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제목만 따가는 밀화부리 떼
왕태삼
높다란 나뭇가지 끝마다
긴급속보처럼 뜬
잿빛 나그네새 우아한 짱돌새
나는 반나절 우러러 바람의 휴식을 보았네
한여름 북으로 가던 밀화부리 떼를
검은 머리에 묵직한 노랑부리
소나무에 앉아 솔방울 까먹는 소리
바삭바삭 땅콩 까먹는 소리
톡톡 관솔불 튀는 새벽 부엌 소리
백두산 넘어 아무르강으로 가던 밀화부리 떼를 보냈네
나는 한나절 우러러 바람의 여유를 다시 만났네
한겨울 남으로 가던 그 밀화부리 떼를
칠흑 머리에 단단한 호박부리
단풍나목에 매달려 날개씨 깨먹는 소리
아삭아삭 라이터돌 깨먹는 소리
탁탁 콩대 타는 저녁 마당 소리
한라산 넘어 강남으로 가던 그 밀화부리 떼를 보냈네
한 소절 노래도 없이
노래 제목만 따가는 바람의 음치새를
껍데기를 거부하는 자유의 밀항새를
첫댓글 밀화부리란 새를 잘 모르지만 철새임에는 틀림없고
교수님께서는 조류박사증도 소지하심이 필림없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