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의 경기복은 까만 탱크탑에 늘씬한 다리가 그대로 보이는 딱 달라붙는 까만가죽 바지에 두발은 까만가죽 워커를 신고 있다. 반면 승연의 경기복은 걸그룹 무대코스튬과 같이 스포츠브라처럼 가슴만 가리는 짧은 흰색 탱크탑에 아랫부분은 미니스커트만한 커다랗고 까만 가죽 레이스가 달린 까만 가죽 롱팬티를 입고 있었다. 승연은 주은이에게 백드롭을 구사하며 링에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크게 고함을 지르며 두팔을 번쩍 들었다. 이에 주은이는 괴로워 하면서도 살기가 가득 찬 눈빛으로 배다른 동생 승연은 째려보았다. 주은이는 정말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배다른 동생 승연을 증오해 왔다.
왜냐하면 아버지 임혁진이 정말로 사랑했던 여인은 자신의 엄마인 강희정이 아니라 그녀의 라이벌이자 태그팀 파트너였던 저 공승연의 엄마, 공미정이었다. 함께 프로레슬링에 입문한 두 여인은 한때, 태그팀을 이룰 정도로 사이가 각별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여성프로레슬링협회장이던 임혁진은 두 여성레슬러를 두고 양다리를 걸친 것이다. 이를 뒤늦게 안 두 여성레슬러는 두달간에 신경전을 벌인 끝에 승부를 내기로 했다.1시간동안의 처절한 사투 끝에 둘 다 거의 실신한 상태였다.
하지만 강희정은 로프에 매달다시피 양팔에다 끼우며 기댄 반면, 공미정은 매트바닥에 완전히 뻗어버린 상태에서 로프를 향해 힘겹게 기어가 잡고 일어나려 애썼다. 공미정도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남자를 그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공미정은 10카운트를 다 셌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임혁진은 공미정에 대한 미련을 저버리지 못하고 계속 강희정과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 강희정 몰래 만남을 이어 가다가 승연을 낳았다. 승연도 또한 배다른 언니, 주은을 너무나 미웠다. 결국 배다른 언니인 주은의 엄마 강희정 때문에 자신은 아빠 성을 못따고 엄마성을 따야 했다. 승연도 주은이 자신에게 한이 매칠대로 매친만큼 승연도 주은에게 한이 매쳐있었다. 승연은 자신의 배다른 언니 주은에게 고함을 질렀다.
"임주은 어서 올라와! 언니이고 뭐고 니년을 병신으로 만들어 버리고야 말겠야!"
그 말에 주은은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았다. 주은은 저년을 피를 나눈 동생이라는 생각을 한 적도 한번도 없었고 또한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저년이 저렇게 싸가지 없는 언행에 주은은 저년을 더욱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승연도 역시 주은을 언니라는 인정한 적이 한번도 없었고, 주은에게 원한에 있는대로 사무쳐 그저 자신과 자신의 엄마의 인생을 망친 여자의 딸로서 주은을 병신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