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때? 이쁜가?'
친구가 이번에 정말 맘에 드는 옷을 샀다며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
이런! 내가 패션테러리스트인데 남의 옷을 평가해 줄 수 있을까?
친구는 이쁘다는 말이 듣고 싶은 거 같고
나 역시 쓸데없는 말을 해 상처 주고 싶진 않으니
그 옷이 이쁘든 별로든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은가?
'응, 이쁘네'
이게 내 거짓말의 시작이었다.
이후로도 나는 친구들에게
서로가 좋은 대답을 했다.
말하는 나도 편하고,
듣는 너도 기분 좋고.
일석이조 아닌가?
나는 더 나아가 사람들이 웃어주길 바라며
말을 과장하기 시작했다.
과장도 거짓이란걸 몰랐던 걸까?
아마 당시 나는 알았을 것이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과장하는가?
사람들이 내 말에 웃어주길 바라서.
인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나에게 문제가 생겼다.
거짓말을 할 마음도, 압박도 없었는데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거짓말은 습관이 되어버렸다
가끔은 친구가 내 말을 다시 짚어줘야지
'아, 내가 거짓말을 했구나'
하고 깨달을 때도 있다.
또 나는 매우 게으르다.
그건 인간관계에서도 다르지 않다.
친구들이 나를 찾으면
그게 정말 귀찮은 거 같다.
나만 그런가?
뭐 그렇게 영원할 것 같았던 나의 거짓말들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쌓였다.
없는 사실을 상상으로 만들어 내는것이라
안이 텅텅 비어, 불안정한 거짓말들은
곧 무너져 내렸다.
아니 내린 걸까?
점점 갈수록 친구들이 내게 질문 같은 걸 하지않고 형식적인 말들만 간단하게 하기 시작했다.
나랑 말을 잘 안 한다는 뜻이다.
''왜 나랑 멀리하려 해? 너희들이 좋아하는 말들만 골라 해준 거잖아, 뭐가 부족했기 때문에 떠나는 거야?''
''내 거짓말 때문인 거야?''
...전에 내가 친구들이 나를 찾으면 귀찮다는 말을 한 적 있었나?
저 대사를 읊고 있는 나는 친구를 찾고 있었다.
이미 다 떠나가고 난 후에 말이다.
어쩌면 거짓말만이 아닌, 내 태도에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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