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원준이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다. 그런데 곤충에 유별하게 관심이 많아 원준이의 곤충 사랑을 채워주기 위해 온 가족이 열심이다. 원준이를 위해 여주, 시흥, 영등포에 있는 박물관과 체험관 그리고 예천의 곤충연구소에 가서 곤충 체험과 축제에도 참가하는 등 곤충에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하려고 한다.
며칠 전 원준이에게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니, 곤충학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난 가울엔 국내의 곤충박물관으로는 그의 열정을 다 채우지 못해 일본 동경에 있는 무시사 곤충샾(Mushi.sha)을 딸네 부부가 그와 함께 방문했다.
원준이는 집에서도 사마귀, 메뚜기, 여치 등을 곤충 사육통에 넣어 두고 시간날 때마다 들여다보며 즐거워한다. 3, 4년 전 가끔 원준이를 유치원에서 데려 오는 일이 있었다. 그럴 때 원준이는 집에 오는 길에 나무가 있는 길이나 공원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곤충이 어디 있나 살펴보는 바람에 집까지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나는 이런 손자의 취미를 살리기 위해 나도 곤충이 있으면 잡아다 주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곤충을 잡으려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곤충이 점차 사라지는 현상이 크게 눈에 띈다. 여의도 샛강공원에 가면 너른 풀밭이 있는데, 너무나 관리를 잘해서인지 풀벌레를 한 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 공원 관리인이 수시로 농약을 치고 키 큰 풀은 자라기가 무섭게 예쁘게 잘라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63빌딩 근처의 너른 풀밭에 메뚜기 등은 한 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 공원 관리를 너무 잘하다 보니 곤충이 자랄 환경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우리 집 앞산 모락산 중턱엔 풀밭이 꽤 넓은 묘지가 있어 10여 년 전만 해도 거기 풀밭에선 많은 메뚜기, 여치 등이 뛰어놀고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2년 전 원준이와 함께 메뚜기를 잡으러 묘지의 풀밭에 갔더니 메뚜기는 물론이고 풀벌레를 한 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 묘지 위에 농약을 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왜 메뚜기를 한 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 7 – 8년 전쯤 덕평휴게소의 꽤 너른 잔디밭엔 메뚜기가 많이 뛰어 놀고 있어서 거기에서 메뚜기를 잡아서 집에서 구워먹은 적이 있었는데, 이제 그 풀밭은 사라지고 없다.
올여름 들어 쌔알매미의 울음 소리가 우리집 주위에선 들리지 않고 있다. 매미종류는 말매미, 참매미 그리고 쌔알매미 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미의 대표는 맴~ ~ 맴 하는 참매미이고, 말매미는 덩치가 제일 크지만 그냥 찌르르 ~ ~ 우니 별로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런데 쌔알매미는 쌔알 ~ 쌔알 하고 우는 소리가 참으로 매력적이어서 나는 쌔알매미를 가장 좋아한다. 우리집 주위에서 여름이면 그렇게 요란하게 울어대던 쌔알매미의 울음 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 이젠 쌔알매미도 사라져 가는가 하며 안타까워 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살 때 나무에 오르며 매미를 잡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그런던 지난 8월 2일 아침 여의도 샛강 공원을 지나며 쌔알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마치 집 나간 아들이 돌아온 것처럼 기뻤다. 그 이후로도 여의도 샛강 공원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쌔알매미는 나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인섹타겟돈’이란 책에서 곤충이 사라지면 인간도 살 수 없다고 저자 올리버밀먼은 주장하고 있다. “만약에 이 세상에서 곤충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환영받지 못하는 외모 때문에 큰 관심을 얻지 못하지만, 사실 곤충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는 존재일 수 있다. 책은 곤충이 사라진 뒤 인간이 마주할 현실을 그리며 시작한다.
지구에서 벌의 비행 소리가, 귀뚜라미의 울음이 사라지면 먼저 새들이 곤경에 처한다. 참새와 딱따구리는 먹이인 나방과 진딧물을 찾지 못한다. 이렇게 지구상에 있는 새 약 1만 여종 중 절반이 멸종된다. 식물 정원은 사막으로 변하고, 딸기·자두·복숭아 같은 과일은 자취를 감춘다. 꽃이 피는 식물의 약 90%, 전 세계 식량 작물의 3분의 1 이상이 벌과 나비를 비롯한 곤충의 수분(受粉·꽃가루받이) 매개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사실 세계에선 이미 곤충 멸종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유럽 과학자 수십 명이 내린 결론은 ”최근 27년 동안 동물보호구역에서 날아다니는 곤충이 75% 이상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곤충이 어떻게 사라져가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자, 곤충 멸종을 막고자 인류 사회에 던지는 경고장이다.
곤충들은 왜 사라지는가? 기후변화·집약적 토지 이용 등 복합적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을 유력한 요인으로 제시한다. 인류는 해충에게서 농작물을 안전하게 지키려고 점점 강력한 살충제를 만들어 왔다. 이러한 살충제가 특정 곤충뿐 아니라 지역 내 곤충 생태계를 초토화한다는 것이다.
”곤충의 위기는 곧 인류의 위기“라고 말하는 저자는 곤충 보호를 위한 각국의 노력과 해법을 소개한다. 프랑스는 네오니코노이드가 함유된 살충제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노르웨이는 오슬로 중심부에 벌을 위한 피난처를 마련했다. 영국 남동부의 한 농장에선 농작물 생산을 위해 다듬어진 농경지 일부를 ”맨땅“으로 돌려 놓자, 2000년 대 초반 멸종됐던 솜털호박별이 돌아왔다.
많은 곤충이 사라지고 있어서 염려스럽다. 곤충이 사라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너무 자연을 과보호하는 것도 그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곤충이 사라지면 인간도 살 수 없다고 한 올리버 밀먼의 말을 새기며 곤충의 멸종을 막기 위한 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첫댓글 손자 원준이의 *곤충 사랑*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참 바람직한 모습이지요. 요즘은 매미소리는 가끔 들을 수 있어도,
메뚜기는 구경하기가 쉽지 않지요. 미래 세대의 유능한 손자의 미래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