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2. 17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국내에서도 5월 1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멕시코 신종플루 발생 지역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귀국한 수녀가 발열 등 증상이 있어 가택 격리 및 음압 병동 격리 중에 감염이 확인된 것이다. 그해 7월 9일 해외에 다녀오지도 않았고, 감염 증세가 있는 주변 인물도 없는 상태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되는 지역사회 감염 첫 사례가 70일 만에 확인됐다. 5월 1일 첫 확진 환자 발생 이후 지역사회 감염자 발생일까지 확진 환자는 총 367명이던 시점이었다.
당시 신종플루 재생산지수가 1~3 정도(멕시코 연구 3.1, 일본 연구 2.8)이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생산지수(홍콩 2.4~3.6, WHO 1.4~2.5, 영국 2.8, 중국 2.9)와 비슷한 수준의 감염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종플루와 코로나19의 유행을 비교해보면 신종플루는 북미를 중심으로 전 세계로 확산했고, 코로나19는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본다면 신종플루보다 코로나19의 유입·확산이 훨씬 더 심각한 양상을 갖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신종플루 발생 1개월 시점에 42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당시 9명이 격리 치료를 받고 33명은 전원 완치돼 퇴원한 상태였다. 지금의 상황과 비교한다면 신종플루 감염 환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 그러나 신종플루 발생 이후 1개월이 지난 당시보다 현시점에 훨씬 더 큰 위기의식을 갖게 되는 것은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의 코로나19 발생 양상이다.
중국은 16일 기준 누적 확진 환자가 6만8584명, 사망자 1666명에 달한다. 일본은 16일 현재 408명의 확진자,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중 중국에서 온 사람과 접촉하지 않은 감염자가 4명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이미 시작돼 코로나19의 전국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크루즈 선상 감염자와 그들에 대한 관리는 논외로 하더라도 일본의 코로나 대응은 낙제점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20일 최초 확진 환자 발생 이후 16일 현재 확진 28명, 퇴원 9명으로 중국·일본에 비해 코로나19 관리를 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이나 국민이 긴장의 끈을 놓고 방심한다면 예기치 못한 위중한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중국 정부의 자국민 해외여행 자제 조치와 일부 지역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매일 2000~3000명이 입국하고 있고, 개강을 앞둔 대학가에는 전국적으로 7만5000여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입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스스로 인구 이동 제한과 차단 등 엄격한 봉쇄 차단 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이웃 나라인 한국이 오히려 이들을 맞아들이고 심지어 정부 재원을 쏟아부어 중국인 유학생을 위한 선제 조처를 한다고 소란을 피우고 있다. 우리 국민 스스로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지내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정부 당국은 보다 현명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재난 대응 세계 최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일본이 지금 상황을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일시에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한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지역사회 감염자가 곧 발생한다면?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참고로 신종플루는 첫 지역사회 감염자는 70일 만에, 첫 사망자는 56세의 건강한 성인 남성이 8월 8일 증상 발생 이후 7일만인 8월 15일에 폐렴과 이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107일 만에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재 상황은 우리나라가 신종 코로나 대처를 비교적 잘하고 있다고 해도 숨 돌릴 때가 아니다. 계속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지금도 공항과 항만, 심지어 우리 이웃에도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병율 / 전 질병관리본부장·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