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강원도 속초항에 가면 항구 앞 포장마차에서 금방 잡아온 알배기 도루묵과 양미리를 연탄불에 즉석으로 구워먹을 수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속초항 노릇노릇 고소한 ‘알배기 도루묵’ 궁평항 새콤달콤 ‘간재미 회무침’ 별미 외포항 구수하고 진한 ‘대구탕’ 일품 나로도항 숙성시킨 ‘삼치회’ 일미
어느새 시간은 2015년의 마지막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저물어 가는 시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겨울바다만큼 좋은 곳이 없다. 갯내음 가득한 항구에서 제철 해산물들을 구워 먹으며 바다 너머로 잠기는 겨울 석양을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바다에서 잡힌 제철 해산물을 재료로 한 향토 일미를 곁들이면 겨울 여행의 낭만이 완성된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제 맛이 드는 해산물을 찾아 바다로 향하는 여행자들이 많은 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양미리, 간재미, 대구, 삼치 등 싱싱한 제철 해산물과 함께 겨울 바다의 풍경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맛있는 항구 여행지를 소개한다.
◇강원도 속초항 요즘 속초항은 하루 종일 활기가 넘친다. 강원도 동해안 일대 횟집과 식당 어디를 가도 노릇노릇 고소한 도루묵구이, 얼큰한 도루묵찌개, 술안주로 일품인 양미리구이, 짭짤한 밑반찬인 양미리 조림 등이 지천이기 때문이다. 특히 속초항은 방금 잡아온 양미리와 도루묵을 즉석에서 구워 먹는 포장마차가 아침부터 문전성시를 이룬다. 둘이서 만 원이면 금방 잡아온 양미리 13~15마리나 도루묵 3~4마리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양미리는 칼슘과 철분, 단백질이 매우 풍부하며, 생으로 구워 먹거나 꾸덕꾸덕하게 말려 간장에 조려 먹는다. ‘살 반, 알 반’인 알배기 도루묵구이는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이다. 젓가락으로 발라내지 말고 과감하게 손으로 들고 뜯어먹는 것이 요령이다. 고소한 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고 탱탱한 알은 쫀득하게 씹힌다. 팬에 무를 깔고 도루묵을 올린 후 양파, 마늘, 대파, 양념장을 넣고 조리면 애주가들에게 최고의 안줏감인 도루묵조림이 된다. 초겨울 별미를 찾아 나선 속초 여행길에는 볼거리도 많다. 동명항과 속초등대전망대, 국립산악박물관, 설악산 신흥사 등을 연계해 여행하면 좋다. •추천 여행코스:속초항→동명항→영금정→속초등대전망대→청초정 •주변 볼거리:아바이마을, 설악산 •가격:양미리 구이(13~15마리 1만원), 도루묵구이(3~4마리 1만원)
◇경기 화성 궁평항 경기 화성 남양만의 바다를 끼고 있는 궁평항은 수도권 시민들이 가벼운 바다 나들이를 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궁평항의 방파제에는 수산물 판매장이 있는데, 여기서 굴과 게, 백합, 바지락, 대하 등을 판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불을 앞에 두고 갓 잡아 올린 조개를 구워 먹는 조개구이가 인기다. 조개구이는 수산물 직판장에서 키조개, 백합, 바지락 등의 어패류를 구매한 후 주변 식당에서 구워 먹으면 된다. 조금 더 특별한 먹거리를 원한다면 쑥갓, 오이, 양파 등을 함께 넣어 새큼하게 버무려낸 간재미 회무침과 뜨끈하게 속을 풀어주는 간재미탕이 별미다. 간재미는 서해 일대에서 가오리를 부르는 말로, 그 가운데에서도 주로 상어가오리나 노랑가오리를 일컫는다. 간재미는 사계절 내내 잡히지만 바닷물이 차가운 겨울을 제철로 친다. 이맘때 간재미는 육질이 두툼하고 뼈가 딱딱하지 않아 씹는 맛이 좋기 때문이다. 간재미를 무침으로 내는 것 또한 오독하게 씹히는 고유한 식감을 제대로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궁평항에서는 직접 잡은 간재미만 쓰는데 어획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고 찾아가야 한다. •추천 여행코스:궁평항→궁평해수욕장→용주사 •주변 볼거리:당성, 제부도 •가격:조개구이(한바구니 3~4만원), 간재미회무침(3만원~3만5000원)
◇경남 거제 외포항 거제는 싱싱한 겨울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겨울 별미 여행지다. 굴 양식도 유명하지만 거제를 대표하는 별미는 단연 대구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대구 산란기인데, 이 때 잡히는 알 잔뜩 머금은 대구는 최고의 맛을 낸다. 외포항이 자리한 진해만에는 겨울이면 전국 최대 규모의 대구 어장이 형성된다. 1980년대에는 진해만을 가득 메웠던 대구가 사라지면서 ‘금대구’라고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어쩌다 한두 마리가 잡히면 수십만 원에 팔렸다는 기사가 실릴 정도로 귀한 생선이었다. 그러다 90년대 중반 거제수협이 대구알 방류 사업에 성공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외포항으로 대구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외포항에는 갓 잡아 올린 대구를 끓여내는 식당이 10여 곳 늘어서 있다. 이 거리는 대구탕 거리라고 불린다. 대구는 회나 찜도 좋지만, 이맘땐 탕만 한 게 없다. 뽀얀 국물이 언뜻 보기에는 꼭 곰탕 같지만 국물은 구수하면서 진하다. 소금만으로 간을 해 깊고 그윽한 맛을 낸다. 외지인들은 생대구를 찾지만, 주민들은 해풍에 3∼4일 말린 것으로 끓인 대구탕을 더 선호한다. 아가미, 알과 이리 등을 제거한 후 말린 대구는 수분이 쏙 빠져 더욱 차진 맛을 내고 국물을 내면 더 뽀얗고 구수하기 때문이다. 콩나물과 해물 등을 푸짐하게 넣어 얼큰하게 무쳐낸 대구찜도 별미다. •추천 여행코스:해금강테마박물관→신선대→바람의 언덕→외포항 •주변 볼거리:지심도, 해금강, 외도 •가격:생대구탕(1인분 1만5000원~2만원), 대구찜(한 마리 10만원)
◇전남 고흥 나로도항 전남 고흥 외나로도의 나로도항은 예로부터 삼치로 유명했다. 지금의 나로도항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삼치의 본향답게 삼치의 명성은 그대로다. 삼치는 갓 잡아서 회를 뜨는 ‘활어’보다는 냉장 숙성시킨 선어 상태에서 회로 낸 것이 맛나다. 잡히자마자 죽는 데다 활어는 살이 물러서 제 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로도항 일대에는 삼치회를 내는 횟집이 많다. 삼치회는 2~3시간 숙성 후 두툼하게 썰어서 나오는데, 김 위에 삼치회를 올린 뒤 양념장을 곁들여 먹거나 묵은지에 삼치회를 싸서 먹는다. 쫄깃한 식감은 활어회에 비해 적지만, 씹을수록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씹을수록 삼치회 특유의 고소한 맛이 훨씬 오래간다. 나로도에서는 삼치회 뿐 아니라 미역국에 삼치를 넣어 끓이는 삼치미역국, 삼치의 껍질을 벗겨 순살로만 만드는 삼치어죽도 만들어 먹는다. •추천 여행코스:마복산목재문화체험장→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나로도항 •주변 볼거리:소록도, 거금도생태숲 •가격:삼치회(싯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