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km (701.5km)
(전남 함평군 손불면 산남리 손불 방조제 - 석창리 - 궁산리 해수찜 - 석성리 돌머리 해변 -
무안군 현경면 해운리 - 현화리 - 평산리)
해도 뜨기 전 서둘러 잠자리를 박차고 나와 뜨거운 콩나물 해장국으로 아침을 한다.
밥을 먹고 나오니 함평천 너머로 해가 떠오른다.
바로 차를 몰아 손불 방조제로 넘어가 장정을 시작한다.
방조제 주변 농로를 다시 보수중인 손불 방조제는 3km가 넘는 직선길이다.
하늘은 눈이 올 듯 어둡지만 소한인 오늘이 어제보다는 덜 추운 것 같다.
그래도 소한추위는 소한 추위다.
방조제를 넘어 석창리로 들어섰다. 함평의 해안길은 모두 편안하게 넓고 잘 정비가 되어 있다.
그냥 해안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궁산리 주포 해수찜 마을 바로 전 갈대밭까지 편안한 길이 이어져 있다.
하지만 길이 가끔 끊어지고 잠깐 해변으로 나가면 어김없이 흙이 무어지고 밭도 유실되어 있다.
파도가 높이 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바다 조금 멀리 배타적 경제수역(EEZ)내 모래채취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 해에만 약 500만㎥ 정도가 서해안에서 퍼 올려 져서 건축자재로 쓰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북한에까지 가서 사오고 있다. 적어도 1m 높이의 여의도 하나를 퍼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 모래를 메우려고 바다는 파도를 일으켜 땅을 후려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구가 탄생하고 사람이 지구의 주인이 되어 살아 온 날이 엄청 긴 세월이지만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몇 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몇 년 동안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고
아껴 쓰고 다시 쓰는 지혜가 절실하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은 우리가 주인이 아니라 세입자라는 사실이다.
이러다 주인이 “방 빼”라고 하면 그 때는?
주포 해수찜은 먹는 것은 아니고 게르마늄 원석을 소나무 장작으로 달구어 바닷물에 집어넣고
그 뜨거운 바닷물로 찜질을 하는 독특한 방법의 해수탕이다.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서 한 번 가보자고 살살 설득을 해봐도 별 관심이 없는 듯
“100년이 넘었네!” 하는 생뚱맞은 말 뿐이다.
100년이나 넘은 조상의 지혜가 곁들여져 있는 이런 좋은 건강 목욕도 하지 않고
우리가 장정을 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장정의 출발이 “우리의 삶터인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을 느껴보자”라는 것인데
발로만 밟고 간다고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정에만 거리에만 쫓기는 우리가 안타깝다.
주포 해수찜 마을에서부터 석성리 돌머리 해변까지는 행정안전부에서 지정한 해안누리길 구간이다.
시작부터가 라버콘으로 예쁘게 포장 되어 있다. 그 길을 걸을 때부터 눈발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굵은 눈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눈이 그렇다고 싸래기 눈은 아닌 그런 눈이 엄청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오니 마음도 포근하다. 눈을 맞고 걷는 장정은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무척 반갑다.
주포항에 도착하니 눈 덮인 항구가 너무 예쁘다. 포구가 작으니 더 예쁘다.
해안누리길은 이곳부터는 별도의 인도가 없어 걷기에는 좀 불편하지만 차들이 지나가지 않아
눈 내리는 해변도로를 편안하게 걷는다.
돌머리 해안에 도착하니 해변이 온통 하얗다.
눈이 그쳤지만 지금까지 온 눈이 소복소복 소리를 낸다.
해변 소나무 숲에는 여러 이름으로 정자가 지어져 있고 눈 내린 송림이 한 폭의 그림 같다.
해수욕장은 여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지만 사람도 없는 이곳이 이렇게 잘 관리 되고 있다는 것이 참 고마웠다.
소중한 것은 개발이 아니라 관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해변을 막 지나 서면 횃불 모양의 전망대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갯바위 위에 콘크리트로 세워 놓은 전망대는 표정이 좀 불편해 보이지만
그곳에서 보는 해넘이가 아름답다고 하니 용서를 해준다.
바다 안쪽에 똑 튀어나와 있어서 돌머리인지 이제부터는 바다 제일 안쪽 무안군 현경면 방향으로는
계속 들어간다.
공사 중이어서 지름길이 생긴 해운천을 건너니 바로 무안군 현경면 해운리에 도착했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지 무안군으로 들어오자 바로 해안길이 걷기도
어렵게 불편해 진다.
해운리를 지나 현화리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개천을 하나 넘어야 한다.
바닷가를 걷다보면 중간 중간 나타나는 강이나 하천이 곧바로 걷는 것을 방해한다.
큰 강은 그 너비가 상당하여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다리를 찾아 돌아가지만
작은 실개천은 돌아가기도 건너기도 정말 애매합니다. 이곳에 개천이 꼭 그 모양이다.
세 네발만 건너뛰면 충분한데 발이 물에 젖어 앞으로의 장정에 큰 부담이 되니 그냥 돌아갈 판이다.
불교에서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고 자신이 힘들여 쌓은 공덕을 남에게 돌릴 줄 아는 사람이
곧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공덕은 무엇인가?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는 급수공덕, 배고픈 자에게 밥을 주는 아사공덕 등이 그것이다.
그 공덕 중에 하나가 월천공덕(越川功德)이다.
깊은 물에다 다리 놓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멀리 일행은 오는 것이 보이고 재빨리 주위의 큰 돌을 짊어지고 개천에 던지기 시작했다.
마음 씀이 최고인 친구다.
허리가 아직은 시원치 않은 나는 고작 하나의 돌만 던졌지만 이리저리 돌을 모아
튼실한 돌다리를 금방 만들어 보인다.
특히 조금은 짧은(?) 친구를 배려하여 몇 차례나 더 돌을 지어 날랐다.
그 덕분에 일행은 2km 정도를 돌아 들어오는 수고를 피하게 됐다.
“베푸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주는 것은” 무엇인지?
자기에게 남아서 필요 없는 것을 상대에게 건네주는 것은 바로 단순히 그냥 “주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에게도 꼭 필요한 것을 상대가 필요 할 때 두 손잡듯 건네는 것이 “베푸는 것”이다.
물론 “주는 것”도 소중한 것이지만 우리는 “베푸는 것”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러니 남아도 주지 않는 삶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의 마음 씀이 더욱 더 굳건해 지길 바란다.
현화리를 지나고 안쪽 바다의 가장 안쪽인 평산리에 도착했다. 오늘의 장정은 여기서 마감한다.
오늘의 쓰레기
석창리 해변에서 본 폐비닐들 -
파도에 밀려 온 것인지 불법 매립한 것을 파도가 파내여 고발 한 것인지 흙은 유실되고 폐기물은 쌓이고
석창리 해변 경운기 -
바로 옆 갯벌의 게를 닮아가 부끄러운 내 모습을 모래안으로 숨기려 하고 있다
첫댓글 드디여 700km를 넘었다
그러네..700km를 넘었네..야호~!~!~!@
벌써 700Km... 참 빠르네..!! 다음 장정부터는 여유를 가지고 걷자고~~~
조금은 짧은(?) 친구를 배려...ㅋㅋㅋ
1월 결과 반영하여 대문 수정 완료!
수고 하셨오
돌나르느라고 쎄빠졌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