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깨끗한 하늘 아래 5월의 산은 여왕답게 푸르름을 과시한다. 아카시아 향에 이끌려 마음이 먼저 가려고 재촉한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교수님의 설명을 놓칠까봐 집중한다. 장화신은 간편 복장으로 채집망 지팡이 삼고 정양늪으로 향한다. 다들 신이 나서 발걸음이 빨라진다. 처음 들어서는 길에 엄청난 크기의 버드나무 두 그루가 우릴 반겨준다. 아마 이렇게 큰 버드나무는 처음인 듯하다.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들뜬 마음은 행동마저 서두르게 한다. 교수님이 시범을 보이며 주의사항과 요점을 이야기 하는 데도 제대로 듣지 않고 채집에만 열중한다. 완전 동심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러다가 뭐가 나오면 아우성이다. “뭐꼬, 뭔데?” 실잠자리 유충, 새우, 조개, 민잠자리, 장구애비 등등 다양한 종류의 저서동물들 채집에 마냥 신난다.
어릴적 잠자리 잡으려고 대빗자루 휘젓던 것이 전부였고, 가제 잡던 이후 이렇게 채집하기는 처음이다. 너무나 신기하고 즐거워 모두 어쩔 줄 모른다. 무언가 찾으면 고개를 쑥 내밀고 쳐다보는 모습에 10년이 꿀꺽한다.
생물의 관찰에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살고 있는 곳에서 피해를 주지 않고 하는 것이란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는 제대로 할 수 없기에, 약간의 피해를 유발하드라도 채집을 통해서 관찰한다.
잠시 동안 채집했는데도 다양한 저서생물을 볼 수 있다. 교수님이 계-문-강-목-과-속-종으로 분류하고 설명을 하기엔 충분하다. 책으로 배우고 생물을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 조금 알 수가 있다.
정양늪 산책 데크길 끝자락에 모두 퍼지고 않는다. 쨍쨍 내리쬐는 때양볕 아래 땀 흘리며 열심히 설명하고 경청한다. 하지만 듣는 것만으론 금 새 잊어 먹을 것 같아 사진으로 담고, 메모지에 꼼꼼히 기록도 한다. 모르는 것이 없는 교수님의 해박한 지식에 찬사를 보낸다.
앉아 있는 뒤쪽 늪에 금개구리인지는 몰라도 계속 울어댄다. 짝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으니 뉘 아니 슬프지 않으리.
오늘의 학습 내용을 간단히 간추려 보자.(발췌 : 우리 단톡방)
Ⅰ. 복족류 연체동물
1) 쇠우렁이는 1cm 정도 자란다.
2) 논우렁이는 통통하며 줄이 세 개지만 크면 없어지고, 강우렁이는 약간 길고 줄이 많다.
3) 삼각산골조개는 노란색이다.
4) 왼도리달팽이, 물달팽이(나선형이 시계방향)
Ⅱ. 갑각류
1) 새뱅이새우 - 머리가 좁아지며 배에 알을 품고, 꼬리는 파랗고 갈색이 비친다.
2) 미아디새우 또는 줄새우는 줄이 많다.
3) 징거미새우는 지느러미가 두 쌍, 긴 집게 다리, 머리에 뿔이 하나 있다.
Ⅲ. 잠자리(먹이를 씹어서 먹는다) - 애벌레는 꼬리가 세 개다.
1) 실잠자리는 어른이 되어도 작다.
2) 검은물잠자리는 날개가 검다.
3) 왕잠자리 또는 긴무늬왕잠자리.
4) 고추잠자리는 성숙한 수컷에만 붉은 색이 나타난다. 암컷은 노란빛을 띈다.
5) 밀잠자리는 수컷은 푸른색 암컷은 노란색을 띈다. 밀잠자리붙이.
Ⅳ. 노린재(먹이를 찍어서 빨아 먹는다)
1) 장구애비(긴 숨관) - 헤엄치는 모습이 장구치는 모습 닮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2) 각시물자라는 수컷이 등에 알을 품는다.
Ⅴ. 딱정벌레
1) 물벌레는 성충이 1cm 정도지만 빠르게 헤엄친다.
2) 모래무지물방개
3) 등줄무늬물방개
지치지도 않은지 쉬지도 않는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징검다리 건너는데 누가 발목을 잡는다. 생태학습관에서 본 노랑어리연꽃이 유아독존唯我獨尊으로 피어있다. 너무 예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쳐다봤다.
늪에는 마름이 듬성듬성 자라고, 노랑어리연은 무리지어 자란다. 늪을 보호하기 위해 부유물 방어망을 설치해 놓았다. 옛 늪 사랑이야기 듣느라 바싹 달라붙어 걸었다.
정양늪 제일 상류에서 2차 채집을 위해 이동하는 길에 ‘장군주먹바위’전설이 숨어 있다. 얼마나 큰 거인이었기에 발자국은 늪 반대편 ‘하회마을’에 있고, 넘어지면서 짚은 주먹 자국이 이곳 바위에 남았다니 믿거나 말거나.
산책로에 개나리가 무성하다. 이른 봄에 오면 정말 멋질 것 같다. 내년에 아내와 함께 오고도 남을 아름다운 산책로다. 흐르는 징검다리에는 저서생물이 많지 않지만 아주 큰 징거미새우를 채집했다.
오늘의 금상이다. 살려고 하는지 힘자랑 하는지 집게 다리로 교수님을 물어 놀라게 한다. 네 개의 더듬이는 무엇을 찾는지 상고 돌리듯 한다. 그리고 무엇에 쓰려는지 머리엔 뿔도 하나 있다.
하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채집에 너무 몰두하다 보니 신기한건 모두 담는다. 어떤 분이 새까만 덩어리를 조개인줄 알고 조교에게 보여준다. 처음 보는 것이라 모르겠다는 듯 이리 보고 저리 본다. 아무리 봐도 몰라 꾹 눌러 봤더니 썩은 나무 조각이다. 모두들 파안대소다. 오늘의 대상감이라며 턱 빠지게 웃었다.
단체 촬영으로 오늘의 체험을 마무리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알면 보이고, 그 때 보이는 것은 예전과 다르다. 새로운 것을 알고 그 신기함에 다시 보니, 징그럽게 보이던 것이 예쁘기만 하다.
저서에 사는 생물들은 뭍에서 날고자 하는 꿈을 실현하려고 끊임없이 변모한다. 애벌레로 살면서 세 네 번 허물을 벗다가, 뭍에서 마지막으로 벗고 하늘을 비상할 때 얼마나 좋을까?
우리도 이제 첫 걸음마를 시작했다. 고추잠자리가 하늘을 유영하듯이 우리들도 해설사로서 2.2km 정양늪 산책로에 탐방객들과 왁자지껄 하는 날을 꿈꿔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