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0~22일, 진도 팽목바람길을 걸었다.
세월호대책실천위원회는 1월에 다시 진도로 내려갔다.
지난 12월에 걸었던 길과 조금 다른 곳이었는데, 지난 번에는 세방낙조까지 걸었고 이번에는 마사마을까지 걸어서 팽목으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1월에 걸었던 이 길이 바로 ‘팽목바람길’이다.
팽목바람길은 ‘팽목항, 진구지수문, 마사수문, 다신기미, 잔등너머, 마사리 마을회관, 마사 정류장을 거쳐 다시 팽목항’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20일에는 김미형, 임정자 선생님이 오전에 한 번, 점심 식사 후에는 백정애, 임지형, 김환영, 임선경, 김하은, 임정자 선생님과 진도분인 전규석 씨가 함께 걸었다.
팽목바람길은 수문이 생기기 전까지 마을 사람들이 오가던 옛길이었고, 지금은 낚시를 하는 분들만 오가는 길이라 했다. 낫과 전지가위, 톱으로 잔가지와 가시덤불을 정리하면서 나아갔고 가져간 길표시 리본을 매달았다. 동네 사람들이 가끔 산책을 하는 것 이외에는 발길이 뜸한 길이어서 손볼 곳이 많았다.
그렇게 오르다보면 다신기미에 닿는다. 억새가 흐드러진 다산기미에서는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잠깐 앉아서 땀을 식힐 수 있다. 벌써 쑥이 고개를 내민 흙을 밟으며 천천히 걷다 보면 동백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피기 시작한 동백꽃으로 이곳이 남쪽임을 실감한다.
동백나무들을 지나면 마사마을로 내려온다. 이곳에서 수문을 통해 돌아올 수도 있고, 갈대밭으로 들어서서 돌아올 수도 있다.
첫날 함께 했던 분들이 돌아가고 21일에는 임정자, 김하은 두 사람이 마사마을회관에 들렀다. 마을 이장인 임원식 씨가 조언한 대로 마을 어르신과 인사를 드렸다. 떡과 고기, 커피를 준비해서 앞으로 팽목바람길을 걸을 사람들이 이 마을로 내려올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마사마을회관은 팽목바람길이 끝나면서 만나는 첫 번째 마을이거니와 화장실을 쓸 수 있는 곳이다.
저녁에 김남용씨와 함께 팽돌이를 만들었다. 팽돌이는 농사장원기로, 정월대보름 때 진도에서 집집마다 세우던 깃발이다. 긴 대나무에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바람개비를 매달아서 이것이 잘 도는 것으로 한해의 길함을 바랐다고 한다. 대나무를 깎아서 살을 만들고 시트지를 붙여서 만들었고, 팽목항 가족 휴게실에 두 개를 묶어 세웠다.
22일, 임정자, 김하은 두 사람만 팽목바람길을 다시 걸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두 발로 걸어서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산길, 바닷길, 억새밭, 갈대밭, 모두 거쳤다.
팽목바람길을 만드는 이유는 하나다. 팽목항은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된 아이들과 사람들이 올라온 첫 번째 뭍이다. 우리는 걸어서 이 곳을 지키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팽목항을 들렀다가 참배만 하고 돌아가지 말고 팽목바람길을 걸었다가 돌아갔으면 좋겠다.
이번에 도움을 주신 우재 아버지 고영환, 계흥엽, 김남용, 전규석, 임원식 씨에게 특별한 감사를 보낸다.
첫댓글 너무 고생이 많으셨어요. 이 글을 읽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로요. 선생님들의 한걸음 한 걸음이 있어 팽목바람길이 비로소 열린다 싶어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끝까지 화이팅입니다. 곧 대열에 합류할게요.
네, 기다릴게요. 감사합니다.
낙조가 정말 아름답네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같이 걸었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에는 꼬옥! ^^ (전날 오셔서 하룻밤 묵어주신 것, 진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