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 관한 책을 쓰라는 건가요 ?
아니면 강의를 하라는 건가요 ?
나는 책임감을 느끼며 물었다.
'' 모두 다 하시오.
단 밝고 명랑한 영혼을 담아서 "
그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름과 이야기에 관한 진실을 알려야겠군요.
그럼 , 다시 돌아가서 비밀에 대해 얘기해보죠.
나는 그가 삼천포로 잘 빠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앞선 대화 주제로 돌아갔다.
아 , 그렇지. 비밀 !
내 친구가 소곤거리며 말했다.
그는 누가 볼세라 과장된 몸짓으로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
그가 두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자 ,
귀신이 내는 것 같은 ` 쉬 ~ 잇 `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의 짖궂은 장난에 웃음이 나왔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
그 비밀은 그다지 신성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는 웃음을 가라앉히며 ,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턱을 문지르며 방 안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걷기 시작하였다.
그의 철학자 캐릭터가 돌아왔다.
“ 아주 많은 비밀이 있다오. ”
그는 한 쪽 눈썹을 추켜 세운 채 나를 바라보며 말을 시작했다.
“ 이것 참 딜레마란 말이지. ”
그는 여전히 방을 서성이며 말했다.
나는 긴장감이 높아지는 것을 느끼며 기다렸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 나를 향해 돌아서며 “ 금방 돌아오겠소 ” 하고 말한 뒤 사라졌다.
금방 돌아오겠다고 한 것이 벌써 몇 분이나 지났다.
` 진짜 중요한 주제인가 보군 `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찻잔의 차를 다 비웠다.
“ 비밀이 생긴다네. 빔리이 생긴다네 , 나의 친구여. ”
허공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 굳이 당신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필요는 없어요. ”
내가 말했다.
그러자 ,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자리에 앉았다.
나는 “ 당신을 그냥 레프리콘이라고 부르면 돼요. ”
하고 덧붙였다.
“ 조금 전 , 우리 세계에 가서 상의 해봤는데 , 그게 최선이라는 결정을 내렸소. ”
그가 대답했다.
나는 낙담했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면 제일 먼저
“ 그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 ” 라고 질문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이름을 밝힐 수 없다면 내 이야기에 대한 신뢰도와 신빙성도 떨어질 것이다.
그가 주인공인 이야기인데 말이다. !
게다가 나는 그의 부탁대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차라리 그의 이름을 모르는 편이 나았다.
그러면 나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입장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 하지만 당신은 그들과 다르오 ”
그가 나를 상기시켰다.
“ 당신은 사람들이 엘리멘탈 친구를 만날 수 있도록 도울 있소.
그렇게 한다면 , 사람들은 엘리멘탈에게 이름을 물어 볼 수 있겠지
내 이름을 대중에게 밝힐 수 없는 이유는 딱 하나요. ”
“ 그게 뭔가요 ? ”
“ 나는 수천 명의 사람이 나를 소환해서 엘리멘탈에 관해 알려 달라고 하지 않았으면 하오.
그렇게 되면 나는 방해를 받게 되오.
그리고 나에게는 그렇게 할 만한 힘도 없소. ”
“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요. ”
내가 말했다.
“ 사실 , 나도 당신 생각에 동의해요.
나도 그런 점 때문에 유명 인사가 되기 싫거든요.
레프리콘과 관련된 유명 인사가 되는 것조차도 원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나를 특정한 분야의 인물로 한정해버리면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다른 영역들을 더는 탐구하지 못하게 될까 봐요. ”
“ 거기에는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소. ”
그가 우쭐해하며 대답했다.
“ 광범위한 영역을 선택하면 되오. ”
“ 아 , 그러니까 요정들과의 대화 같은 것 말이죠 ? ”
나는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 뭐 , 그런 거지. ”
그는 마지못해 동의했다.
“ 당신은 내게 굉장히 흥미로운 존재예요.
하지만 내가 남은 평생을 엘리멘탈에 관한 워크샵을 하면서 봄내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내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만큼 광범위한 영역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 ”
“ 완벽한 해결책이 하나 있소 ”
그가 대답했다.
“ 우리의 이야기를 10 년 후에 쓰시오.
10 년 뒤 쯤이면 , 당신은 사업적으로도 ,
영적인 가르침을 나누는 일에서도 기반을 잘 다져둔 상태일 것이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점은 ,
그때가 되면 세상은 우리의 메세지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오. ”
“ 그때가 당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려도 되는 적기라는 건가요 ? ”
나는 희망을 품고 말했다.
“ 어쩌면 , 하지만 그럴 것 같진 않소. ”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 우리의 두 세계는 시간대가 다르오.
나의 자아 정체성이 10 년 안에 충분히 강해질 것 같지는 않소만 , 당신은 강해질 거요.
자신의 길을 벗어나게 될까 봐 너무 두려워 하지 마시오.
그래야만 당신의 길을 확고하게 걸어갈 수 있소. ”
“ 알겠어요. 그런 것 같네요.
이름에는 힘이 담겨 있다고 말하는 레프리콘
그런데 혹시 당신의 진짜 이름을 대신할 만한 가명이 있을까요 ? ”
내가 물었다.
“ 아쉽지만 , 없소.
어떤 이름이든 거기에는 힘이 담겨 있소.
사람들이 나를 엉뚱한 이름으로 부른다고 해도
사람들은 내 정체성이 담겨 있는 진짜 이름에서 내 에너지를 얻어가게 될 것이오. ”
나는 입 모양으로 ` 재미 없어 ~ ` 라고 말하며
“ 그러니까 책의 모든 부분에서 당신을 레프리콘이라고만 지칭해야 한다는 거죠 ? ”
하고 물었다.
레프리콘은 하품을 참으며 “ 그렇소. ” 라고 대답하고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 질문 하나만 더요. ”
내가 재빨리 외쳤다.
“ 질문 하나만 더 라고 외치는 것이 습관이 됐군. ”
그가 다시 모습을 나타내며 말했다.
“ 좋소 , 질문이 무엇이오. ”
그는 귀찮은 척하며 말했다.
“ 조금 전에 모습을 감추고 사라졌을 때 , 누구와 상의를 한 건가요 ? ”
“ 내일 얘기합시다. ”
그가 웃으며 대답했고 , 그의 모습은 다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가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까지 그의 미소는 계속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