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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이프건강
[헬스TALK] 어린이 앞에선 작아지는 신종 코로나?…"감염 때도 증상 경미"
전효진 기자
입력 2020.02.09 06:00
세계 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환자와 사망자가 각각 3만 4000여명, 700여명까지 늘어난 가운데 특이한 공통점이 발견되고 있다. 확진자 중 상당수가 50대였으며, 반대로 나이가 어린 환자들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중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생후 30시간, 6개월 된 아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어린이 확진자가 매우 드물다.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24명의 연령도 20세(18번 환자)부터 62세(8번 환자) 사이에 분포돼 있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일까?
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영화관 홍보물에 영화 '겨울왕국 2' 캐릭터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두가지 설을 제시한다. 우선 초기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곳이 수산시장이었으므로 주로 어른들이 가는 곳이었고, 반면 아이들은 지역사회 노출이 적었다. 2·3차 감염까지는 시간이 걸려 통계상 어린이의 감염 사례가 적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두번째 가설은 아이들의 면역 체계로는 무증상 상태에서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린이들은 면역체계가 완성되지 않아서 무증상 사이에서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며 "정확한 것은 관련 연구가 더욱 진행되어야 알 수 있지만, 홍역 등 유행병이 유행일 때도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나가는 아이들이 있는 경우랑 비슷한 사례"라고 했다. 어린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리지 않는다라기 보다는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한 사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후베이성 우한으로 여행을 다녀온 한 가족들 중에 10살짜리 어린이만 멀쩡했다. 이 아이는 선전으로 돌아온 뒤 바이러스성 폐렴 징후를 나타내긴 했지만, 겉으로 드러난 증상은 없었다. 36세에서 66세 사이의 다른 가족들이 발열, 인후염, 설사, 폐렴 등 증상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어린이들의 전형적인 우한 폐렴 증상이라고 본다. 전염병학자인 레이나 매클린타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는 "아이들은 자각 증상 없이 감염되거나 매우 가볍게 감염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특징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도 비슷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 세계 사스 확진 환자 8000여명 중 아동은 135명에 불과했다. 800명의 사망자 중 아동은 1명도 없다. 메르스 사망자 800명 중에서도 아동은 1명도 없다. 말릭 페이리스 홍콩대 바이러스학과장은 "아이들도 (바이러스에) 전염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한 증상을 겪고 금방 회복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이 질병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유를 찾고 있다. 바이러스 퇴치에 중요한 신체의 선천적 면역성이 노화에 따라 악화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이 약해져 질병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중국에선 태어난 지 30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신생아를 비롯해 아이들의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어서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특히 신생아의 경우는 산모와 신생아 사이의 수직감염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어 임산부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와 관영 CCTV에 따르면 지난 2일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임신 40주의 산모가 우한 퉁지(同濟)아동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산모는 1일 저녁부터 발열이 있었지만, 태어난 아기는 3.25㎏로 호흡 곤란 등 의심 증상 없이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산모가 신종 코로나 감염자로 확인되면서 의료진은 즉시 아기에 대해서도 검사를 실시했고 역시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생후 30시간 된 신생아가 우한 폐렴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산모와 신생아 사이에 수직적인 감염 경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인민일보는 "산모는 면역 체계와 폐 기능 변화로 다른 사람보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직 감염 위험이 존재하는 만큼 산모가 감염자면 출생 뒤 아기에 대해 격리 관찰과 검사를 진행하고 모유 수유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치료제가 없는데도 자연적으로 좋아질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면역력을 핵심 키(key)로 본다. 신영식 국립중앙의료원 센터장은 "치료제가 없는데 자연적으로 치료되는 상황의 경우 우리 몸은 면역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며 "신종 감염병이다보니 항체가 생기려면 시간이 걸린다. 열흘에서 3주 사이에 이 병이 저절로 좋아져서 균이 다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