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곳은 세 개의 구, 마포구, 은평구, 서대문구가 만나는 지점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 근처로 마포구
중동이다. (중동은 성산동과 바로 이웃한다.) 그런데, 기름을 넣기 위해 나는 은평구로 간다. 왜냐하면 증산동에 있는 주유소가
많이 싸기 때문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의 주유소는 너무 비싸다. 얼마만큼
차이가 나느냐 하면, 경유는 967원 대 1,398원, 휘발유는 1,257원
대 1,598원. 내가 넣는 경유는 리터당 431원 차이가 난다. 비율로 따지면 놀랍다, 45%가 비싸다. 비싼 주유소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일산 가기 전 마지막 주유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제2자유로 들어서자 마자 있는 주유소가 생기기 전까지 서울에서는
마지막 주유소가 맞았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비싼 가격이 설명이 잘 안 된다. 세 가지 요소가 더 있을 것이다. 임대료, 매입단가, 인건비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가격차일 것이다. 먼저 임대료, 즉 땅값. 마포구
성산동과 은평구 증산동의 임대료가 그렇게 차이가 날까? 모르겠다. 상권으로
따지면 크게 차이가 날 게 없다. 차라리 은평구쪽이 차로가 더 넓고,
교차로 지점이라 교통량이 더 많아, 주유소 임대료로 따지면, 은평구쪽이 더 비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매입단가는 확실히 은평구쪽이 쌀 듯 하다. 이유는 주유기가 훨씬
더 많고, 싼 가격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많이 팔다 보니, 매입단가도 내려갈 수 있으리라. 마지막이 인건비 차이다.
증산동 주유소는 셀프 주유소고, 성산동 주유소는 주유원이 있다. 셀프 주유소는 말 그대로 내가 차에서 내려 기름을 다 넣어야 한다. 시동을
끄고, 앉은 자리에서 주유구를 열고, 차문을 열고 내려서, 카드를 긁어 결재를 하고, 차에 붙은 기름 뚜껑을 돌려 열고, 무거운 주유레버를 들어 주유구에다 꽂고는 힘껏 눌러줘야 한다. 그리고, 주유레버가 튕겨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유레버를 주유기에 다시 거는 것까지. 마지막으로
영수증까지 챙기고, 열린 뚜껑과 주유구를 닫는 일까지… 모두
내가 다해야 한다. 사실 별 일 아니지만, 추운 날, 더운 날, 귀찮은 일이기는 하다.
주유원이 있는 주유소에는 주유구만 살짝 열어주고 그냥 ‘오만원어치요’라고 말하면서 카드만 건네면 끝이다. 차에서 내릴 필요도, 혹시 기름이 묻을까 염려할 필요도 없다. 그게 서비스다. 그런 서비스는 인건비가 들어간다. 나 대신 귀찮은 일을 해주고 그
대가로 나는 얼마를 지불하는 셈이다. 그 금액이 상품의 가격에 포함되는 것이고.
성산동 주유소의 기름값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을 3.1절경, 경향신문에 아파트 경비원과 관리비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내용은
이렇다. 770가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8명중 2명을 감원하고 경비초소 3곳중 하나를 폐쇄하여 가구당 최대 5,275원을 절감하는 안이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발의가 되었으나, 전체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이로 부결되었다고 한다. 한달 관리비 5,000원을
아끼자고 경비원을 해고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 아파트 주민 대다수의 생각이다. 한달 5,000원으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면, 충분히 할 만한 부분이다.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경비 아저씨들의 고용 안정에 커다란 일조를 했다는 자부심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나도 그런 마음을 가질 거 같다.
이 아파트에 적용된 논리를 앞서 말한 성산동의 주유소에 가상으로 적용해 봤다.
소비자가 45% 비싼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주유소 사장이 주유원을 고용한다고 생각해보자. 고용 창출은 바람직하지만, 그를 위해서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은
꽤나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격을 감당할 만한 사람들이 그 주유소를 이용하고, 그 숫자는 그 주유소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는 되는 셈이다. 그
주유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고용창출을 위해 일정부분을 기여하는 셈이다.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비용
부담이다.
관리비 5,000원의 인하보다는 경비원 아저씨들의 고용유지가 더 바람직해
보인다. 왜냐하면, 기존에 내던 관리비는 어쨌든 현재까지
부담해온 관리비고, 인하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을 조금 틀어보면 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경비원 아저씨들의 고용유지를 위해 관리비 5,000원 인상이 필요하다든지, 혹은 (가정이지만)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경비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매월 15,000원의 추가적인 관리비 인상이 필요하다든지. 이런 경우가 되면 쉽사리 경비원들의 편에 서기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용을 위한
비용 부담. 나는 얼마까지 비용 분담할 용의가 있는 것일까?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다.
첫댓글 첫번째 독자인 아내에게 물었다. 재미는 없지? "응." 왜 내 글엔 재미나, 유머나, 모 이런게 없지? 그냥 진지해... 재미없어... 어쩌겠는가. 재미가 있어야 읽히건만... 쿨럭.
ㅋㅋㅋ 부부 독자위원회. 철수샘. 유머 있는 글쓰기 가장 높은 단계에요. 없는 걸 바라지 말고 장점의 끝을 파는 게 어떨까요?ㅋㅋ
그렇군요. x뿔도 없으면서 눈만 높아서리. 큰일이네요. ㅋㅋㅋ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글 ,글쓰는 사람이면 모두가 지향하는 바겠죠?
그렇죠. 언젠가 그런 경지가 되길 바라면서 써야죠,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