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척 하는 건 진짜 강해서가 아니다
팟케스트 <뇌부자들>로 유명한 김지용 정신과전문의가 팟캐스트와 유튜브에서 미처 꺼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건강 에세이 <어쩌다 정신과 의사>를 출간했습니다.(2020.7)
그는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치료받기 보다는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해 숨기고자 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너무 강한 척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강한 척 하는 건 진짜 강해서가 아니라 약한 걸 인정 못하는 것뿐이다.”
세사에 상처받지 않고 사는 영혼이 있을까요?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이 돋보인 영화 <조커>는 코미디언을 꿈꾸는 남자의 정신적 아픔을 그려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조커는 내적으로 끊임없이 혼란을 겪고 있는 자신의 심정을 일기장에 담담히 적었습니다. “정신 질환이 최악인 부분은 남들에게 아닌 척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
남들에게 아닌 척 해야만 하는 것이 정신질환 뿐만은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약점을 내보이기를 싫어합니다. 약한 것 보다는 강한 척, 못난 것 보다는 잘난 척하기를 좋아합니다.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수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약해 보이면 조롱과 핍박을 받지만 강해 보이면 경외와 추앙을 받기 십상입니다.
곤충 가운데 강한 척 하기로 유명한 게 사마귀입니다. 제(齊)나라의 장공(莊公)이 사냥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사마귀 한 마리가 앞 다리를 번쩍 든 채 장공의 수레를 막아섰습니다. “참으로 용감한 벌레로구나. 저 놈의 이름이 무엇이냐?” 장공의 물음에 신하가 대답했습니다. “사마귀라고 하는데,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 모른 채 제 힘만 자랑하는 놈입니다.”
어디 사마귀만 그렇겠습니까. 나섬과 물러섬을 제때 판단하지 못해 곤혹을 겪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은 채 허세를 부리고 과시하기를 좋아합니다. 더 강하고 더 잘나 보이려 그런 것이지만 본인의 그릇을 벗어나 더 강한 척, 더 잘난 척하는 것은 잠시의 속임수에 불과합니다. 본질은 속일 수 없는 것이라 금방 드러나고 맙니다.
헬스장에 처음 나간 날, 격하게 운동하기 일쑤입니다. 그 결과로 쓰지 않던 근육의 과부하로 인해 고통스런 근육통을 맛봐야 합니다. 하지만 운동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통증을 느꼈던 자리에 울퉁불퉁한 근육 덩어리가 생겨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운동을 격하게 해도 더 이상 근육통으로 고생하지 않습니다.
정신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의 근육을 튼튼히 키울수록 크고 작은 상처에 쉽게 아파하지 않습니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 합니다. 강한 척, 잘난 척하는 대신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속마음을 숨김없이 표현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나약했던 마음에 튼실한 감정의 근육이 돋아나 남들의 손가락질에도 끄떡하지 않는 힘을 갖게 됩니다.
마음의 근육은 정신의 면역력입니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을 벗어나게 해주고, 남들과 애써 비교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남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그동안 과도한 마음 씀씀이로 내가 나를 아프게 한 것입니다. 나는 나고, 남은 남입니다. 남 때문에 내가 아파서는 안 되고, 나 때문에 내가 아파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방법은 허세 버리기입니다.
강한 척, 잘난 척, 모조리 버려야 할 것들입니다.
세상을 비틀어보는 75가지 질문
Chapter 3.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데, 왜 변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