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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애청자, 안산사는 브라이언입니다..
장용 형님. 황봉 형님, 상화씨, 미자씨 반갑습니다..ㅎㅎ
나라가 어수선하고 우울하지만, 병영일기 들으면서 그나마 미소짓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전에 올린 인사말 중 언급한 몇가지 사연중에서 제일 평범하지만 가장 힘들기도 했던 기억을 먼저 얘기하고자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1992년 6월.....저는 드디어 입대영장을 받게됩니다.
입소장소는 춘천 102보충대대....
눈에 익숙한 명칭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친형이 2년전에 입대한곳이 바로 102보충대대였었으니깐요.
저는 사실 입대를 한차례 연기 했습니다.
1년전 1991년 6월에 논산으로 입대하란 영장을 받았지만,
즐거운 대학 생활을 더 누리고 싶어서 연기를 했더랬습니다.
그래서 두번째 입대할때는 내심 다시 논산으로 다시 입대하기를 바랬었습니다.
왜냐하면 , 형이 겨울에 입대하고 12사단에서 훈련을 받고나서, 신병교육대대에서 수료식을 할때 저의 어머니와 제가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인제로 면회갔던 기억이 있었거든요...그때 사단 훈련소에 내릴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숨을 들이 쉬자마자
저는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추운지 코안의 콧물이 얼어서 코가 딱 들이붙어버린겁니다.
헐.....이게 뭐야....대체 얼마나 추운거야....
그리고 주변을 돌아봤을때 연병장 둘레에 사회에서는 못보던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설작후 한쪽에 쌓아둔 눈......눈....눈.....
저게 말이 돼 ? 저렇게 눈이 오는거야 ? 허걱
나는 죽어도 강원도로 오지않을거야...꼭 주특기를 잘받아서 후방으로 가야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내 두번째 영장을 결국 102보충대로 오라는거였습니다.
어쩔수 없죠.....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죠...영장연기한게 죄라면 죄....
저는 1992년 12월1일 춘천 102보총대에 입대를 하게 됩니다.
추웠습니다.
내심각오는 했지만. . . .주위 형들이 군대가면 춤고 배고프고 졸립니다고 하도 그래서....
내심 각오는 했지만......역시나 춥더군요,.
같이 와줐던 12사단 출신 친형과 8사단 출신 동네 형은 돌아가고 저는 본격적인 군대 적응 타임을 갖게 됩니다.
신체 검사받고 주사 맞을거 다 맞고 정신감정 테스트 다 받고 내무반에 각잡고 대기중...
동기 장정중의 하나가 소용히 말하더군요......
야~~~눈 온다.....
내 옆에 있던 동기는 .....멋지다....근데 우리는 지금 뭐하는거야.....
맞습니다....그 짧은 순간에 우리는 눈을 보면서 아주 짦음 감상에 빠진겁니다.
그 순간.....어느새 들어온 내무반장 일병이 소리를 지르는겁니다..
뭐하는거야~~~어딜 보는거야...
다들 전투화신고 막사앞에 4열종대로 집합~~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우리 내무반에 있던 30여명은 아직 길도 안들고 익숙하지도 않은 전투화를 허둥지둥 신고 후다닥
막사앞으로 집합했습니다.
내무반장은....지금부터 눈을 치운다...이번엔 우리 소대가 치우기로 했고 다음번 눈오면 옆소대가 치울거다 하고서
내무반장이 우리를 인도한곳은 바로 자재창고였습니다.
거기엔 창고담당 기간병이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에게 삽 10여 자루를 던져줬습니다.
우리 소대 장정은 30여명....삽은 10여 자루...
근데 자세히 보니 삽의 상태가 영 시원치 않은겁니다.
군대 표현으로 C 등급의 아주 낡고 녹이 잔득 있는겁니다.
분대장님~~~삽이 모자릅니다....어느 동기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분대장 왈~~~그냥 치우는 시늉만 해....
눈이 많이 안오니까 적당히 돌아가면서 치워~~~
우리는 내리는 눈을 보면서 잡담도 하고 치우는 시늉도 하면서 시간을 때웠습니다.
그러던중 한 동기 녀석이 하는말.....
와~~~저쪽 사람들은 삽 좋다.....우와~~
우리가 바라본 그쪽에는 전투복을 입고 전투모에 짝대기 하나를 단 20여명의 군인들이
커다란 녹색의 프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삽을 들고 우리처럼 눈을 치우는 시늉을 하고 있는겁니다.
분대장님...저사람들은 누구인데 저렇게 A급 삽을 들고 눈을 치우는 겁니까 ?
그러자 분대장 왈...야 임마...쟤들은 이등병이잖아~~~
대충 하고 들어가자....근데...너희들말이야...오늘 눈은 아무것도 아니다....금방 알게될거다...하는 겁니다.
그렇게 작업이 끝나고 보충대 대기 기간도 끝나고 우리는 15사단과 21사단으로 나뉘어져 신병교육대로 이동하게 됩니다.
제가 교육받은 15사단훈련소는 추웠습니다~~~~~
102보충대가 아늑할 정도로 추웠습니다~~~
정말 너무 너무~~~
그리고 눈이요? 정말 징그럽게 오더군요~~~~
신병교육을 받는 도중 수시로 눈이 내리더군요,.,,,
아침에 눈뜨자마자 눈 치우고 밥먹고...2~3일 있다가 점심 밥 먹고 훈련받는 도중에 눈이 내리면 모든 훈련을 멈추고 눈부터 치워야
했습니다. 징글징글 했습니다.
하지만, 훈련소는 102보충대와는 달랐습니다.
일단 우리 입소 동기가 180여명 정도여서 시간이 지날수록 농담도 하고 야한 얘기도 하고 친해져서
제설작업도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습니다.
102보충대와 또 다른것은....눈을 치우는 시늉만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제대로 정식으로 하지않으면 훈련을 못받을 정도로 많이 왔으니깐요.
도구도 훈련소와는 달랐습니다.
일단 훈련소에서는 싸리빗자루를 사용하더군요.
싸리빗자루로 눈을 쓸어모으면 다른 인원이 삽으로 퍼서 또 다른 인원이 마대나 단가에 담아 계곡에 버리는 형태였습니다.
땀흘려 눈치우고 잠시 쉬고, 훈련을 받고 하는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마.....6주 훈련 42일동안 20일은 눈이 내렸으니깐요...
퇴소할때 쯤 우리는 어느새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일뿐....절대 낭만의 대상이 아니란걸 느꼈습니다.
퇴소전날 우리 소대의 분대장이 그러더군요,.
여기서의 너희들의 생활은 힘든게 아니다...자대배치받으면 더 힘들거다....
특히 눈치우는 것도 ......몸조심해라..
그리고 우리는 자대배치를 받아 각자 헤어지게 됐습니다.
15사단 구석구석, 요소요소 부대로...
저와 다른 동기 4명은 15사단에 배치를 받지않고 2군단 포병으로 배치를 받았습니다.
같은 강원도 화천시 상서면이지만 15분 정도 거리 더군요.
자대 배치를 받고나서의 신병 생활은 다들 아시다 시피 정신이 없었습니다.
내무반에서 고개를 돌리지도 못할 정도로 군기가 바짝 들은 우리는 주위 상황 파악을 도저히 할수가 없었습니다.
숨도 크게 못쉬고 고개도 못돌리고 오로지 각만 잡고 앉아있었습니다.
오로지 누가 톡치면 관등성명을 대거나 누나나 동생 있냐 ? 라는 말에 대답을 할 뿐이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건.......제가 속했던 포병대대 본부포대 에는 병장 뿐이었습니다.
여길봐도 병장...저길봐도 병장....
대략 100명중에 병장 65명 상병 20명 일병 10명 그리고 이등병 5명 정도 ?
저희들은 기가 죽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무반 대기가 끝나고 부서로 배치가 되고서 저는 적응하기에 정신이 없던 어느날~~~~
운명의 어느날~~~
아침을 먹고 내무반 대기중 ...팔에 줄무늬 하나짜리 완장을 찬 병장이 들어오더군요
그리고서 하는말......다들 막사앞에 집합....제설작업이다...
아~~~~저는 맞은편 침상뒤에 창문으로 눈이 오는것을 봤습니다.
아~~~여기도 강원도지.....여기도 춥지....
눈 쯤이야 훈련서에서 치우는 법을 잘 익혔으니깐 욕먹을 일은 없겠지....열심히 해야지 하고 생각을 하고는
일직병장의 지시를 받고 고참들의 뒤를 따라 막사뒤의 건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건조장은 겨울엔 싸리빗자루를 보관하던 장소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태어나서 20여년 살다살다 그렇게 많은 싸리빗자루를 본적이 없었습니다.
대체 어디서 저렇게 많은 싸리나무를 짤라와서 누가 만들었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가더군요,.
거짓말 안하고 산처럼 쌓여있더군요.,
뒤에서 고참 병장 한명이 빨리빨리 안움직여 ? 하는 통에 부대원은 각자 한자루식 싸리빗자루를 챙겨들었습니다.
저는 신교대의 경험이 있어서 ...겉가지가 많고 많은 가지가 묶여있는 굵은 A급 싸리빗자루를 골라들었습니다.
그러자 옆에서 이름도 기억 안나는 상병한명이 귀에 나지막히 말하더군요.,..
너는 이 새끼야....자대 온지 얼마 됐다고 A급 빗자루를 잡아 ? 죽을래 ?
그러면서 저쪽꺼 잡아~~ 하더군요.
상병이 말하는 쪽을 보니 한쪽에 수많은 제설작업에 사용되어서 잔가지가 없고 굶은 본가지 몇가닥만 남아 있는 C급도 아닌
D급 싸리빗자루가 수십자루 쌓여있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그중 하나를 챙겨들고 막사앞에 다시 집합을 하고보니
눈은 어느새 주먹만한 눈이 되어 내리더군요....
들어나 보셨나여 ?
강원도 전방에 내리는 주먹만한 눈...
제대 며칠 앞둔 말년들은 맞지 않으려고 처마밑으로 피해다닌다는 그 전설의 강원도 전방 눈....
그게 내리더군요...
그때 포대장님과 인사계님이 나와서 하는말~~
어~~~눈이 많이 내릴거 같으니까 작전과장님이 제설작업에서 제설작전으로 명칭을 변경하셨다...
포대원은 2개 조로 나뉘어서 한개조는 영내 도로를 제설하고 나머지 조는 영외 작전 도로를 제설한다....
대체 눈이 어떻게 내리는거길래 제설작업이람...
저는 영외조에 포함되어 다른 고참들과 함께 40여명이 밖으로 나가게 됐습니다.
참고로 포병은 3보 이상은 걷지않고 무조건 차를 타고 이동하기때문에 영외도로에 눈이 쌓이면 보급이 끊기도 작전에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외 도로 제설작업이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오죽했으면 제설작업이 아닌 제설작전이겠습니까?
저희 40여명은 한시간쯤 걸어서 저희 포대 담당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가능도중 내 뒤에 병장 하나가 그러더군요.
야~~~신병~~
너 이런눈 본적없지 ? 이런눈을 떡눈이라고 해....오늘 잘해라...내가 지켜볼거다....그러더군요....
떡눈 ?
그렇습니다.
눈도 종류가 있었습니다.
제일 가볍고 입지가 작은 싸리운은 전방에서는 눈으로 치지도 않는다더군요.,
제일 작업하기 힘든게 이런 떡눈이었습니다.
입자가 굵고 주먹만큼 크게 내려서 맞으면 아플정도로 큰...
너무 입자가 굵고 무거워서 쓸기가 정말 힘들더구요....더군다나 C급 D급 싸리빗자루로 말이죠...
자대배치 받은지 얼마 안된 신병에게 가혹한 시련의 시작이었던겁니다.
걷는 도중에 저는 군기가 들어 주변을 잘 보진 못했지만...정신을 차리고 보니 앞에 일병의 머리위엔 추석에 송편만드는 쌀가루가
한부대 부은듯이 쌓였더군요.
그럼 내머리도?
도착후 내 머리를 보니깐 제방한모 위에도 쌀가루가 한부대 쌓여있더군요
그것뿐이 아니었습니다.
수분을 가득 머금은 눈이 강한바람을 타고 온몸을 휘감는 와중에 한시간 정도를 걷다보니 몸에선 열이 나서 야상에 온통 묻은
눈을 녹이고 그위에 다시 눈이 내리고 얼어서 이미 야전상의, 깔깔이 전투복상하의는 말할것도 없고
속옷 상하의까지 다 젖어버린겁니다.
아~~~춥다...
그상태로 눈을 치웁니다.....쓸고 또 쓸고 또 쓸고
한참을 쓸고 나서야 저는 숨을 돌리며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저는 순간 착각을 했습니다....
내가 분명 열심히 쓸었는데 ? 쓴 흔적도 안보이는 겁니다.
내가 쓸고 지나온 자리가 폭설로 눈이 다시 내려 눈을 쓴 흔적도 안보일 정도로 눈이 오고있었던 겁니다.
대체 하늘이 뚫렸나...할 정도로....
아~~~대체 이게 눈 맞아 ? 어떻게 이렇게 오나 ? 생각했습니다.
제 옆에 있던 병장이 그러더군요...자기도 세번째 겨울인데 이런눈은 처음이라고...
야~~~신병~~~그렇게 훔뻑 젖은거 보니 너도 이제 군인티 슬슬 난다 하면서 웃는겁니다.
그 병장님은 우리 본부포대의 군기담당 병장이었습니다...나중에 제가 배치받은 작전과 소속이었구요...
별명은 양촌리 피바다~~
그렇게 두시간동안을 제설작업한 티도 안나는 작업을 하고
우리는 다시 한시간을 걸어서 복귀했습니다.
내무반에 오니 한마디로 다 젖었더군요.
겉옷은 기본, 내복 . 속옷,양말, 전투화까지........전부
그렇게 제 기억에 남는 첫제설작업...아니 제설작전이 끝나는.....줄알았습니다.
젖은옷을 말리고 마른옷을 입고 바로 취침을 시키더니 4시간을 자고 다시 깨우더군요.
밥먹고 눈치우러 나가라고~~~~~
그렇습니다.....눈은 계속 내렸습니다...
자그만치 3일 동안을....1초도 안쉬고 계속 내렸습니다~~~
대체 하늘이 어떻게 된거길래 이렇게 눈이 오냐.....
아~~~그래서 보충대와 신교대의 분대장들이 거기에서의 눈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구나....싶었습니다.
네시간자고 네시간 눈치우고....이렇게 3일을 보낸겁니다.
지금이야 지나간 추억이라 그냥 생각날때마다 슬며시 웃지만
그때는 정말 말이 안나오더군요.
너무 혹독한 3일 이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군대 생활은 시작된겁니다~~~~~ㅎㅎㅎㅎ
재미없고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엔 신병교육대 귀신 사건을 짧게 올릴께요~~~
병영일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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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