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de the forest : 2024. 11. 02
어제는 참 예쁜 가을을 만나고 온 느낌입니다. 한남정맥의 끝자락 문수산 숲길을 걸어 보구곶리까지 또 하나, 정맥의 끝을 보았고 그 감흥으로 4시간이 넘는 교통체증을 견디며 청주로 돌아 올수 있었습니다.
한남정맥은 잘 아시다시피 경기도 죽산의 칠현산으로부터 서북쪽을 돌아 안성, 용인, 안산, 인천을 거쳐 김포의 문수산에서 끝나는 170여 km에 달하는 한강 남쪽의 산줄기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백두대간 속리산 천왕봉을 시작으로 150여 km 한남금북정맥-길을 걸었고 이어서 170여 km, 한남정맥-길을 완주했으니 도합 320여 km를 이어서 걸었던 겁니다.
한남정맥 마지막 구간 출발 전과 후의 단체사진 (2024. 11. 02)
구간길이는 전체 23km, 반은 흔적조차 없는 도심 속 정맥-길, 나머지 반은 흐릿한 숲길, 그 잘난 나머지 반의 ‘흐릿한 숲길’이라는 표현은 길이를 얘기하는 것뿐이고요. 이 나머지 반의 숲길은 참으로 신비했습니다.
가을을 다 담아낸 듯 한 정취, 문수산(376m)을 올라서니 사방 막힘없는 바람이 남과 북을 가른 휴전선마저 자유롭게 왕래합니다. 뿌연 연무 속의 바다와 그 바다로 향하는 한강의 물줄기 따라 남과 북의 가을걷이 농경지 모습은 평화롭고 너른 평야의 모습 그대롭니다.
짧지만 강하다? 그렇습니다. 문수산을 지나 ‘이제 한남정맥-길도 끝이구나..?’ 하는 순간, 이어지는 능선-길은 가을만큼이나 참으로 예뻤습니다. 바다로 뚝 떨어지는 듯한 된비알을 만나기까지, 문수산 숲길은 참으로 매력 있었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백두9기 정맥 종주대’는 청주 유일의 ‘정맥 종주대’입니다. 유일하다함이 자랑거리는 아닙니다. 어쩌면 그 반대일수도 있습니다.
청주 ‘백두대간 종주대’의 연혁이 20여년이 넘은 현실에서 아직도 제2, 제3의 ‘정맥 종주대’ 발족 없이 유일하다는 점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지역 산-꾼의 한사람을 자처하는 저로서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아무튼, 청주 유일한 정맥종주대야 그렇다 치고 대원의 한사람으로써는 자랑스럽습니다. 공식적으로는 한남금북정맥(150여 km)과 금북정맥(280여 km), 이어서 한남정맥(170여 km) 종주를 마쳤으니, 시작이 반이라고,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이랄까요(비공식적으로는 230여 km의 낙남정맥까지를 마친 상태).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 종종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접근해가는 방법을 모르거나 서툴러 당황하는 때가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을 모르듯 자연, 특히나 산을 모르니 겉치레로 판단합니다. ‘아유~, 까칠 해보여..’ 말 걸기 힘들어합니다. 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힘들 거 같은데..?’ 지레짐작..
언젠가 어느 후기에서 제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평생 올려다보면서만 살건 가요? 한번쯤은 내려다보기도 합시다. 산에 오르면 가능해집니다. 사람이고 집이고 빌딩이나 도시마저 모두 콩알만 해집니다(그래서 한번 올랐으면 아예 내려오지 마시라 권합니다..? ㅎㅎ).
한남정맥 쫑산행 뒷풀이 모습 (2024. 11. 02)
백두 9기 정맥 종주대, 다음 이어서 갈 정맥-길을 택한다면 430여 km에 달하는 낙동정맥이 될 겁니다.
언젠간 야생 그대로의 숲을 만나고 긴 날숨을 필요로 한다는 정맥-길, 그곳에서 함께 확인 해 보시길 권하면서 한남정맥 종주산행 후기를 마칩니다.
함께 해주신 대원님들, 늘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대원님들, 감사드리고 축하드립니다. 나머지 사진들은 영상으로 남깁니다.
첫댓글 어쩌다 보니 홀로 댓글 부대가 되었습니다^^
걷기 시작하면서 숨이 트입니다.
걷다보면 자유로워집니다.
바스락바스락 종일 낙엽 쌓인 길을 밟습니다.
낙엽은 색깔도 다 달라 갈색을 베이스로
연두이거나 노랑이거나 붉거나가 더해졌습니다.
떨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나뭇잎은 아직 젊어서
바스락거림은 더 싱싱합니다.
그렇게 귀가 밝아집니다.
걷고 또 걷던 걸음은 산하를 거쳐
나를 비우고 채워줍니다.
한 정맥을 마치고 마음껏 축하하는 길은
다음 길로 기대가 이어집니다.
함께 해주신 산님들 감사합니다.
새로운 길에서 뵙겠습니다^^
감상ㆍ느낌 모두가 숲에 드는 봄이님 감성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언제나 숲에 취하는 모습이 참 여리게 느껴지는데요. 실상은 그렇지 않더이다~^^
정맥 하나가 끝날때마다 만족감과 함께 왠지모를 아쉬움더 더해지는것 같아요.
아무튼 새로운 정맥길에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어디 쥐구멍 없나요? ㅎ 지나치다 싶었는데 그예 들켰네요 ㅎㅎ 그래도 놓칠 수 없는 치유의 숲에서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