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41115)
부고를 듣다/ 노준섭
귀동 아저씨 부고 가족 톡에 올랐다
여든일곱 아버지 가슴 훑었을 바람 활자 틈 헤집었다
이제 아버지 고물차에 함께 점심 마실 갈 누구도 없이
낫처럼 굽은 할매들만 남은 동리
뒷 도랑 갈라 터진 입술 아려 노래 멈췄다
땡볕 기운 자리에 앉아 재탕 우린 인삼주 유리잔에 따르고
아버지 시선 텅 빈 허공 헤집었다
탄식 같기도 한숨 같기도 한
꼬리 긴 숨소리 잘린 앵두나무 밑동 맴돌다 스러지고
독한 술에 설 우려진 삼 냄새에 취한 아버지 두 눈으로 익은 해 뛰어들었다
오래오래 사세요
거스름돈 쥐여주듯 던져진 안부 인사 한 마디
그리움 고파 앵두나무 베어낸 늙은 가슴으로
외로움 부채질하는 그 한 마디
고랑 깊은 골로 한 방울 서글픔으로 흘렀다
(시감상)
나이 들수록 부고장이 체납 고지서처럼 쌓인다. 갈 곳과 인사만 할 곳과 모른척할 곳을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모두 다 가야 할 곳이다. 아버지와 친했던 아버지 아는 분의 죽음과 부고장. 인생을 마무리 짓는 것은 달랑 부고장 하나뿐이다. 아버지는 이제 고물차를 타고 같이 점심 먹을 사람이 없다. 올해 돌아가신 내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 이제 친구들도 만나고 그러세요!’ 대답이 한마디다. “다 죽었어.” 누가 있기에 만나고 술 마시고 한탄하고, 세월 욕을 할 것인가? 독백만 남은 그 눈빛을 바라본다. 인생 짧다. 마냥 허비하기에는. 부지런히 할 일, 해야 할 일을 찾자. 이 겨울이 따뜻하게.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노준섭 프로필)
전북 임실, 우석대 신방과, 시극(남원동학, 논개 등)시나리오 집필, 시집(낮에 빠뜨린 이야기)(바람에 새긴 이야기) (여울에 흘려보낸 이야기) 외 공저 다수, 호국임실 기획 및 연출
노준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