었을 테데... 아쉽게도 싸리재 목에서 앉아 쉬다 다시 등을 돌려 내려왔다. 그러나 분명하게 보고 온 것이 있다. 깊은 산 중에 깃든 햇살이 얼마나 좋은지 겨울을 전부 털어내고 새싹과 함께 피어날 봄 꽃을 부르고 있었다. 생강나무 꽃 움은 부풀어 있었고 버들 강아지는 머리에 자색(紫色을 얹고 있는 것을 보아 한 열흘만 지나면 회색 고운 털을 내 보일 것 같았다. 빛이 생명의 빛인데 어찌 봄이 아니 오겠는가 말이다. 그 분은 빛 가운데 계시다 하였다. 그래서 이렇게 속삭이고 싶다. 음~~ 찬미 받으소서 ^^ 한번 더~~ ^*^ 영원히 찬미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