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원>
육전을 맛본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육전, 얇게 포 뜬 소고기에 우리 식으로 밀가루를 묻히고 계란옷을 입혀 부쳐내는 전이다. 우리 전의 우수함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음식이다. 주연 옆에 자리한 곁반찬들이 품위를 더 높여준다. 격조와 풍미와 실용성을 다 갖춘 아름다운 식탁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미미원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 138-5(백서로 218)
전화 : 062-228-3101
주요음식 : 육전, 해물전
2.
먹은날 : 2021.6.15.저녁
먹은음식 : 소고기육전 27,000원
3. 맛보기
소문난 광주 육전, 과연 찾아와 먹어볼 만하다. 차림새도 서비스도 아이디어도, 그리고 뭣보다 맛이 흠잡을 데가 별로 없다. 직접 와서 부쳐주는 육전, 체험학습하는 것도 같고, 덕분에 호강하는 것도 같다. 먹는 즐거움은 당연한 거지만, 음식 하나 배우는 즐거움 또한 크다.
육전은 이렇게 재료 상태에서 상에 오른다. 소고기 색감이 신선하고, 육질이 식감 좋을 것이 감지된다.
육전은 손님이 아닌 종업원이 직접 부쳐주므로 조리과정까지 즐기며 현장음식을 먹을 수 있다.
밀가루를 묻히고 계란옷을 입혀 부친다.
육전을 부쳐서, 옆의 작은 팬을 접시삼아 올린다. 아래는 불이 있어 계속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풀치조림. 딱딱한 듯 쫄깃거리는, 갈치인 듯 갈치 아닌 듯, 풀치도 남도에 와야 제맛 즐기며 먹는다.
깨소금에 묻혀 파채에 싸서 먹는다.
매생이떡국. 매생이에 갇혀 얼핏 보면 보이지 않는다. 매생이 숲에서 드러난 떡국떡이 쫄깃하며, 매생이 향이 담겨 싱그럽다. 간이 적당하고 국물 맛도 좋아 떡국 한 그릇을 마뜩하게 먹을 수 있다.
오늘 두번째로 황홀한 음식은 갓김치다. 돌산갓김치를 늘 먹어도 이렇게 진한 향은 처음이다. 갓김치는 늘 양념이 강해 양념이 식재료를 압도한다는 느낌인데, 이건 양념이 강해도 향을 어쩌지 못했다.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그 느낌, 좀 익은 김치인데도 향이 입밖으로 탈출하는 거 같다.
남도에 왔다. 입안에도 미뢰 외에 냄새를 감지하는 감각이 있다 한다. 입안 후각을 확실하게 자극한다. 남도의 냄새다.
밥은 누룽지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 밥이 확 입맛을 돋군다. 환자도 일어나 입맛을 잡을 거 같다. 쫄깃거리고 탄탄한 밥알이 모두 알알이 제 맛과 향을 가지고 밥 한그릇을 이룬다.
된장국은 추억의 그맛이다. 된장국과 갓짐치에서 특히 옛날 생각이 난다.
4. 먹은 후
1)육전의 공간적 이동
육전은 황해도 음식이라 하나 전남에서 주로 먹어 남도 음식이 되었다. 2019년에는 광주 7대 대표음식으로 선정되었다. 7대 음식은 광주한정식, 광주오리탕, 광주주먹밥, 광주상추튀김, 광주육전, 무등산보리밥, 광주송정리떡갈비 등이다.
육전은 남도음식의 무한 확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여담을 하자면 광주주먹밥은 5.18때 먹었던 역사적 상징성을 담아 대표음식으로 육성한다 한다. 음식이 정치나 사회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알려준다.
이와 달리 육전은 북한의 음식이 내려와서 남도음식이 되는 공간적 이동이 주목된다. 공간적 거리도 민속적 거리도 뛰어넘어 맛이라는 구심점으로 공감을 이루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에 주먹밥은 6.25때 먹던 주먹밥이 시대를 거슬러 재현된 음으로, 위기 상황에서 언제나 시간적 거리를 넘어서 재현될 수 있는 시간적 이동을 보여준다.
주먹밥은 시간적 거리를, 육전은 공간적 거리를 넘어 재생하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광주가 얼마나 음식문화의 확장이 유연한 곳인지를 보여주는 공통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2) 우리음식 전
전을 먹는 나라는 많지 않은 거 같다. 이웃 일본 중국을 비롯하여 튀김을 먹는 나라는 많다. 튀김이 아니면 중국에서 빙(병)이라 해서 철판에 밀가루반죽을 얇게 펴서 말아먹는 방식, 혹은 난이라 해서 인도의 탄드라에 굽는 형식 등이 비슷하지만 전은 아니다.
전은 기름의 풍부한 맛으로 음식의 풍미를 높이면서 튀김처럼 기름을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통 파전이나 해물전, 김치전등의 이름으로 밀가루 반죽 속에 여러 재료를 썰어넣어 부치는 전이 상품용으로 일반화되어 있다. 집에서는 명태전 등을 많이 먹는데, 정작 전을 대표음식으로 하는 식당은 많지 않다. 최근 '전선생'이라는 식당이 전음식을 파는 대표 식당으로 인기를 모은다.
그런데 고기로까지 전의 조리법이 확장되어 육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의 장점을 살려낸 음식을 만들어냈다. 전의 장점까지 공간을 넘어 확장하고 있다. 한식의 저변 확장이다. 광주에서 여러가지 우리음식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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