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낙이 다시 한번 재촉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오줌보는 터질듯이 다급했고,
거시기 놈은 걸귀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에라이, 모르겄다. 낭중에 산수갑산을 갈망정 우선은 다급헌 불언 끄고 봐야겄다.'
그리 작정한 강쇠 놈이 바지춤을 내리고 물건을 꺼내어 요강으로 겨누었다.
아낙이 강쇠 놈의 등짝을 잡고 있는체만하면서 엉덩이를 들썩거려 뒤로 조금 물러났다.
'흐따, 이 쳐죽일 놈이 지 쥔의 사정도 모르고 고개를 들고 자빠졌구만이.'
강쇠 놈이 아낙이 들을만큼 중얼거리며 오줌줄기를 내질렀다.
보니까, 어제 사내들한테 붙잡혀 간 이후 오줌다운 오줌을 눈 일이 없었다.
자루에 담겨 벼랑으로 던져질 때 조금 질금거렸을 뿐, 오줌보를 비운 일이 없었다.
안 그래도 오줌줄기가 황토 땅을 후벼파던 놈의 힘이었다.
빈 사기요강이 들썩거릴만큼 요란스런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처음에는 하이고, 이것이 무슨 추접이다냐? 하고 얼굴을 붉히던 강쇠 놈의 뇌리로
문득 아낙의 표정이 궁금해졌다.
어쩌면 사내의 소피보는 소리에 얼굴을 발그레 물들이고 있을지 몰랐다.
제 서방의 부실한 물건을 생각하고 한숨을 내쉴지도 몰랐다. 그러나 돌아볼 수는 없었다.
아낙이 들으라고 더욱 끙 힘을 주어 소피를 볼 뿐이었다.
한참을 걸려 오줌보를 비운 강쇠 놈이 고맙소, 아짐씨. 인자 살 것 같구만요, 하고
중얼거리며 바지춤을 추키다가 다리가 아파 그런다는 듯이 옆으로 비스듬이 쓰러져버렸다.
"아이고, 나 죽겄네. 아짐씨, 기왕에 아새끼를 봐줄라거든 지 엄니가 올때꺼정 보랬다고,
붙잡아 줄라먼 끝꺼정 붙잡아주셔야지라우. 아이고, 나 죽겄네."
강쇠 놈이 옆으로 누워 끙끙 앓았다.
쓰러지면서 다친 곳을 부딪쳤는지 동여맨 다리가 쏙쏙 아렸다.
강쇠 놈의 이마에서 땀이 부쩍 솟아오르자 아낙이 왜 그러시요? 왜 그러시요? 하며 다가왔다.
"이놈은 아짐씨가 뒤를 잡고 있는 줄 알았제요이. 손을 놓은 줄 알았간디요.
아이고, 나 죽겄소. 반드시 눕지도 못허겄소."
그러니 나를 반드시 눕혀달라는 뜻으로 강쇠 놈이 아낙을 올려다 보았다.
거시기 놈은 아직도 고개를 치켜든채 외눈백이로 천장을 노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짐짓 의뭉을 떨고 있는 것이었다.
아낙이 마지못하여 강쇠 놈의 어깨를 부축하여 제대로 눕혀주었다.
그러자 아낙의 젖통이 어깨뼈를 문질렀고, 향긋한 살냄새가 코끝을 맴돌았다.
거시기 놈이 더욱 기고만장하여 고개를 까딱거렸다.
"하이고, 아짐씨. 겁나게 죄송시럽지만 이놈의 바지 좀 제대로 입혀주시겄소?
어디가 어떻게 되었는지 인자는 손도 움직이지럴 못허겄소."
"뭐라구요? 처사님, 너무 하시는군요. 저는 모르겠으니, 처사님이 알아서 하십시요."
아낙이 화를 버럭 내며 서둘러 요강단지를 들고 방을 나갔다.
그러나 강쇠 놈은 방문을 닫는 마지막 순간에 아낙의 눈길이 슬쩍 제 놈의 가지랭이 사이를
훑은 것을 보고 속으로 빙긋 웃었다. 우렁찬 소리와 당당하게 서 있는 거시기 놈을 본 이상
아낙의 심사가 편치 못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 어떻게든 저 여인한테 내 씨를 심어주리라.'
양반가 정숙한 부인이라고 다를 것은 없을 것이었다.
제 서방의 물건이 부실하면 부실할수록 대물에 약한 것이 여자들이었다.
스님이 절을 비울 때 다시 요강을 가져다 주고 등을 받쳐준다면 희망은 있었다.
오줌보가 터지겠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을 때 아낙이 요강을 들고 들어온다면
손장난 쯤은 칠 수 있을 것이었다.
옆구리가 아파 아낙을 방아확 삼아 방아를 찧을 수는 없겠지만,
손으로 저고리 고름은 풀 수 있을 것이었다. 강쇠 놈의 그런 속내를 짐작이라도 했는지
마을에 내려가 탕약을 지어 온 스님이 그걸 닳여 가지고 들어와 말했다.
"젊은 처사님이니 쉽게 나을 수가 있을 것이요.
조금이라도 몸이 추스려지면 부처님의 도량을 나가시오.
마을 사람들이 처사님이 내 절간에 머물고 있는 것을 알면 구설수에 오르리다."
"알겄구만요. 목숨을 구해주신 것만도 큰 은공인디, 스님의 말씀을 명심합지요.
헌디, 스님. 시방 이놈이 소피가 급해 죽겄구만요.
아까막시부터 오줌보가 터질 것같아 미치겄구만요. 요강단지 좀 가져다 주실라요?"
그제서야 스님이 내가 그걸 미처 생각을 못했군요,
처사님이 큰 고초를 겪었겠습니다, 그려, 하며 요강단지를 가져다 주었다.
부축해 일으키려는 걸 강쇠 놈이 말렸다.
"찌린내가 독헌디, 스님은 저만큼 물러나 계시제요. 이놈이 어찌어찌 일어나 앉아보겄구만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그렇게 말한 강쇠 놈이 겨우겨우 일어나 앉아 손으로 벽을 짚고
의지하여 소피를 보았다. 그것도 엉덩이에 잔뜩 힘을 주어 오무려 오줌발이 질금질금
나오도록 소피를 보았다. 그것은 스님이 자신의 기운찬 오줌발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일단은 스님한테 혼자서도 소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수작이었다.
많은 스님이 자칫 자신의 소피 때문에 마을 나들이도 못 나갈까 염려가 된 것이었다.
스님이 절간을 비워야 아낙한테 수작을 붙일 기회가 생기는 것이었다.
큰 것은 하루나 이틀에 한번만 보아도 되니까, 스님이 있을 때 해결하면 되었다.
"다행이요. 처사님이 그만큼이라도 움직일수가 있는 것이.
내일은 고개너머 절에서 큰 재가 있어 가야하는데, 처사님을 어찌할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겁나게 죄송시럽구만요. 하찮은 이놈이 스님께 그런 폐를 끼쳐서요.
소피는 저 혼자서도 볼 수 있응깨, 염려허지 마시씨요."
강쇠 놈이 속이 놀놀하여 말했다.
"그리고 내가 홍화씨를 닳여 넣어줄테니, 물대신 마시지요.
부러진 뼈를 붙이는데는 홍화씨만한 것도 없지요. 내 짐작으로는 완전히 부러진 것이 아니라,
금만 조금 간 상태니까 한 이레 쯤 지나면 가까운 거리는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만 된담사 오죽이나 좋겄습니까? 하루라도 빨리 장작 한 늘 해디리고 저도 갈 길얼 가야지요."
"장작은 필요없으니, 움직일수만 있으면 서둘러 떠나주시요."
"그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지요. 이놈이 서당 근처에는 가 본 일도 없습니다만,
은혜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란 것 쯤은 알고 있구만요."
"나한테는 처사님이 빨리 떠나주는 것이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지요."
"흐흐흐, 스님도 참."
강쇠 놈이 흐흐흐 웃었다. 벌써부터 내일이 기다려지는 것이었다.
어차피 스님이 절에 계실 때에는 아낙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고함을 질러도 스님대신 아낙이 오지는 않을 것이었다.
스님이 계실 때에는 오히려 혼자서도 급한 볼 일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했다.
그래야만 스님이 마음놓고 절간을 비울 것이 아닌가.
다음날이었다. 아침공양과 점심공양을 함께 넣어준 스님이 말했다.
"탕약은 보살님이 가져다 주실 것이요. 어떻소? 오늘은 한결 낫지요?"
"다리가 탱탱 부었던 것은 쪼깨 갈아앉은 것 같구만요. 헌디, 옆구리는 더 아픈 것 같은디요."
"그리 쉽게 아픔이 가실리야 있겠소?"
"재럴 지내로 가신다고 했지요? 이놈 걱정은 조금도 마시고 잘 댕겨 오시씨요."
"하면 몸조리 잘 하시지요."
그렇게 스님이 절간을 비운 다음이었다. 아침 공양을 먹고 한 식경이나 지났을까.
자박거리는 발소리에 이어 아낙이 문을 열였다.
"탕약 가져왔습니다, 처사님."
고개만 디밀고 말하는 아낙을 강쇠 놈이 멀뚱히 바라보았다.
아낙이 왜요? 하는 눈빛으로 마주 보았다.
"밥언 엎드린 채도 그럭 저럭 묵었습니다만, 탕약은 누워서 묵을 수가 없을 것인디요이.
엊져녁에도 스님이 믹여주어서 묵었는디."
강쇠 놈의 말에 아낙이 흘끔 돌아보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쪼개만 부축혀주시면 이놈이 일어나 앉아 탕약을 묵을 수가 있을 것이구만요."
"그러시지요. 처사님을 모른체 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닌 것 같아 도와드리기는 합니다만,
제 처지가 참으로 난감합니다."
죄송스럽구만요. 그래서 사람노릇허고 살기가 힘들다고 안 헙니까. 이 은혜는 꼭 갚을 것이구만요."
강쇠 놈이 서너번만 구름을 태워주어도 지금 신세 진 것은 다 갚는 셈이 되겄제,
하고 생각하는데 아낙이 놈의 어깨를 부축하여 일으켜 앉혀가지고 벽에 기대어 주었다.
어제는 어깨를 붙잡는 손길이 조심스럽더니, 오늘은 서슴이 없었다.
알싸한 여인의 향기에 또 강쇠 놈은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아랫도리 거시기 놈이 고개를 쳐들었다.
'이눔아, 니눔이 아무리 껄떡대도 시방은 어쩔 수가 없어.'
강쇠 놈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낙이 건네주는 탕약을 받아 단숨에 마시고는 잔을 넘겨주었다.
잔을 받아가는 아낙의 손끝을 무심결인듯 슬쩍 건들여 보았다.
손끝에서 후꾼한 열기가 느껴졌고, 아낙이 가만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어제는 텅 빈 것 같더니, 오늘은 촉촉하니 젖어 있었다.
여인의 눈빛이 젖어있다는 것은 몸이 뜨거워져 있다는 징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