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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빨리 정신을 수습한 강운이 다급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 그러면 우리 사부는 어떻게 됐어요? 찾았어요? “
강운은 눈을 뜨기전 무한대로 늘어난 자신의 감지능력으로 그의 사부
를 찾아봤으나 그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불안했었던 것이다.
천제는 강운이 깨어나자마자 사부를 찾는 것을 보고 마음 한켠이 무
거워 지는 것을 애써 감추며 노인에게 살짝 눈짓을 해보였다.
“태자마마! 그것은.. 소신이 말씀드리겠습니다. 태자마마께서 정신을
잃고 계시는 동안 소신이 인간계로 내려가 그분을 찾아보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그분을 찾아내지 못하였습니다. 다만, 몇 가지 단서를
찾아냈을 따름입니다. “
강운 역시 그의 사부의 기운을 찾아내지 못했기에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노인을 재촉했다.
“그 단서라는 게? “
노인은 강운을 쳐다보며 가볍게 심호흡을 한 뒤에 천제를 향해 처음
으로 불만의 표정을 들어냈다.
천제 역시 노인의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고는 헛기침을 하며 애써 고
개를 돌려 그 시선을 외면해버렸다.
자신으로서는 강운에게 그의 사부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것
이다. 노인은 천제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외면해 버리자 어쩔 수 없
다는 듯이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흠.. 혹 태자마마께서는 차원의 문지기라는 것을 아십니까? “
“차원의 문지기? 그게 뭐야? 처음 들어보는 데. “
강운은 노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차원의 문지기라는 말에 처음들 어보
는 말인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것은 쉽게 말해 차원의 문을 지키는 자들을 가리키는 말이옵니다.
어느 차원이든 그 차원과 다른 차원들이 접해있는 차원의 접점에는
그들 문지기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들이 있는 한 다른 차원계에서
함부로 난입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
강운은 노인이 쓸데없는 말을 한다 생각하며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 뭐 어쨌다구. 빨리 사부 있는 곳이나 가르쳐 달라니까. “
“저희 천계와 사악한 마계에도 차원을 지키는 문지기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지닌 능력이 뛰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계에서
의 난입을 허용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계는 다르옵니다. 인간
계의 차원의 문지기는 지금까지 그 능력이 아주 미미하였기에 다른
계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자유롭게 인간계를 드나들 수 있었지요.
하지만 얼마 전부터 인간계에 새로운 문지기가 나타난 이후부터는
저희 천계에서 조차 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바로 태자마마의 사부되시는 그분이 문지기가 되신 이후부터 말이
옵니다. “
강운은 노인이 계속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자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중 갑자기 들려온 사부에 관한 이야기에 눈을 크게 뜨
고 노인을 쳐다봤다.
“사부가? “
“그렇습니다. 그분이 문지기가 되신 이후부터는 그 어떤 계에서도 함
부로 인간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껏 유래가 없었던
강한 힘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희 천계의 문지기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기에 그런 분이 실종이 되셨다는 게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찾아낸 몇 가지 단서에
의하면 아무래도 암흑계가 나섰기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태자마마께
서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암흑계라 하면 광계와 더불어 그 실체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는 신비계이기 때문에 만약 그들이 나섰다면
아마도.. 그분을 찾기는 힘들 거라 생각됩니다. 아마도 이미.. ”
노인이 무거운 침음성을 흘리며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그는 끝내 말
을 끝맺지 못했다.
강운이 눈을 동그랗게 뜬채 노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기 때문이
었다.
결국 노인이 강운의 시선을 감당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리자 강운
은 고개를 돌려 천제를 바라보았다.
천제역시 강운에게서 흘러나오는 무언의 압력에 고개를 돌리려 하다
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미안하게 됐구나.. 하지만 암흑계가 개입한 이상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단다.. “
강운은 다시 한번 천제와 노인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한참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강운이 그 큰 눈에 눈물이 그렁
그렁 맺힌 상태로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사부.. 죽지는 않았겠지? “
강운은 고개를 올려 천제와 노인을 바라보았지만 그들은 무거운 눈빛
으로 말없이 강운을 쳐다볼 뿐이었다.
“나.. 사부한테 보내줘요.. 암흑계라는 곳에 보내줘.. “
강운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했지만 천제와 노인은 들어줄 수 없는
강운의 부탁에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미안하구나.. 광계도 그렇지만 암흑계 역시 그 실체조차 파악되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그들의 힘은 진정 가공스러운 것이다. 이미 태자
너를 천계에 들여놓음으로써 우리는 광계의 명을 저버렸다. 어쩌면 응
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암흑계 인물이 내려가 있는
인간계에 태자를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암흑계에서 먼저 차원의 규칙
을 어겨버렸으니 광계에서도 조만간 나설지 모르겠지만 아직 그들은
한 번도 대외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인간계의 문지기의 일은 안 된 일이다만..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그만 잊어버리고 나와 함께 천계를 이끌어가는 것이
어떻겠느냐? 비록 너는 태의 사념을 제압한 전혀 다른 인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너를 천계의 태자로 인정하고 싶구나. 지금부터
라도 태자의 수업을 받아나간다면 어쩌면 너로 인해 우리 천계가 광계
를 눌러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천제는 강운을 기대 가득한 시선으로 쳐다보았지만 강운은 지금 천제
의 제안이 머리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지금.. 인간계에 암흑계의 인물이 있다고 했어요? “
천제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대답을 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을 했지만 사실을 안다 해도 강운 혼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쉽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래. 그렇다고 하는 구나. 그렇지! 인간계에 다녀온 자네가
태자에게 직접 얘기해주는 것이 좋겠구먼. “
“예.. 그것은 소신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신이 인간계에 내려가서 알
아본 바에 의하면 암흑계의 인물이라 추측되는 인물이 내려와 있었습
니다. 아무래도 태자마마의 사부 되시는 분도 그 인물에게 당하지 않
았을까 추측되고 있습니다. “
노인은 말을 끝내고 강운을 바라보고는 흠칫 놀래서 말을 바꾸어야
했다. 강운이 지금껏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살기 가득한 표정으
로 노인을 노려보았기 때문이다.
“아.. 그것은.. 꼭 무슨 일을 당했다기 보다도.. 그러니까 그 자에 의
해서 암흑계로 끌려갔을 수도 있고.. 또.. 아무래도 그분이 차원의 문지
기 이셨기 때문에 차원의 틈에 숨어계실 수도 있고.. 아직 단정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할 수는 없으니 너무 심려하지 마시옵소서.. “
노인은 강운이 자신의 말을 듣고는 서서히 표정을 푸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만 했다.
그 어떤 일에도 마음의 동요가 없을 것처럼 보이는 강운이지만 그의
사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쉽게 감정을 들어내는 강운이었다.
겉으로는 항상 사부에게 툴툴거리며 빈정거리는 강운이었지만 속으로
는 누구보다 그의 사부를 좋아하고 강운에게는 부모님과도 다름없는
사람이 바로 사부였기 때문이었다.
침묵.. 지금 강운의 거처에는 침묵이 방안을 온통 감싸 돌고 있었다.
강운은 노인의 말을 듣고도 한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입을 열지
않았고 비교적 활달한 성격의 천제로서는 그런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허흠.. 그래.. 이제 그 일은 이쯤에서 접어두기로 하고. 그 동안 태자
가 정신을 잃고 누워있느라 천계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을 터이니
나와 함께 밖으로 나가도록 하자꾸나. “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꺼낸 천제의 말에도 강운은 아무런 대답이 없
었다.
“태자마마! 소신이 앞으로도 꾸준히 그분을 찾아보겠으니 너무 심려하
지 마시옵소서. 천제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좋을 듯 보이옵니다. “
머쓱한 표정으로 서 있는 천제 보기가 민망했던지 보다 못한 노인이
말을 끝냈을 쯤에야 강운에께서 어떤 반응이 나왔다.
“할아버지! 그 암흑계 인물이 인간계의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
갑자기 들려온 강운의 질문에 노인이 한동안 어리둥절해 했지만 곧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그것은.. 소신의 능력으로 그 위치까지 파악하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인간계에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
노인이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자 강운은 노인과 천제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다가 살포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음.. 뭐 상관없어. 내가 직접 가서 찾아보지 뭐. 하지만 우리 사
부가 어떤 사람인데! 절대 그딴 놈한테 당할 리가 없어. 내가 직접 가서
그 놈을 묵사발 내고 사부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올께.”
강운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하자 천제와 노인이 크게 당황하며
손을 들어 강운을 제지시켰다.
“태자! 나는 결코 태자가 인간계에 내려갈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곳은 지금 너무도 위험한 곳이야! 이미 차원의 규칙에 의해 인간계
에는 새로운 문지기가 나타난 듯 보이지만.. 그 인간은 그 능력이 너무
나 미약하다. 이미 다른 계에서 인간계로 마구잡이로 난입을 하고 있
는 상태이니 절대로 태자를 그런 곳에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
천제는 강운과 만난 이후 처음으로 아주 강경하면서도 위엄 있는 목소
리로 호통을 쳤고 그로인해 강운이 잠시 주춤거렸다.
“그렇습니다. 태자마마! 그곳은 너무나 위험합니다. 마계에서는 아직
난입을 시도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역시 머지않아 그들도 인간계로
발길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사실 저희 천계에서도 인간계로 많은
인원을 파견하고 있는 상황이니 그들 또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그런 곳에 태자마마가 내려가신다면 필시 그들의 표적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인간계는 천계나 마계를 비롯한 모든계들의 근본이
되는 곳이니 만큼 아무래도 이번일이 쉽게 마무리 지어질 듯 보이지
는 않사옵니다. 또한 이미 천제께서 태자마마가 인간계에 내려갈
것을 금 하셨으니 차원의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옵니다. 태자마마!
모든 것이 태자마마를 위한 일이옵니다. 이제 그만 마음을 접으시오
소서! “
강운은 잠시 난감한 표정을 보이더니 이내 마음을 굳혔는지 주먹을
꽉 말이쥔 상태로 힘있게 말 했다.
“안 돼! 난 꼭 가야돼. 할아버지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내가 나중에
꼭 한번 들릴 테니까 잘들 있어요. “
천제는 강운이 끝내 뜻을 굽히지 않을 것 같기에 난감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자신의 허락이 없이는 인간계로 내려갈 수 없다는
생각에 강운 스스로 제풀에 지치기를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천제가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강운은 고도로 집중한 상태로
공간의 문을 열고는 사라져 버렸고 천제와 노인은 강운이 사라진
이후에도 한참동안이나 강운이 사라진 줄 모르고 있었다.
천제와 마찬가지로 노인 역시 강운의 마음을 어떻게 돌려야 할지
궁리를 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들려온
천제의 경악성에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이보게! 태자가 어디로 갔는지 자네는 아는가? “
“천제시여! 소, 소신은 모르겠사옵니다. 분명 저희 앞에 계시지 않았
사옵니까? “
“허허! 내 말이 그 말이야. 자네는 어서 태자를 찾아보도록 하게. “
“예! “
노인이 황급한 걸음걸이로 방을 빠져나가자 홀로 남은 천제가 힘없이
자리에 앉았다.
“흐음.. 내가 눈치 채지 못하게 공간 이동을 하다니.. 그것이 과연 가능
한 일이었단 말인가.. 아니지! 내 보기에 그 아이는 충분히 그 정도
능력은 있었어. 하지만 결국 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야. “
얼마 후 노인이 나갈 때 보다 더 급한 걸음걸이로 다시 천제의 앞에
나타났다.
“오.. 그래. 벌써 찾았나? “
“천제시여! 태자마마께서는 천계에 계시지 않는 듯 보이옵니다. 아마
도 인간계로 곧 바로 차원이동을 하신 것 같사옵니다. “
“뭐라? 천계에 없다고? “
“예.. “
천제는 전혀 의외의 소식에 눈 앞이 아득해지는 심정으로 힘겹게 입
을 열었다.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차원의 문지기를 거치지 않고 차원이동
을 할 수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거늘! “
노인 역시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강운은 천계 어느 곳에도
그 모습을 보이지 않기에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