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잔인하기에 사람들은 봄을 그리며 늘 ‘함께 하기Stay with me’를 원한다. 봄은 곧 희망의 상징이요 평안한 삶의 염원이다. 봄을 찾아 헤매는 심정을 잘 나타내는 시가 있다. 중국 남송南宋 시대에 ‘나대경’이라는 이가 지었다는 『학림옥로』라는 책에 소개된 <오도시悟道詩>. 한 비구니가 쓴 시라 했다. ‘오도’는 도를 득했다는 말이다.
종일 봄을 찾아 헤맸지만 봄을 보지 못했네.
신발이 헤지도록 산봉우리 구름까지 뒤졌건만
집으로 돌아와 매화 향을 맡으며 미소 지으니
봄은 이미 매화가지 끝에 와 있었네.
그리도 애타게 찾아다녔던 봄이 멀리 있었던 게 아니었다. 이미 곁에 슬그머니 함께 하고 있었으나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먼 곳에서 찾다가 실패했던 그 봄이 집안 뜰에 있었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리석은 사람의 실패를 나무란 것일까? 찾아 헤맴은 시행착오이다. 인생에서 시행착오와 실패는 누구나 겪는 필수 코스이다. 실패와 과오는 인간이 언제나 저지를 수 있는 행위이다. 다만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문제다.
늘 느끼는 바이지만 자연의 섭리는 오묘하다. 현대 과학계에서는 그 위대함은 복원성[resilience]에 있다고 한다. 자연은 결코 죽기를 작정하는 법이 없다. 생명에의 의지가 가득하여 생태계가 균형을 잃게 되면 스스로의 복원력으로 기어이 균형을 되찾는다. 생명에의 의지, 유학자들은 이를 ‘인仁’이라 했다. ‘인’은 곧 ‘춘심春心’이며 ‘천심天心’이다.
복원성은 자연만이 전유물이 아니다.
당연히 사람의 마음에도 존재한다. 복원성을 ‘회복탄력성回復彈力性’ 이라고도 한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역경을 이겨내어 뛰어오를 수 있는 힘이다. 시련을 극복하고 신속하게 복원하는 능력, 나처럼 탄력성이 더디고 무딘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래지 않아 회복하는 사람도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로 회복탄력성이 강하다.
뜰 앞 매화가지에서 빨리 봄 향기를 느끼어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사람이 회복탄력성이 강하다. ‘휴리스틱heuristic’ 접근법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문제를 가능한 한 빨리 판단하고 결정한다. 나 같이 감성적이고 의사결정이 느린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점이다.
아무튼 그렇다.
자연이 생명에 대한 의지가 강하여 스스로 복원해내듯이 지금 우리 사회가 아무리 혼란하더라도 곧 복원되리라 믿는다. 지나친 염려는 오히려 복원력을 더디게 할 뿐이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휴리스틱 접근에 익숙하다.
요즘 늦둥이 딸 뻘 되는 아이들에게 푹 빠져 있다. ‘블랙핑크Blackpink’ 라는 걸스밴드이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랩이면 랩, 거기에 멤버 모두 예쁘기까지 하다. 예쁜 표정 억지로 짓지 않고 주로 ‘센 여자아이’ 냄새나는 소위 ‘걸 크래시girl clash’ 풍으로 노래하는 그룹이다. 세면서도[black] 예쁜[pink] 밴드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란다.
지수, 제니, 로제, 리사 네 소녀들로 이우어진 팀인데, 지수는 고운 음색, 제니는 약간 허스키한 음색이다. 메인 보컬 로제의 음색은 매우 유니크하면서도 매혹적이어서 여느 솔로 가수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나다. 랩을 담당하는 리사는 태국 출신 소녀로 한국어에 매우 능통하다.
총 4곡을 발표하고 데뷔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수많은 팬덤을 거느릴 정도가 된 블랙핑크, 많은 해외의 젊은이들이 이 팀의 노래를 커버하고 있다. 이 예쁜 아이들의 앞날이 참으로 기대되는 이유이다.
블랙핑크의 <스테이stay> 원곡과 함께 원곡보다 오히려 더 나은 해외 커버팀의 두 곡을 함께 소개한다. 비교해서 듣는 재미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