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이 있는 곳 40
김 광 욱
(이 명상집은 제가 오래전에 불치의 병마와 싸우면서 마음을 달래려고 써 모은 생활의 편린입니다.
현시국과 맞지 않은 부분은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역풍에 돛을 단 배는 뒤뚱거리며 험한 파도를 헤쳐나간다.
그러나 순풍에 돛을 단 배는 풍파를 만나면 중심을 잃고 쉽게 기울어진다.
후세인이 못된 독재자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카스트로나 김정일과 같이 지상에서 없어져야 할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그를 단죄할 권리는 없다.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하여 이라크를 침공하면 후
세인보다 더 소중한 인명과 재산이 사라질 뿐이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침략”하려 하고 있다. 명분은 이라크 후세인 독재 정권을 무너뜨
리는 것. 이라크를 독재 사슬에서 해방하는 것. 그리고 이라크가 테러 지원국이고 세계 평화를 위
협하기 때문.
부시 대통령의 명분은 좋으나 “침략”을 무엇으로 합리화한단 말인가.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하려 하고 후세인은 미꾸라지처럼 전쟁을 피하려 한다. 미국과 전쟁해서 승
산이 없어 보인다.
전쟁은 양방이 원해서 선전포고를 하고 시작하는 게 원리 아닌가. 미국은 어느 때고 이라크를 침공
하려고 군대와 무기를 걸프 해협에 집결시키고 있다. “침략”을 준비하는 것이다.
미국은 후세인을 침공하는 게 아니라 이라크란 나라를 침략하는 것이다. 그 산하와 도시와 거리를,
그 무고한 국민들을……
미국이 평화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인류와 세계를 사랑한다면, 어떤 이유로든지 전쟁을 일으켜
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쟁을 막고 타협과 대화로 모든 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하지 않고 힘으로, 무
력으로 해결하려 하니 문제인 것이다.
미국은 경쟁자인 소련이 없어지니까 천하무적인 것처럼 오만방자하게 여기도 들쑤시고 저기도
건드리곤 한다. 간섭 안할 곳도 간섭한다. 기왕 만들어 놓은 무기를 전쟁에 써먹어야겠다는 듯이.
전쟁을 해서 무슨 이득이라도 보겠다는 듯이.
그것은 옛날의 미국의 모습이 아니었다. 지도자를 잘 못 둔 덕분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아니 그런
지도자를 탄생시킨 미국인들의 정신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부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뒤틀려 보인다.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문학도……
그러나 긍정적이고 넓은 아량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추한 것도 아름다움으로 감쌀 수 있다. 사랑도
예술도 슬픔도 절망도……
남의 글에 쉽게 감동하는 사람이 있다. 쉽게 빠져드는 사람이 있다. 쉽게 몰입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감정은 바이올린의 현처럼 작은 감각에도 열열히 반응한다. 그 반응은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나,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동정하고, 남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려고 할
것이다.
감정이 메마른 사람에게는 동정을 호소해도 소용없다. 소설이나 영화에 쉽게 감동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 일테면 돈이나 권력이나 섹스 같은 특정한 분야에 관련된 이야기만 흥미를 느낀다.
내실보다 외양을 추구하고 권위를 중시하며 자기 외의 문제에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