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소폰으로 입을 적신지 고작 3개월,
천하를 다 얻은듯 나를 취하게 했던 섹소폰과의 열애시절
끝없는 열정으로 겁없이 치뤄낸 첫 경험담을 혼자 갖기 너무 무거워
함께 나누겠습니다.
2003년의일(주력 계산이 되었네요...^_^)
지난 토요일(5.2)에 가족들과 함께 충북 보은에 있는 연수원에 다녀왔습니다.
섹소폰 연주 실력(?)으로 자식들과 마누하님앞에서 첫 연주를 해 볼 요량으로
그동안 열심히 연습 했지요.
화양계곡 끝자락에 조심스럽게 자리잡은 아담한 산골의 초등학교를 개조해서 연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
운동장 한켠에 이제 막 잎에 물기를 적시기 시작한 감나무 아래 큰 딸애가 마련한 숯불 바베큐와 막걸리가 있고,
옆의 숙소위에 걸린 진한 황색의 할로겐 램프가 감나무를 골고루 비추고,
그 아래로 둘러 앉은 나의 가족들,경외하는 마누하님, 큰 딸애, 그리고 그 딸애를 무척이나 무서워하는 사위, 아들, 예비 며느리감, 프랑스 인형같은 둘쩨 딸, 그리고 막내 딸, 이야기 꽃으로 아느즉한 교정의 초저녁,
좋아하는 막걸리를 사양할때 까지도,
자동차 트렁크에서 금빛의 섹소폰이 목에 걸릴 때 까지도
무슨 뜻인지 영문 몰라하던 그들이
알토섹소폰의 벨이 토해내는 거침없는
가공되지않은 생나팔 소리에 우선 크게 놀라고 있었지요.
한 두 소절의 실수는 있었지만 곧 진정하고 나미의 슬픈인연 으로 분위기를 잡고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로 마누하님께 아부하고, 하이라이트 칠갑산을 연주할 때는 주위의 산과 나무 산마루에 걸쳐진 저녁의 노을에 받혀서 돌아오는 자연의 이퀄라이져, 평소 연습실에서
몽땅 집어 삼키던 소음벽에서 듣지못했던 브라스관에서 토해져나오는 살아있는
절곡의 소리에 내가 먼저 취해서 악보를 따라가다 길을 잃고 헤맨 것 같았지만
분명한 건 기립박수 소리에 앵콜까지, 이에 힘입어 있는 밑천 몽땅 털어내며 신이 났지요.
비록 서투런 초보의 초연이었지만 따뜻한 가족에게 진한 감동의 소리를
구사해준 사랑하는 나의 색소폰에 감사를 보내고 싶네요.
섹소폰이 있어서 더욱 행복하고, 평소 근엄하게만 보이던 아빠의 멋진 변신에
감동먹은 우리 가족들에게 잠시나마 진한 감동을 줄 수 있어서 더욱 행복했습니다.
섹소폰을 사랑하시는 여러분께도 항상 섹소폰이 전하고저 하는 진한 행복의
소리를 향유하시면서 늘 행복하세요.
저는 섹소폰이 들려주려는 진정한 감동의 소리를 찾기위해 또 열심히
숨가쁜 입김을 불어넣어 주렵니다.
정말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행복한 고민 : 저의 자칭 금년 연주 스케쥴(2003년도)
1. 6월 :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남 여 동창들에게 멋진 연주계획(두번째의 짜릿한 경험)
2. 12월 : 고등학교 동창회 망년회에서 연주계획: 사랑보다 깊은 상처,(두려움에 몸 사리고 다음으로 연기)
When a Man Loves a Woman
2. 12월 : 대학동창회 망년회에서 열애와 Danny Boy연주계획(왠지 밀려오는 부족함 땜에 다음으로 도 연기)
참고 : 위의 계획이 실천되려면 또 얼마나 잎술에 아픔을 주어야 할런지
그리고 굳어진 엄지 손가락은 과연 정상인같이 될 수 있을까?
정형외과를 찾아 상담해야하나...
여기를 지나면 감동의 연주가 나를 기다리겠지.......
아픈만큼
음...성숙 해 지겠지요!!!
한때의 잔잔한 추억에 젖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