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포르노를 필요로 하는 악마의 시간에 한국 영화 '클래식'을 바쁘게 편집하면서 봤다. 손예진이 예뻐서 봤고 이상하게도 조승우에게는 열등감이 들지 않는게 좋아서 봤다. 거기다 영화속 주인공들의 집이 모두 수원이다. 남자 관객의 입장에서 손예진이 조승우, 조인성, 영화속 태수와 겹 사랑을 하는데 질투심까지 들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조인성의 존재 때문에 손예진이 불쌍할 기회를 빼앗아가버린 느낌이다. 갑자기 내가 왜 이렇게 영화 매니아가 된 것일까? 유튜브에서 김광석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검색하다가 영화 클래식이 우연히 걸려들었다. 그냥 지나칠 것인데 다음 날 학습관에서 영화를 볼 생각에 클래식까지 보게 된 것이다.
지난 번 '일 포스티노'가 그런대로 좋아서 다시 학습관 상영 영화를 신청했다. 미리 줄거리를 인터넷으로 살폈다. 짜릿한 맛은 없을 영화로 보인다. 좋은 영화가 많아서 그중 하나일 것으로 밖에 더 기대는 하지 않고 영화를 보러 갔다. 지루함을 견뎌야 할 것을 고민하면서 영화보기를 시작했다.
영화는 가난과 영국의 압제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노인이 아이들처럼 반바지까지 차려 입고 아이들과 함께 글을 배우려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나라에서 누구에게나 무상교육을 한다는 라디오 방송을 곧이곧대로 믿고 노인이 초등학교를 찾아갔다. 선생님과 학교는 노인이 학교 다니는 것에 난색을 표하지만 배움의 열망으로 사정을 한다. 인정 많은 여선생님이 법 규칙이 아닌 진리, 즉 자연인의 양심으로 판단을 했다. 노인도 배울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학교에 나오는 것을 허락하고 공고하지는 못하지만 계속해서 도움을 준다. 나중에는 학교에서 완전히 쫓겨나지 않게 하려고 개인적으로 보조교사의 직책을 맡기고 방과 후에 글도 가르쳐준다. 노인은 어린이들과 함께 학교에 있으면서 어린이들에게 사라져가는 자기들 종족의 풍습을 전해주고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친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유급 위기에 처한 한 아이의 학부모가 노인 때문에 자기 아이의 교육이 침해받는다는 오해를 하면서 꼬이기 시작한다. 여선생님도 계속해서 음해를 받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음에도 멀리 다른 학교로 쫓겨난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부정적인 학부모의 사주를 받은 폭도들이 노인에게 테러를 한다. 그 후 노인은 멀리 나이로비까지 학교를 감독하는 기관에 찾아가서 선생님의 복귀를 청원한다. 결국 독립유공자인 노인의 호소가 받아들여져서 여선생님이 학교로 복귀하게 된다. 새로 부임하는 선생에 대해 학생들의 거부가 노골적이라서 되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아이들을 사랑하는 여선생님이 학교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노인이 젊어서 독립운동을 하면서 받은 고문의 피해를 법적으로 보상받게 된다는 통보를 받는 것까지 해피엔딩으로 영화가 끝을 맺는다.
영화는 과거의 이야기고 아프리카 후진국 케냐의 이야기로만 치부해버리면 해피엔딩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영화는 해방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이민족 통치에서 벗어나면 그걸로 해방이 된 것이냐? 비록 영국이라는 이민족 지배에서 벗어났지만 종족 간 갈등에서 비롯된 타 종족에 의한 지배로 대체된 것, 왜곡된 권력에 의한 압제에도 주목해야 한다. 인간 본성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자유가 보장되고 그것으로 평화가 있어야 진정한 해방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했다. 또 한 가지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아이들이 사랑하는 교사가 권력이나 학부모에 의해 배제될 수 있는 상황이 영화 당시의 미개한 케냐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인가를 묻게 한다. 교묘한 형태로 교육이 부당한 간섭을 받고 엉뚱하게 뒤틀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21세기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단의 전횡에 저항하는 교원들이 학교 밖으로 내몰리는 것을 종종 본다. 교원들이 교육현장에서 부당하게 배제되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화려한 건물과 아프리카라는 열악한 환경의 학교가 외형적으로는 다르지만 내면의 갈등과 권력에 의한 교육 현장의 부당한 간섭은 별 다르지 않게 보인다. 사회가 진리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직 해방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우리나라 학교에도 아직 미개한 면이 있다. 노인은 영화 속에서 간간히 말한다.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것은 인간 해방이 지난한 과제임을 암시하는 말이다. 우리는 사회의 화려한 이면에 숨어 있는 미개함을 계속 찾아서 걷어내야 한다.
솔직하게 영화평을 한다면 뚜렷하게 갈릴 영화다.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판타스틱한 요소는 거의 없다. 영화관에서 많이 상영되는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아주 없다. 누가 말을 해주지 않더라도 생각해보고 따져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의미를 찾아낼 수 있으리라. 내가 보기에 내러티브한 영화다. 아주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이나 이해할 수 있다. 덩달아 보기 심리를 지워버리고 솔직한 감정으로 영화를 한번 보라. 그리고 자신의 취향을 점검해보라. 판타지인가 서사인가?
영화가 끝나고 함께 본 분들과 차라도 마셨어야 했는데 또 일이 있어서 서둘러 갔다. 바쁘다는 핑계로 사람들에게 소홀한 것이 싫다. 2015년 10월 2일
첫댓글 뻔한 해피앤딩이라 치부해버리면 절대 안될 영화입니다. 당연한 것은 사라지고 무엇이 진실인지조차 모르게 된 우리들에게 질문하는 영화였어요. 전 쓰다가 정리가 안되서 또 임시저장...ㅠㅠ
블로그 찾아서 들어가 봤는데, 교육 후기 꾸준히 쓰시는 것 보고 놀랐네요! ^^
수원시평생학습관 인문 공동체 카페에도 '글항아리' 안내 글 외에, 느티나무님께서 쓴 교육 후기도 올려주시면 좋겠어요.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배운 바를 같이 공유하고 이야기 나누면 더 풍부한 배움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
가서 보진 못 했지만, 의미있는 영화임에 틀림없을 겁니다."인간 본성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자유가 보장되고 그것으로 평화가 있어야 진정한 해방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공감합니다. 그래서 이 땅에서 교육문제를 교육으로 푼다는 것은 너무나도 지엽적인 해결방식이자, 이해관계자들의 "가면놀이"밖에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근본과 토대에 대한 의심, 검증, 새로운 질문/대안의 제시없이 해결되 지 않습니다. 답은 학벌과 직업의 차별을 최소화하고, 임금과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이 외부적 조건을 만들 지 않으면,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돈이 지배하는 "타짜들의 세상"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냥 지나칠뻔 한 영화를 박종대님이 카톡에 알려주셔서 좋은 영화 보게 되었어요
나는'제인' 선생님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남들이 안 된다는 것을 뿌리치고, 교사의 바른 가치관으로 그 노인을 학생으로 받아드리며 열성적으로 가르치는 그 교사에게 큰 박수를 보냈지요..또 그 노인이 우리나라의 독립군으로 클로즈업 되더군요..회장님 덕분에 좋은 영화 잘 보고 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