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신경 해설 40] “성령을 믿으며” (2) 성령의 상징 (2)
2009년 2월 22일 연중 제7주일 가톨릭마산 8면
최영철 알폰소 신부
예수님은 성령의 불이 이 세상에 뜨겁게 타오르기를 원하셨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 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냐?”(루카 12,49). 실제로 성령께서는 혀 모양의 불꽃으로 제자들 위에 강림하셨다. 그리하여 무기력한 제자들을 활력과 열정이 넘치는 사도로 변화시켰다. 불은 모든 것을 삼켜 태워서 깨끗한 것은 보존하고 더러운 것은 없애버린다. 성령은 모든 것을 불살라 선은 보존하고 악은 태워 없애는 심판과 정화의 불이다. 위로 향하는 특성을 지닌 불처럼 성령은 모든 인간을 하느님을 향해 드높여 주는 열정과 사랑의 불이다. 불 역시 물과 마찬가지로 생명에 필수 요소다. 불 없이 바람과 물만으로는 생명이 생겨나지도 지탱되지도 못한다. 때때로 터져 나와 불의 놀라운 힘을 보여주는 화산의 불길에서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체온에 이르기까지 생명체들은 모두 불을 먹고서만 살 수 있다.
구름과 비둘기의 형상으로도 성령은 당신의 현존과 활동을 드러내신다. 구약에 하느님이 나타나실 때부터 구름은 때로는 어두운 구름으로, 때로는 찬란한 구름으로 그 초월적 영광에 감싸여 살아계시는 하느님을 계시한다. 드높이 있지만 땅 위에 그늘을 드리움으로써 가까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구름처럼 성령은 우리와 친근한 분이시다. 비둘기는 물과 연관이 깊다. 노아의 대홍수 때에는 올리브 가지를 물고 와서, 홍수가 끝나서 땅이 다시 사람이 살 수 있게 되었음을 알려준다. 예수 세례 때 그분 위에 내려오는 비둘기 형상은 무엇보다 먼저 성부의 사랑을 상징하며, 세례 받은 이들의 깨끗해진 마음 안에 성령께서 내려와 머무심을 나타낸다.
기름도 성령의 상징이다. 예수님은 성령의 ‘기름을 충만히 발리어져’(메시아) 세상에 파견 되셨으므로 ‘그리스도’이시다. 기름(올리브)은 음식의 맛을 내는 조미료, 향기를 내는 향료, 싸우는 선수의 몸을 멋지게 다듬어 주는 재료로 사용되었다. 성령은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게 해주고 그리스도인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악과 투쟁하는 데 힘을 준다. 그래서 견진성사 때 그리스도인의 이마에 기름을 바른다. 기름은 하느님의 ‘날인(도장)’이다. 그리스도는 “하느님께서 전능의 날인을 찍으신”(요한 6,27) 분이시다. 우리도 세례와 견진, 성품 성사 때에 기름이 발리어져서 성령의 날인을 받는다. 세 가지 성사들은 성령의 기름을 부어주는 성사이므로 지워질 수 없는 ‘인호’를 찍어준다. 성령의 기름으로 하느님의 소유가 되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성령의 상징들 숨, 물, 불, 바람, 구름 등은 생명체의 생존에 없어서는 아니 될 요소들이고 동시에 모든 생명체가 아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공통된 특징들은 생명, 힘, 열정, 사랑이다. 성령은 그런 요소들처럼 그리스도인의 생존과 생활에 절대 필요한 분이시다. 성령이 없으면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 수도, 유지할 수도, 성장시킬 수도 없다. 또한 성령은 그 상징물들처럼 우리에게 아주 친밀한 분이시다. 숨, 물, 바람처럼 너무나 가까이 계셔서 우리가 그분의 현존을 인지하지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성령은 위로부터 오는 하느님의 힘이다. “너희는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을 입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루카 24,49) “성령께서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성령은 선교의 힘, 증언의 능력이시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생명력과 원동력이며 활력이시다. 하느님의 힘이요 능력이신 성령에 의지하면 우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다.
[2009년 2월 22일 연중 제7주일 가톨릭마산 8면, 최영철 알폰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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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lickr.com/photos/hen-magonza/14462968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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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이 헤브론에서 이스라엘 왕으로 기름부음 받다. David Anointed King in Heb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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