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 크리스토 2010년 5월 28일 오후 8시 출연: 류정한, 옥주현, 최민철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하나도 없고, 뮤지컬은 스토리가 약하고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비판 의식을 갖고 있고, 뮤지컬 좋아하는 아내 때문에 그나마 몇 번 본 뮤지컬은 하필이면 재미가 없는 것들이어서 뮤지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는 종다리.
종다리와 함께 보는 가장 비싼 뮤지컬입니다.
한 달 전에 예매를 했는데, 사실 불안불안했습니다.
"이렇게 비싼 공연이니 얼마나 재미있는지 보겠어. 비싼 만큼 재미있다는 거겠지?" 라는 종다리의 기대감이 혹시나 다시 무너져서 '앞으로는 절대 이렇게 비싼 뮤지컬은 보지 않겠다!'고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연을 보고 난 후, 종다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았어. 비싼 이유는 있는 것 같아. 니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도 알겠고. 스토리가 엉성한 것도... 너랑 같이 몇 번 보고 너의 얘기를 들으니까.... 뮤지컬의 장르적 특성을 이해하면 괜찮은 것 같아."
정말 다행입니다. ^^
공연은 정말 좋았습니다. 좋은 공연을 보고 나면 참 뿌듯하지요.
<삼총사>로 유명한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 작품입니다.
촉망받는 선원이었던 에드몬드. 그에게는 아름다운 약혼녀 메르세데스가 있었고, 선장이 되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선장 자리는 탐내는 당글라스와 메르세데스를 사랑하는 몬데고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약혼식 날, 유배중인 나폴레옹의 밀서를 전달하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에드몬드. 빌포트 검사는 그 밀서의 수신인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지위를 보호하기 위해, 몬데고, 당글라스와 공모하여 에드몬드가 무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하 감옥에 보냅니다.
지하감옥에서 에드몬드는 복수를 결심하게 됩니다. 감옥에서 만난 파리아 신부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고, 또 많은 부를 얻게 되고 탈출에 성공한 에드몬드는 이름을 <몬테 크리스토>로 바꾸고 자신의 행복을 앗아간 사람들에게 복수를 시작하게 됩니다.
행복하게 살던 평범한 사람이 음모로 인해 삶을 빼았기고, 복수를 다짐하며 신분을 바꿔 다시 돌아오는 내용은 약간 뮤지컬 <스위니토드>를 떠올리게도 하는데요. 결말은 전혀 다르네요. ^^;;
공연에서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조명과 무대의 화려함이었습니다.
이제 한국 공연의 무대 기술도 많이 발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상당히 공들인 것 같아 보이는 크고 화려한 무대들이 전환도 빠르고 매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조명도 너무 아릅답게 배우와 무대를 비춰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습니다.
또 이 작품의 특징이라면 영상을 활용한 부분이 많았다는 건데요. <미스 사이공> 한국 공연 이후 뮤지컬에서 영상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어느 정도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사실 다른 한 쪽으로는 무대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제한된다는 단점도 있지요.
<몬테 크리스토>에서도 바다로 던져진 에드몬드가 위로 헤엄쳐 나오는 것을 표현한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지만. 영상의 사용이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공연 무대의 미학이란, 한정된 공간 안에서 무수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펼쳐 내고 표현해 내는 상상력에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영상의 사용은, 어쨌거나 너무도 직접적이고 설명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전작 <지킬 앤 하이드> 때문에 기대치가 높았던 음악은... 처음에는 <지킬 앤 하이드>에 비해 좀 가볍게 느껴지고 너무 대중음악스럽고 심지어 어떤 건 좀 트로트 느낌도 나서....ㅡㅡ;; 약간 실망스러웠는데요.
공연을 계속 보다보면 아름다운 넘버들이 많이 있어서 빠져들게 됩니다. 공연을 보고 나서도 집에 올 때까지 집에 와서도 계속 <몬테 크리스토> ost만 듣고 있네요.
몬데고, 당글라스, 빌포트가 부르는 '역사는 승리자의 것'이나 '하루하루 죽어가', '온 세상 내 것이었을 때' 그리고 에드몬드와 메르세데스의 듀엣곡 '언제나 그대 곁에'등이 인상적인데요.
한번 들어보실까요?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지킬 앤 하이드>보다는 못 하다는 생각입니다.
예전에 뮤지컬 볼 때마다 늘 불만이었던, 의상도 이 작품에서는 꽤 맘에 듭니다. 하지만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의상이 좀..... 거슬립니다.
정말 딱 떨어지고 멋진 슈트를 입었으면 더 좋았을 걸, 무슨 태국이나 인도? 혹은 페르시아 왕자 같은 옷으로 만들어서 살짝 우스워 보이기도 했어요.
작위는 백작인데.. 백작 신분으로 꾸미고 돌아온 것인데 전혀 백작스럽지 않고 무슨 졸부 같은 느낌.
안무가 가장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작품의 전체 스케일에 비해, 안무가 너무 유치하고... 뭐랄까... 죄송하지만.... 전문가스럽지 않은 느낌? 뮤지컬 시상식에서 안무상을 세 번이나 받으신 분이시던데.... 제 눈에는 너무 아니었어요.
제가 본 날의 캐스팅은 류정한, 옥주현, 최민철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류정한 배우. 류정한 님의 작품을 정말 오랜 만에 보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목 상태가 좀 안 좋으신 듯했어요. 노래가 시원하지 못하고 뭔가 부족하게 느껴지는데... 점점 컨디션 회복을 하시는 듯 했습니다.
옥주현 님의 공연은 처음이에요. 늘 말씀드리듯이 전 연예인들이 뮤지컬 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동안 의도적으로 옥주현 님의 공연을 피해왔는데요. 이제... 저의 그 선입견을 깨도 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참 잘하셨어요.
사실 걸그룹을 좋아하면서도 걸그룹에 대한 편견도 좀 있었는데.(얼굴만 예쁘고 노래는 못 한다는...) 그 편견도 깨야 할 것 같아요. 가창력이 대단하시더라고요.
최민철 씨의 무대 장악력은 역시나 최고입니다. 그 카리스마와 압도적인 목소리....
종다리 역시 단번에 최민철 씨를 꼽으면서 그 사람 누구냐고, 자기가 보기엔 그 사람이 이 공연에서 제일 잘한다고 합니다.
이제 작품의 내용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이 작품의 원작은 아까 말씀드렸듯 프랑스 작가 뒤마의 <몬테 크리스토 백작>입니다. 원래는 18권의 장편 소설이라고 해요.
그렇게 긴 내용을 2시간 반으로 줄이려니, 당연히 인과성이나 개연성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게 늘 종다리가 지적해온 점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저는 뮤지컬의 특성상 기승전결이 완벽할 수는 없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사건이 지나치게 빨리 진행되기도 하고 결론이 좀 허무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고요. ^^;;
종다리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는 이 작품을 보기전에, 나름 이 작품의 핵심은 '복수'라고 생각했는데, 복수의 과정이 달랑 노래 한 곡으로 끝날 줄은 몰랐어...."
ㅎㅎㅎ 그건 저도 동감입니다. 대체로 뮤지컬들이 1막에 비해 2막이 더 짧고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기는 합니다만, 복수가 참으로 빠르고 쉽게 끝난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어요.
그리고 너무 갑자기 '용서'를 하고요.
용서....
사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 정서는 '용서'입니다. 물론 '복수'가 더 흥미롭기는 하겠지만,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은 '용서'입니다.
협력 연출 박인선 님은 이 작품을 '용서를 향한 여정'이라고 표현하셨지요.
용서는 상대가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복수를 한다고 해서 자신의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라고요.
하지만 저는 궁금합니다.
왜 용서를 해야 합니까? 그럼 죄를 지은 자들은 죄를 짓고 용서 받고.... 당한 사람은 당하고도 용서하고....
결국 나쁜 사람들만 좋은 거 아닐까요?
이 작품의 경우를 예를 들면, 작품 속에서 파리아 신부는 계속 에드몬드에게 그들을 용서하라 합니다.
그럼 에드몬드는 선장 자리도 빼앗기고 약혼녀도 빼앗기고 비참한 삶을 살게 되었는데도 그들을 용서해야 하나요? 혹여 그 감옥에서 탈출을 못하고 평생을 그렇게 살다가 죽더라도 그들을 용서해야 하나요?
그런다면 에드몬드를 감옥에 넣은 사람들은 선장 자리도 빼앗고, 지위도 지키고, 여자도 빼앗고... 그들만 잘 먹고 잘 사는데 용서까지 받으면, 결과적으로 그들만 좋은 거 아닌가요.
저는 아직 그런 엄청난 일을 당한 적도 없지만, 그런 일을 당했다면 과연 상대를 '용서'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작품 속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또 있습니다.
감옥에서 탈출한 에드몬드는 루이자 선장이 이끄는 해적선에 구출이 되고, 그들과 친구가 됩니다. 그 과정도 조금 비약적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우정이 과연 인간의 욕심을 이길 수 있을 만큼 깊은 것이었던가 하는 점입니다.
에드몬드는 파리아 신부가 알려준 대로 몬테 크리스토 섬으로 가서 정말 어마어마어마한 보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자코포에게 이 보물의 반을 주겠다고 하자 자코포는 굉장히 천진한 말투로 "아니에요, 나에겐 이 보물보다 당신과의 우정이 더 소중해요"라는 도덕 교과서 같은 말을 합니다. 그 대사 듣고 저는 저도 모르게 '훗'하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주겠다는 그 돈을 받으면, 친구 관계가 끝나는 겁니까?
웃긴 건, 그 이후 자코포는 몬테크리스토의 심복처럼 그를 따르는데요. 그 관계 자체는 이미 친구가 아닌 것 아닙니까?
자코포는 엄청난 부까지 포기하고 그와의 우정을 택했지만, 몬테크리스토에게 자코포는 친구가 아니라 하인입니다.
그 둘의 대사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자코포는 몬테크리스토에게 존대어를 사용하는데, 몬테크리스토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개가 명령조입니다. 처음 만났을 당시 결투에서 자신을 죽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따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더더욱 의아한 것은, 자코포야 그렇다 치더라도. 루이자의 해적선의 다른 해적들.
왜 그들은 몬테크리스토의 어마어마한 보물들을 탐내지 않았을까요? 몬테크리스토 섬에서 발견한 그 보물들을 배에 싣고, 무사히 실어다 주었다는 게 이해가 안 됐어요. 배에서 몬테크리스토를 죽이면 그 보물이 다 자신의 것이 될 텐데요.
그러니까 그들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욕망'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우정을 쌓게 된 과정이 공연에는 설명되어 있지 않으니까 이해가 안 되는 거겠죠.
이런 것들이 바로... 기나긴 원작이 압축되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여주인공 메르세데스는 참으로 묘한 인물입니다.
작품 속에서는 청순하고 순수하고 헌신적인 여성처럼 그려지고 있지만. 저는 저 여자 참 무서운 여자다 싶더군요.
사랑하는 남자가 감옥에 끌려갑니다. 그를 기다립니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녀가 힘들 때 옆에 있어주었던 몬데고와 결혼을 합니다. 그와 십 수년을 함께 삽니다.
그런데도 메르세데스는 단 한 순간도 에드몬드를 잊어 본 적 없으며 단 한 순간도 몬데고를 사랑한 적 없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아무리 미워도 오랜 세월 함께 지내다보면 정이라는 게 들게 마련인데 단 한 순간도 사랑한 적 없다니.
그렇다면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살면서, 그의 재산을 누리며 살면서 맘 속으로는 다른 남자를 그리워하는 나쁜 여자 아닌가요? 그럴 거였으면 애초에 결혼도 하지 말았어야죠. 더군다나 남의 아이를 가진 채로요.
그리고 몬테크리스토가 돌아오자, 바로 그에게 가서 당신을 잊은 적 없다고, 당신과 남은 삶을 함께 하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참으로 뻔뻔하지 않습니까?
에드몬드와 메르세데스의 어긋난 사랑, 오해로 빚어진 아픈 사랑은 이해합니다만... 그렇다고 그 둘이 다시 맺어지는 건 정말 아니라고 봐요...ㅡㅡ;;
그럼 몬데고는 뭡니까?
그가 물론 나쁜 짓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그는 얻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여자는 그에게 단 한 번도 마음을 준 적이 없습니다. 실은 그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메르세데스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아들 알버트 역시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버트가 에드몬드의 아들이라는 것을 몬데고가 알고 있었나 모르고 있었나에 대해서 종다리는 (당연히 알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모르는 것으로 처리된 것 같다고 하지만 저는 분명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몬데고는 메르세데스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에도, 또 그녀가 사랑하는 다른 남자의 아들을 키우고 있음에도 그들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아들의 손에 죽게 됩니다.
그 아들 캐릭터도 이해가 안 돼요. 평생을 아버지라고 믿고 살아온 사람인데, 아무리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바로 그렇게 죽일 수가 있는 건지....
역시나 결국 가장 불쌍한 사람은 몬데고입니다.
몬데고가 죽고 남은 세 사람, 에드몬드와 메르세데스와, 알버트....
이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끌어안으며 공연은 끝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는 의문 하나.
과연 그들은 행복할까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라고 믿고 살아왔던 사람을 죽여 놓고, 자신과 자신의 아들을 그동안 보살펴준(?) 사람이 죽었는데, 혹은 아들이 사람을 죽였는데...
그랬는데도 그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요?
방금 전에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행복해하는 모습이 조금은 불편했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처음 자신의 욕망을 위해 에드몬드를 감옥에 쳐넣은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요.
다들 에드몬드와 메르세데스의 사랑에 박수를 쳤지만. 저는 그들의 사랑이 아름다워보이지만은 않더군요.
공연의 표면적인 결론은 해피엔딩이었지만, 저는 참 많은 생각들이 오고갔어요.
긴 글, 작품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많이 쓰긴 했지만. 공연은 정말 볼 만합니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오케스트라와 수준 높은 노래실력. 정말 귀가 즐겁고 눈이 즐거운 두 시간 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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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날자의 맛있고 즐거운 생활 원문보기 글쓴이: 날아보자
첫댓글 역시 지킬앤하이드..
개인적으로 옥주현 싫어해서리..ㅎㅎㅎ
저도 옥주현 씨 싫어해요.
근데 보니까... 뮤지컬 출연하는 다른 연예인들에 비해 실력은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