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강릉단오제>
1. 2026년 <강릉단오제>가 <풀리니, 단오다>라는 주제로 6.15(월)부터 6.22(월)까지 8일간 열렸다. 남대천을 가득 채운 풍물시장과 공연장은 축제의 활기를 뿜어내었다. 모두 4개의 공연장에서 시행되는 다양한 공연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자 볼거리가 풍부한 공연은 단연 <단오제전>의 굿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리마당>과 <수리마당> 그리고 <전수교육관 공연동>에서도 흥미있는 공연이 상연되지만, <아리마당>에서는 주로 <관노가면극>과 <농악>이 중심이며, <수리마당>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 및 초청공연이 주로 이루어진다. 이런 공연은 다른 지역 문화공연과 크게 차별되지 않은 일반적인 성격을 지닌 반면에, <단오제전>의 굿판은 <강릉단오제>의 시그니처 무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2. <단오굿>의 매력은 6일간 다양한 굿판이 쉬지않고 펼쳐지면서 남대천 일대를 특별한 음악과 춤 그리고 신명이 결합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굿판에서 무당들이 부르는 무가들은 오페라나 뮤지컬의 노래와는 다른, 절박하면서도 강렬한 내면의 힘이 느껴진다. 무가의 내용은 대부분 일상에서의 고통을 위무하고 불행한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현재의 고통을 잊게 만드는 위안의 언어로 가득 차있다. 그렇기에 그것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삶의 궁극적인 깊이 속에서 만나게 되는 때론 이해할 수 없는 신비스러움을 만나게 해준다. 무가 공연은 대부분 무당과 장구잽이 사이의 주고받는 대화와 무당의 노래 그리고 장구잽이를 비롯한 악사들의 신명나는 소리로 진행된다. 항상 굿공연은 소리의 힘으로 주변을 장악하며 그 소리의 위엄 속에서 특별한 평안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노래하는 사람과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의 합작이라는 점에서 판소리 공연과도 유사하지만, 무대를 장악하는 압도적인 힘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으며 나를 억압하지 않고 사람의 소리와 악기의 장단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3. 마당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라는 점에서도 굿공연의 관람은 여유를 준다. 최근 문화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무대가 폐쇄된 극장이나 틀에 얽매힌 공간에서 이루어지면 상당한 불편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고전음악 연주 때 사람들이 마치 시체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조금의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좁디좁은 자리에서 고생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중음악 공연이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떼창을 하면서 부르게 하는 이유도 공연은 공연자 뿐 아니라 관객들도 자유를 맘껏 누리게하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굿공연은 공연의 핵심적인 두 요소, 즉 공연의 질적인 수준과 대중의 편안한 감상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무대였다. 무대공연자의 신명이 충분히 절제속에서도 펼쳐지며, 관객들은 그것을 특정한 격식에 매이지 않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극장 판소리 공연 때의 답답함과 불편함이 강릉 단오제 굿판에서는 전혀 경험하지 않았으며, 판소리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의 소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굿판의 공간은 소리의 세계이며 명상의 세계이며 내면을 만나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는 곳이었다.
4. <단오제>때에는 특별히 이 시기를 기념하기 위해 <신주>와 <단오주>를 담근다. <신주>는 단오제 기간 다양한 제사 때 사용하며, <단오주>는 축제 참여한 사람들이 즐기는 술이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단오장터에서 단오주와 오징어순대를 먹었다. 순대는 냉동된 것을 해동하여 식감은 조금 부족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강릉 중앙시장에서 줄서서 먹는 오징어순대만은 못하지만 한끼의 음식으로는 적당한 수준이었다. 다만 <단오주>가 문제였다. 첫잔부터 영 입에 맞지 않았다. 막걸리 특유의 신선함과 새콤함이 느껴져야하지만 그저 텁텁하고 쓴 느낌마저 올라왔다. 결국 사이다와 섞어 먹었다. 술은 1주일이상 먹지 않아 컨디션도 나쁘지 않은 상태이지만, 막걸리는 입과 겉돈 것이다. 일년에 한 번 특별한 의미로 만든 막걸리가 평소에 먹는 막걸리보다 못한 점은 아쉬웠다. 어쩌면 나만의 생각일지는 몰라도 술에서 만나는 신선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내년 <단오주>는 어떨까? 단오주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2027년 <강릉단오제>를 마음 속에 예약해본다. 이렇게 매년 정기적으로 갈 곳을 만드는 것도 ‘길을 걷는 삶’이라는 주제에 적당하지 않을까?
첫댓글 문화제의 뒷맛을 살리는 세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