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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수탉이 두 마리 있었다.
그 가운데 검은 놈이 암탉을 짓누르며 닭장을 전횡하여 늘 붉은 수탉은 닭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이웃집에 의탁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인에게 그 붉은 수탉을 잡으라고 했는데, 하인이 잘못 알아 듣고는 검은 수탉을 활로 쏘아 죽였다.
그래서 결국은 집에 있던 놈은 소반 음식으로 충당되었고, 이웃으로 도망가 있던 붉은 수탉은 집으로 돌아와 뭇 암탉을 전횡하게 되었다.
미물이 죽고 사는 것도 그 타고난 운수가 있어서 잡으려는 자의 마음대로 되지 않거늘,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을 근심해 온갖 계책을 영위하는 자를, 과연 천명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어우야담 끝)
위 이야기는 내 개인적으론 절대 공감한다.
언젠가 운명에 대하여 내 중형의 이야기를 기회를 봐서 해 보겠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고인이 된지 오래되었다.
내 바로 위에 중형은 영민하여 어려서 공부를 대단히 잘 하였는데, 그당시 국민학교 4학년 때 산동국민학교 옆으로 청주가는 버스 도로에서 제기차기를 하던 중 달려오는 미군용 트럭에 치여서 청주 도립병원에서 대 수술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살아 났는데, 그 때에 피를 잘못 맞아서 피부병이 생겨서 평생을 회한 속에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살았었다. 그 당시 병명이 '백선풍'이라 하여 하얀 부채모양의 버섯모양 종양이 피부에 피어 부풀어 오르는 병으로 당시엔 희귀병으로 병균자체도 몰라서 치료약이 없는 불치병인데도, 사람이 생활하는 데는 전혀 아프거나 활동하는데 제약을 받지는 않았으나, 그 몰골이 사나와서 사람들이 전부 외면을 하니, 그 고통이 얼마나 컸겠는가?
이러다 보니, 시골도 사람구경도 할 수 없는 첩첩산중으로 들어가서 먹고 살려고, 양계장을 해 보기도 했었는데, 결국은 한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해서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이 중형은 나이가 차서 창피한 걸 알 때쯤 부터는 언제라도 죽을 결심을 굳히고 세상을 살아 갔었기 때문에, 생전에 입버릇처럼 항상하는 얘기가 있었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죽는 것도 천명이 다야 죽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죽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더라.
아, 나 같은 놈은 죽으려고 약을 털어넣어도 병원에서 독약이라 위장이 다 타서, 씻어내긴 했으나 소생할 가망성은 희박하다고 했는데도 다시 새 살이 살아나서 고생만 실컷하고 다시 살아나고, 강원도 영월 땅 어느 첩첩산중에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으려고 하면, 밤 1 시도 넘은 시간인데도 왠 행상하는 아주머니가 중간에 외벽을 치며 나타나서 자살을 말려서 못 죽게 하고, 별짓을 다 해도 못 죽게 하는거야, 허! 난 죽는 거야 그까짓거, 눈 한번 질끈 감고 어디에서 뛰어내리든지, 약을 먹으면 되지, 그렇게 쉽게 생각했었는데, 절대로 그런게 아니더라." 그러더니 나이 50이 막 몇 달을 남겨두곤 결국은 자살로 비명횡사하여 온 가족을 비통하게 만들었다.
나는 생전에 어떤 누가 죽어도 눈물이 너무 없어서 어떤 때는 야속했던 적도 몇 번 있었지만, 중형이 죽은 뒤에는, 떠나가는 영구차 안에서, 살았을 때의 사람얼굴 한번을 번뜻하게 못 쳐다보고, 세상을 살다갔다고 생각하니 서러움이 복받쳐서 소리없이 눈물이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렸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래, 그 형은 그 때까지가 명이었는지도 몰라,..'하면서도 중형생각만 하면 뭔가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슬픔은 어쩔 수 없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