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聖 단테의 사랑-서정적 감동
홍윤기
--단떼를 생각함
김 송 배
피렌체 어느 골목에서
단떼를 만나고 있노라면
별 하나로 반짝이는
베아트리체도 볼 수 있을 게다
저물녘 베치오 다리에
당신을 기다리지만
다가오는 건
히피들의 광란뿐일 게다
저 멀리 흰 물새 한 마리
끼륵끼륵 지금사
당신을 찾아서 울어대지만
10년 만에 지상낙원에서 만난
그는 아닐 게다
아아, 지고천(至高天)을 따라 나선 그대
어둑한 그의 생가 부근을
그냥 헤매고 있을 게다
베아트리체와 늘 함께 반짝일 게다.
연작 기행시인 「여정 . 5」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기행시라고 해서 반드시 그 지역이나 고장에 대한 내용만을 소재로 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그 지역의 훌륭한 인물을 소재로 삼아서 쓴 것도 독자들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김송배의 단테를 생각함은 그런 뜻에서 유형적인 테두리를 벗어난 기행시의 독특한 형식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적 전형이라고 하겠다. 이 기행시에는 피렌체라고 하는 이탈리아의 화려했던 꽃의 도시가 제1행에서 나온다. 그리고 제2행에서는 주인공인 시인 단테(Dante, Alighien 1265~1321)rk 등장하고 제4행에서는 베아트리체라는 여성이 나온다. 바로 베아트리체야말로 잔테가 사랑했던 청순한 여인이다.
그리고 제5행의 베치오다리는 피렌체의 아르노강에 있는 다리다. 독자들이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안다면 다행이지만 그걸 모르면 이 시는 이해하기가 거북스러울 것이다. 그런 뜻에서 저자가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련다.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난 것은 그이 나이 불과 9세때의 일이었다.
꿈같이 아름답기만한 낭만적인 도시 피렌체에서--. 그것도 화창한 봄날이었다. 단테는 한 살 손 아래인 청초하고 어여쁜 소녀 베아트리체를 만났던 것이었다. 단테는 그 순간부터 이 소녀를 뜨겁게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도 단 한번 눈이 마주쳤던 나이 어린 소녀를--.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다시금 만난 것은 그로부터 9년 뒤인 18세였다. 우연이 일치였다고 할까. 그들의 재회도 역시 어느 화창한 봄날, 피렌체의 아르노강 베치오다리에서였다.
실로 꿈같기만 이 해후--. 얼마나 절실히 이날이 오기를 기다렸던가. 그러나 그녀는 단테에 공손히 목례만 하고 지나가 버렸다. 허나 그 순간 단테는 한없는 기쁨과 축복받은 심정에서 그의 영혼은 흡사 천상으로 날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너무나도 처절하고 안타까운 노릇이었을 것이다. 그날 단테는 다시 마주 보게 된 천사와도 같이 아름답고 청순한 베아트리체의 모습에서 오로지 고귀한 것에 대한 참다운 갈망과 분발심을 북돋게 되었다. 그러기에 그는 결코 자신이 베아트리체에게 부끄러움 없는 훌륭한 인간이 되겠노라고 가슴에 굳게 다졌던 것이다.
그것은 최고의 선에 대한 눈부신 신념이었으리라. 이상과 같은 내용은 그의 작품 『신생(新生)』에서 고백한 바 있다. 한 번 조용히 생각해 보자. 과연 범인(凡人)이 그러하듯 고결한 사랑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우리는 이제 단테의 대서사시 『신곡(新曲-Divina Commedia)에서 여실히 살필 수가 있다. 바로 이와 같은 내용을 안다면 김송배의 시에 대한 감동과 이해는 누구에게가 가능할 줄 안다. (홍윤기. 『한국현대시해설』. 2003. 한누리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