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승천 더위를 잘 이겨내고 계시는 사랑하는 제 수도회 도반님들께 성모승천 대축일을 축하드립니다. 성모님의 모든 축일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계십니다. 또한 성모님의 모든 덕행도 예수님을 향해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모님을 공경한다고 해서 예수님이 가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모님을 공경하면 할수록 예수님께서 더 드러나십니다.
예수님을 잉태케 하기 위해 선택되신 성모님은 원죄로부터 미리 보호를 받으셨고 무염상태였습니다. 즉 원죄없는 성모님의 몸안에 잉태되신 예수님은 조금도 흠이 없으신분 곧 하느님이시란 뜻입니다. 그 흠없는 예수님을 잉태하기 위해서 완전히 깨끗한 몸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예수님을 모셨던 흠없는 몸이 죽음의 부패를 겪지 않고 하늘로 들어 올려진 사건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미사때 성혈을 담았던 성작도 못쓰게 되면 간장 그릇이나 물컵으로 사용하지 않고 땅에 묻어 그 품위를 잃지 않게 합니다. 하물며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모셨던 성모님의 몸이 죽음의 부패를 겪게 하느님께서 결코 그냥 내버려두실리가 없습니다.
성모승천의 믿음은 초대교회때부터 신자들이 가졌던 신앙입니다. 특히 다마쉐노의 성요한께서 아주 강력하게 설파하셨습니다. 동정 마리아의 죽음과 승천에 관해 그리스어, 라틴어는 물론 에티오피아어, 아랍어, 시리아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저술된 고대 필사본들이 남아 있습니다.
성모승천을 다룬 이들 문헌들은 성모 마리아 승천은 성모 마리아의 집이 있던 고대도시 에페소에서 일어났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성모마리아께서 임종할 당시 자리에 없었던 사도 토마스가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직접 무덤에 들어가 보니 수의만 놓여있을 뿐 시신은 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성모승천은 7세기 후반 무렵부터 그리스도교 전체에 걸쳐 받아들여지고 있었고 여러 교회에서 8월 15일을 기준으로 축일이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성모승천 교리는 신학적인 논쟁에 휩싸였습니다. 믿을 교리(교의)로 공식 선포된 것도 불과 68년 전 일입니다. 논쟁이 한창 불붙고 있던 1950년 11월 1일 비오 12세 교황님께서 회칙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을 통해 성모승천을 믿을 교의로서 선포했습니다. 이때서야 비로소 교회 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 것입니다.
이어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도 “티없이 깨끗하신 동정녀께서 조금도 원죄에 물들지 않으셨으며 지상생활을 마치신 후에 영혼과 육신이 천상으로 영광의 부르심을 받으시어 주님으로부터 천상의 모후로 추대받으셨다”(교회헌장 59항)고 밝혀 교회 정통교리가 됐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요한복음서 14장 3절을 성모승천의 주요 근거 가운데 하나로 언급했습니다.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겠다”고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성모승천은 이 같은 그리스도의 약속을 보증하는 것입니다. 우리와 같은 피조물인 성모마리아께서 겸손과 순명으로 불러 올림을 받은 것처럼 우리도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말씀대로 성모승천은 바로 우리의 승천을 보증하는 것입니다. 성모승천을 기뻐하며 서로 축하의 인사를 나눕시다. 축하드립니다. 경남 고성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도원 +원장 유덕현 야고보 신부와 형제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