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 않은 장마가 막 지나간 어느 이른 아침. 짙푸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진을 치듯 둘러서 있고, 인기절정의 3인조 밴드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흥겹게 흘러나오고 있는 곳, 나와 우리 60여 명 가족의 꿈이 영그는 곳, 언제나 처럼 나는 그곳, 나의 일터로 간다.
그곳에는 여느 때와 같이 사내에 울려 퍼지는 국민체조 음악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하나가 되고, 제품을 가득 실은 대형 차량들의 분주한 엔진소리가 희망찬 아침을 열고 있다.
이렇게 살아온 하루하루가 어느덧 한참을 뒤돌아봐도 까마득히 멀어져 있는데, 이제는 그렇게 살아온 나의 뒷모습을 한 번쯤 챙겨보고 싶다.
나에게, 오늘의 이 터전을 이룰 수 있는 의지와 신념을 주신, 아버지보다 더 아버지 같았던 분, 그리고 어렵고 힘든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는 신선한 용기와 자신감을 주신 선배 경영인들의 뒷모습과 언감생심 견줄 바는 아니지만, 아직은 뜨겁게 뛰는 내 가슴으로 최소한의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다.
이제는 살아가면서 누군가로부터 놓치고 싶지 않는, 만났다 헤어질 때 다시 간절히 만나고 싶은 그런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아침이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고 저녁이면 또다시 지친 모습으로 집을 찾는 조금은 의미 없는 듯한 우리네 인생이지만, 하루를 살아도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사는, 그래서 삶의 즐거움을 느낄 줄 알고, 누군가로부터 버려지지 않는 살아 있는 이름을 가진 내가 되고 싶다.
누군가 머물다 떠난 자리를 보면 그 떠난 사람의 마지막 뒷모습을 알 수 있다고들 한다.
살아갈 날들에 대한 장밋빛 그림보다는 살아온 흔적이 한층 더 아름다운 그런 가치 있는 삶을 그려 보고 싶다.
사는 게 힘들고 바쁘다는 핑계로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 온 내가 이제는 마지막 떠난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그리고 그 아름다운 뒷모습이 끝까지 따뜻한 여운으로 남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