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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일 월요일
『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 수업 -
정구학 인터뷰집
2022.12.15./ ㈜헤이북스/ 256쪽
《본문 중에서》
▶ 첫 번째 인생 수업 인터뷰
자연 그대로의 별처럼 살아가요/ 이시우 천문학자
별이 살아가는 원리를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별은 무위(無爲)적으로 살아갑니다. 즉 조작을 하지 않아요. 자연적인 상태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다 수용하고 적응하면서 살아갑니다. 반면에 인간은 조작을 많이 하죠. 인간의 욕심 때문인데, 조작은 대체로 자기중심적이에요. 유위(有爲)적인 것을 버리고 무위적인 세계로 나아가려면 별을 봄으로써 별의 세계를 이해해야죠. 탐욕을 버리고 남과의 경쟁을 버려야죠. p.21
아인슈타인은 ‘종교가 없는 과학은 불구자이고, 과학이 없는 종교는 맹목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종교는 그냥 보통 종교가 아니고, 인간의 힘으로써 할 수 없는 어떤 신비의 힘을 말해요. 보통의 종교와는 다릅니다. 과학도 신비감을 캐기 위해 도전하라는 뜻이죠. 아인슈타인은 신비에 대한 도전을 강조했죠. 과학적 증명을 해야 하죠. p.43
교수를 그만두고 부산에 있는 어느 절을 가봤죠. 하안거(夏安居)라는 게 뭔지 알고 싶어서 직접 체험해 봤는데…. ~ 두 달 걸리는 하안거를 다 못 채우고 십여 일 남겨두고 나왔죠. 어느 지인이 ‘절은 밖에서 봐야 아름답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인생이라는 것도, 별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양도 가까이 다가간 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표면이 전부 폭발해서 난리입니다. 연애라는 것도 가까이서 보면 뭐…. 하하. p. 45~46
(천체 우주 법칙과 불교 법칙의 공통점은) ‘인연생기(因緣生起)’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모두가 본질적으로 ‘공(空)’하다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죠. 또한 ‘변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주는 나도 변하고, 받는 너도 항상 변하는 사람이다. 주고받는 매체도 항상 변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순간순간 변해가죠. 세포가 변하고 무아(無我) 상태로 가죠. 정체성이 자꾸 변해가는 것이죠. 그래서 ‘나’라는 정체성이 없어요. 상대방도, 주고받는 매체도 마찬가지죠. 그것을 연기공(緣起空)이라고 합니다. p.48
윤회 사상은 죽으면 육신에서 영혼이 나간다는 이원설이죠. 오히려 부처는 ‘너희들이 만약에 고뇌에 빠져 번뇌를 버리지 못한다면, 마치 기름처럼 불을 붙일 수 있다. 하지만 번뇌의 기름이 없다면 불을 붙일 수가 없다. 번뇌의 길이 없다면 윤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윤회를 반대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당시 힌두교의 윤회설을 부정했죠. p.51
인연생기는 양면성이 있어요. 고통과 쾌락,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동전의 앞뒤처럼 동시에 같이 있죠. 앞면이 나오면 뒷면은 숨어서 함께 나타나지 않아요. 비동시적 동거성이죠. 행복이 앞에 나오면 행복한 사람은 불행을 안고 있는 겁니다. 영원히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죠. 행복에 대한 집착과 고통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겁니다. p.53
▶ 두 번째 인생 수업 인터뷰
우리 몸이 아픈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강신익 의철학자
공부는 사이언스(지식)와 휴머니티(인문학)을 골고루 해야 합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휴머니티를 소홀히 해왔어요. 인문학에 대한 갈구는 감성에 대한 갈구예요. 다시 말하면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이 아닌 예술을 포함한 전반적인 휴머니티에 대한 갈구입니다. 니체가 말했던가요. ‘교양인이야말로 교양을 죽인다’라고요. p.67
결국 우리 몸이 아픈 원인은 자기 보호와 디자인의 불완전성 때문이라고 봅니다. ~ 진화론적으로 디자인되긴 했는데, 우리 몸은 누더기 같은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갖다 붙이다 보니까 완벽할 수 없다는 거예요. 우리 몸이 진화에 의해 지금과 같은 몸이 됐다고 하면 원리상 완벽한 몸이 될 수가 없어요. 원시의 수렵채집시대인 수만 년 전의 몸 상태까지 진화된 거죠. p.72~73
왜 아프지 말아야 하죠? 아프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가치가 내재된 겁니다. 우리는 ‘아프면 본인도 고통스럽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한테도 고통을 준다’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인간 중심적인 얘기입니다. 자연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말이죠. 자연은 인간이 아프고, 안 아프고 하는 것에 관심이 없어요. 인간이 아픈 것도 우주가 돌아가는 작동 원리의 하나일 수 있습니다. p.76
나는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몇 년 전부터 안 해요.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불교에서 부처가 되라는 뜻인 ‘성불(成佛)하세요!’ 하는 말과 비슷합니다. 너무 이상적이죠. 누구나 조그만 병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것을 인정하자는 거예요. 완벽한 몸이나 건강한 몸이란 없어요. p.79~80
오히려 지나친 위생이 몸을 병들게 한다는 이론인 ‘위생 가설’도 있거든요. 주변에 보면 예전에 없던 병이 생겼는데, 그중 하나가 아토피 피부염입니다. 원인의 하나로 위생 가설을 말합니다. 너무 잘 씻어서 그렇다는 것이죠. ~ 또 하나는 ‘기생충 가설’이 있어요. ~ 문제는 우리 몸속에서 감염을 막는 유익한 기생충마저 없어지면서, 또 기생충에 맞서 수만 년에 걸쳐 발달한 우리의 면역체계가 상대할 기생충이 없어지자, 우리 몸을 건드리기 시작하면서 아토피 같은 병이 생겼다는 것이죠. p.82~83
미국 미생물학회에서 항생제에 대한 것뿐 아니라 미생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고 캠페인을 해요. 우리는 대개 ‘세균은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 학회에서는 ‘세균(박테리아)과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은 모두 친구다.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극히 일부다!’라고 홍보합니다. p.84
특이한 점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도 안 되는 쿠바의 평균수명(79.64세)이 6만 달러가 넘는 미국의 평균수명(78.38세)보다 높게 나왔다는 것입니다(2022, 미국 CIA). ~ 영국 사회학자 리차드 윌킨슨이 오랫동안 평균수명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 뭔가를 연구했습니다. 그는 위생, 영양, 의학 대신 ‘소득 불평등’이라는 데이터를 갖고 증명했어요. 예를 들면, 쿠바의 의료제도 자체가 굉장히 평등하거든요. ~ 그래서 이제는 평균수명을 따질 때 생물학적 차이, 공중보건의 수준, 사회문화적 차이, 사회환경적 차이 등 여러 관점으로 이야기하게 되는 거죠. p.98~99
▶ 세 번째 인생 수업 인터뷰
삶에도 플라세보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조장희 뇌과학자
나이가 들면 뇌의 능력도 떨어진다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80세가 되면 뇌세포의 5~6% 정도가 죽을 뿐이에요. 게다가 뇌는 세포의 수에 의해 컨트롤되는 게 아니거든요. 세포와 세포의 연결이 중요한데, 나이 들어서도 계속 공부하고 일하면 연결이 더 많이 돼요. 그러니까 ‘늙어서 머리가 안 돌아가기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라는 말은 타당성이 없죠.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뇌를 쓰지 않으니 쇠퇴하는 것’이에요. p.112
뇌는 아직 우리가 몰라요. ~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뇌 지식에서는 중세에 있는 셈이죠. 지동설을 알아낸 갈릴레오 때라고 하면 맞을 거예요. 예컨대 컴퓨터를 잘라서 본다고 할 때 부품만 봐서는 아무 소용이 없죠. 머리를 잘라서 보더라도 알 수 없다는 얘기죠. 그냥 배가 고프니까 빵을 먹는다고 보면 돼요. 걸음마 단계죠. ~ 이제 뇌 연구를 해보자는 단계죠. 아직도 컴컴한 터널을 지나가는 중입니다. p.115~116
우울하면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는데, 뇌에 도파민이 일시적으로 나와서 기분이 좋아져서 그래요. 술을 마시지 않아도 도파민을 나오게 하면 되죠. 살찌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설탕 섭취를 줄이게끔 해야죠. 외부에서 주입되는 약은 완벽하지 않으니까, 운동 같은 것을 해서 자체적으로 도파민이 나오게 하는 게 좋아요. p.118
신피질인 생각하는 뇌를 감정 뇌가 어느 정도 지배하고 있어요. 그래서 인간 생각의 90%가 감정의 산물이에요. 사람은 생각의 일부를 빼놓고는 감정의 동물인 거예요. 감정을 빼놓고 생각한다는 것은 거짓말이에요. ‘아, 저 사람은 공정하게 생각해’란 말은 거짓말입니다. ~ 감정을 다스리는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 감정의 뇌가 우리를 지배하는 것을 줄여야 합니다. p.121~122
카이스트에 와서 3년 만에야 제자들한테 ‘조박사님 틀렸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아! 이제는 됐구나’ 생각했지요.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겠구나!’ 그전에는 내가 틀린 것도 학생들이 그냥 받아들이더라고요. 미국 UC버클리의 가속기연구소에서 수업을 하면 ‘교수도 모르는구나. 똥줄 타는구나’하고 학생들이 생각해요. 교수들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새로운 연구를 합니다. 몰라야 새로운 게 나오죠. p.130~131
▶ 네 번째 인생 수업 인터뷰
행복하게 살려고 너무 애쓰지 말아요/ 백종현 칸트 철학자
칸트는 어떤 인물인가요?
분수를 지키고, 자신에게 충실하고, 자연에 대해서는 경외감을 갖고 있고, 인간에게는 존경심을 가졌죠. ‘내 위의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안에 도덕법칙’이라면서 법칙적으로 움직이는 자연에 대해 상당히 외경의 마음을 가졌어요. 또 인간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지녔죠. 죽기 삼사일 전에도 의사가 오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맞이했다고 하잖아요. ‘나를 치료하기 위해서 왔는데…’라는 인간에 대한 존경심이죠. p.141
칸트는 몸도 쇠약했어요. 누가 재밌는 표현을 했는데요. ‘칸트는 아플락 말락 했지만, 결코 아프지 않았다.’라고요. 본인이 굉장히 섭생을 잘했어요. 당시 사람들보다 두 배 가까운 80세까지 살았으니까요. p.143
학자는 학문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글도 쓰고, 말도 하고, 강의도 하는 것입니다. 자기도 실현하지 않을 것을 왜 남한테 얘기하나요? 논문을 100편 쓰면 뭐 합니까?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면서 논문은 왜 쓰나요? ~ 독일 마인츠에 가면 구텐베르크 박물관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기분이 좋을 거예요. 인쇄박물관에 한국실이 따로 있거든요. ~ 그런데 다 허울이에요. 지금 우리 인쇄술은 고려 인쇄술을 승계한 것이 아니고, 구텐베르크 인쇄술을 배운 거잖아요. 구텐베르크가 1450년에 인쇄기를 발명한 뒤 50년 동안 유럽에서는 책이 5,000만 권이나 나왔다고 해요. 인쇄술은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에게 책을 읽도록 했어요. 반면에 조선 때 우리는 책을 몇 권이나 찍었나요. 일찍 발명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p.149~150
칸트는 ~ 세상 소식에 정통했어요. 직접 여행은 안 했지만 책을 읽은 덕분이죠. ~ 칸트는 독일어와 라틴어밖에 몰랐지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죠. 칸트가 프랑스어나 영어도 공부해야 했다면 우리가 아는 위대한 철학자 칸트는 안 나왔을 거예요. 외국어 공부에 시간을 다 빼앗겼을 테니까요. p.150~151
철학이 하는 일은 인간이 왜 존엄한지를 밝히는 일입니다. 현재 21세기 상황을 보면, 모든 것을 이익으로 계산하는 공리주의적 가치관, 즉 물리(物理)주의적 세계관이 팽배하죠. 공리주의적 가치관은 모든 것을 이익으로 환원하죠. 그렇게 하면 무슨 이익이 되나요? ~ 인간 존엄성은 대체 불가능성에 있습니다. ~ 사람은 비교를 하면 안 돼요. ~ 비교는 가격이 있을 때 하는 것이죠. 사람은 가격이 없어요.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람 하나하나가 존귀한 거예요. 이게 칸트철학의 핵심입니다. p.165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행복주의 풍조 때문입니다. 행복에 최고 가치를 두니까, 행복이 성취되지 않을 것 같으면 삶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행복하게 살려고 너무 애쓰면 안 돼요. 인생의 의미를 다른 데 두면 다르죠. p.167
행동 하나하나에 배려를 하는 게 인문 정신이죠. 많은 사람이 인문학을 찾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절대로 인문학이 처세나 출세에 장식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욕구를 만족시키는 보조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되죠. ~ 혹시라도 지적 허세를 위해 ‘나도 칸트를 읽었어’라며 아는 체하는 데 활용한다면 안 됩니다. 그건 장식 용도예요. p.179~180
▶ 다섯 번째 인생 수업 인터뷰
‘생존 부등식’으로 인생을 경영하세요/ 윤석철 경영과학자
세상에는 수학적인 것과 비수학적인 게 절반씩 있다고 봐요. ~ 수학적 분석으로 아무리 통계를 내도 최종 의사결정을 할 때 철학의 문제가 되어버려요. 인간 가치관의 문제니까요. 그런데 수학에는 철학이 들어갈 틈바구니가 없어요. 그래서 수학적으로 풀어서 ‘최적의 해결 방안’이 나왔더라도 도덕 양심과 같은 비수학적 판단이 선택을 결정하는 거죠. p.198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것들에 관해 인간이 현재 알고 있는 상태를 ‘지식’이라 부르죠. 지식이 ‘진실’과 합치될 경우 그것을 ‘진리’라 부를 수 있어요.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이에요. p.200
지식은 자연에 관한 것이고, 지혜는 인생에 관한 것이죠. ~ 학자가 아닌 일반인은 삶의 지혜가 지식보다 중요해요. 지식은 지혜를 높이기 위한 수단적 존재일 것이라고 봐요. 지식과 달리 지혜의 세계는 어려워요. 예컨대 사람이 결혼해 부부간에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일은 지식으로 되지 않죠. 그것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스스로 노력해 터득한 지혜를 필요로 합니다. p.203
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추구해 온 ‘이익 최대화’라는 목적함수는 사회적 폐해가 너무 크다는 것이 20세기의 경험입니다.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목적함수가 ‘생존 부등식’입니다. 이것은 ‘너 살고 나 살기’식 주고받음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제는 기업의 생존 부등식에서 목적함수는 ‘소비자 만족’에 두어야 하고, 수단 매체는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것이 됩니다. p.205
인간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다 보면 선악의 판단도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 복잡한 것은 약하고, 단순한 것이 강합니다. 이 세상을 단순화하게 사는 방법은 삶의 문제를 목적함수와 수단 매체로 이원화하는 것이죠. 0과 1만을 사용하는 2진법을 사용해 인간은 컴퓨터와 디지털 문명을 이룩했어요. 복잡하게 생각하면 성공하지 못합니다. p.211
(한국은) 물질적 차원의 선진국 개념을 넘어서서 이제 정신적 차원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정신적 차원의 선진국이란 도덕성 같은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나라를 의미하죠. ~ 이제는 ‘너 살고, 나 살자’라는 공생과 상생의 주고받는 마음으로 고쳐먹어야 해요. p.217
▶ 마지막 인생 수업 인터뷰
예술이 우리를 구원할 거예요 / 이어령 문학평론가
교육을 가르치는 게 아니고 배우는 쪽으로 초점을 되돌려야 합니다. ~ 티칭(teaching)에서 러닝(learning)으로 바꾼 뒤에는 선생과 학생이 함께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창조하는 단계로 가야 합니다. p.226
산업자본주의하고 금융자본주의는 아주 달라요. ~ 지금까지는 착취하든 안 하든 뭘 만들어왔지만, 돈이 교환 대상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렸어요. 돈을 사고파는 금융자본주의이거든요. 주식을 사면 생산 자금으로 쓰이는 게 아니고, 상관없는 수십 배의 돈이 허공에서 돌고 있어요. ~ 케인스가 말하는 ‘미인 투표’처럼 내가 원하는 데 투자하지 않고, 남들이 투자할 것으로 생각되는 데 투자하는 다른 형태의 미인 투표 같은 것이죠. 그것만 해도 괜찮아요. 파생 상품과 금융 공학으로 들어가면 전문가들도 몰라요. 컴퓨터만 알아요. 지금 밑지는지, 돈을 버는지, 언제 망하는지도 모르는 고도의 금융 공학이에요. ~ 일반 사람은 ‘내 머리로, 내 노력으로 재산을 불린다’는 생각을 버렸죠. 카지노자본주의가 확산되면서 돈이 혼자 돌아다니고 있는 것입니다. ~ 소디(영국의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열역학법칙이 적용되는 이 세상에는 영구운동이 존재하지 않는데, 돈만이 무한하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했죠. 화폐경제인 금융자본주의는 자연의 물리 질서에 안 맞아 그대로 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p.233~235
뉴턴은 바보예요. 사과, 달, 우주의 별들이 떨어지는 엄청난 우주의 중력 법칙을 알았지만, 작은 사과 씨앗이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올라가서 빨갛게 열매로 익는 생명의 법칙은 몰랐습니다. p.237
가령 해가 뜨는 순간이라든지, 꽃이 필 때도 아름다움을 느끼죠. 살아 있는 생명체가 흔들림을 갖는 게 아름다움이에요. p.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