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종기>
월남쌈과 한식이 만난다. 아니 한식에 월남쌈을 가미했다. 특별한 만남과 특별한 맛에 감탄하는 사이, 어느 새 포만감이 드는데, 다시 2차로 밥 한상이 상에 그득하게 다시 차려진다. 그것도 맛도 모양새도 다 만족시켜주는 찬들로 말이다. 이 값에 받아도 되는 밥상인지 모르겠다.
1. 식당얼개
상호 : 옹기종기
전화 : 031) 521-7287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월문리 1141-11
주요음식 : 갑오징어 불고기, 돌솥한정식, 코다리구이돌솥 등
2. 먹은 음식
돌솥밥한정식 : 13,000원(2인 이상가능)
먹은 날 : 2020.4.23.저녁
3. 맛보기
먼저 한식 찬들, 쌈을 할 속으로 넣을 수 있는 7종류의 찬과 라이스페이퍼다. 식재료가 아닌 완성된 형태의 음식을 속으로 사용하여 라이스페이퍼에 싸먹는다. 속은 한식, 거죽은 월남식이다.
한월식 쌈이 끝나면 된장찌개와 코다리 돌솥밥이 한상 나온다. 왠지 밥을 두 번 먹는 느낌 이다. 실제로 두 상을 받는데다 차림새도 완전히 다르니, 두 가지 메뉴를 주문한 느낌도 든다.
그럼 먼저 한월쌈을 먹어보자. 한식을 넣어 이렇게 이름붙였지만, 보통 월남쌈이라 부르는 음식, 월남쌈의 초점은 라이스페이퍼다. 이름이 너무 길다. 미지라고 하면 어떨까. 말 그대로 쌀종이를 짧게 한자어로 미지(米紙)말이다. 어쨌든 월남쌈은의 초점은 미지다.
라이스페이퍼, 미지로만 싸면 어떤 음식이나 월남쌈이 된다. 가변성이 무궁무진하다. 해물 중심으로 쌀 수도 있고 육류 중심으로 쌀 수도 있다. 해물이나 육류가 전혀 들어가지 않으면 맛도 심심하고 영양 균형도 안 맞는다. 중심 속이 정해지면 그에 맞는 채소와 짝을 맞추어 쌈을 하면 된다.
실제 자주 먹는 월남쌈도 속만 보면 딱히 월남 특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일반 식재료를 기호에 맞게 준비하여 싸면 된다. 그러니 한식이면 어떻고 일식이나 양식이면 어떠랴. 그런데 아무래도 한식이 월남쌈 하는 데 제일 잘 어울리는 거 같다. 한식이 음식이 다양하고 특히 채소반찬이 다양하니 말이다.
거기다 반찬은 모두 완성된 음식이다. 쌈은 여러가지 재료를 한꺼번에 넣어 융합의 맛을 즐기는데 하나하나 재료가 제 맛을 품고 있으면 맛이 극대화된다. 비빔밥도 마찬가지, 그래서 유명한 비빔밥집은 모두 안에 넣는 거섶이 요리된 음식들이다.
심지어 밥도 제맛을 물고 있어야 된다. 전주비빔밥은 사골국물로 지은 밥을 쓴다. 그래야 밥알이 탱글거리면서도 풍부한 맛을 담고 있을 수 있다. 이렇게 각각 제 맛을 가진 식재료의 조합으로 비볐을 때 N의 합보다 더 높은 맛을 낼 수 있다. 먹을 만한 전주비빔밥이 비싸다고들 하는데 이렇게 조리하고서야 어떻게 가격을 낮출 수 있겠는가.
월남쌈도 완성된 한식 반찬을 속으로 넣고 싸면 맛의 등위가 높아진다. 대신 월남 소스는 조금만 넣어야 한다. 제 간을 물고 있으므로 간을 세게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남쌈의 풍취가 있어야 제 3의 맛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넣어 먹는 것은 필요하다.
오징어초무침, 탕평채, 해파리냉채, 잡채에다 불고기다. 그리고 묵은백김치와 야채모듬이 속으로 나와 서로 궁합이 잘 맞는다.
여러 재료를 넣고 싸보았다. 어지간한 솜씨로도 옆구리 터트리지 않고 쌀 수 있다. 미지에 있는 타피오카 성분 때문이다. 미지, 라이스페이퍼는 대개 쌀 20%, 타피오카 80%, 혹은 그 반대 비율로 만들어진다. 타피오카가 주재료면 더 쫄깃하고 잘 안 터진다. 쫀득한 맛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그래서 누구나 김밥과 달리 잘 말아 먹을 수 있다. 타피오카는 대만에서 개발한 진주우유차에 들어 있는 콩알만한 크기의 검은 새알심이다. 이것을 타피오카펄, 진주라고 하는데 엄청 쫄깃거려 북경에는 오래 전에 입점하여, 나이차라고 부르는데 이 진주 먹는 맛에 먹기도 한다. 나이차 한잔이면 어지간히 식사를 떼울 수도 있다. 우리도 요새 공차라고 해서 이 우유차를 마신다.
이 쫄깃거리는 미지에 부드러운 반찬들을 싸고 야채를 곁들여 월남 소스를 조금만 쳐 먹으면 와, 상큼하고 풍부한 맛에 혀와 배가 행복하다. 미지는 속을 확실하게 잘 섞어 준다. 맛이 한층 비상한다.
거기다 빈대떡 한덩어리도 나온다. 바삭거리게 잘 구워졌다. 다시 한번 자기점검한다. 이 돈 내고 이렇게 대접받아도 되나?
한상 이미 잘 받았는데 새손님인 양 또 한상이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코다리찜에 돌솥밥이 자리한 부족할 거 없는 큰 상이다. 코다리도 맛있고, 밥은 적당한 만큼의 잡곡이 들어간 고슬고슬한 뜨거운 밥이다. 마무솥뚜껑을 열고 김이 폴폴 나는 밥을 퍼 놓고, 찬 물을 부어놔도 숭늉에 깐밥 맛이 고스란히 우러난다.
김치와 나물류 맛이 나 제법 난다. 취나물까지 맛볼 수 있다. 김무침은 최고다. 김치도 사각거리는 맛이 때를 잘 맞추고 있다.
4. 먹은 후
1)
요즘 가성비라는 말을 많이 쓴다. 국어사전에 올라갈 만큼 생명이 긴 단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가격대비성능 혹은 가격대비 성능의 비율이라는 말의 약자로 널리 쓰인다. 소위 그 가성비가 좋은 음식으로 확실히 권할 수 있다.
가성비가 좋은 것을 넘어 이 값에 이런 음식 먹기가 미안하고 이윤이 남을지가 걱정될 정도다. 식재료값과 조리의 수고는 물론이고 두번씩 상을 차려 내야 하니 그 수고로움은 또 얼마인가. 거기다 당분간 돌솥밥이 아닌 공기밥으로 대체하면 값이 3천원이나 낮은 만 원이란다. 전주도 아닌데 말이다.
전주 서신동 막걸리 골목의 막걸리집은 푸진 안주로 유명하다.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푸짐하고 맛있는 안주가 술 주문이 늘어날수록 고급화되며 끝없이 나온다. 이런 음식점이 서울이나 대전쯤에 있으면 대박나겠다, 싶어 물어봤더니 절대 불가란다. 거기서는 같은 음식점끼리 식재료 공동구매를 하여 가능한 가격이란다.
이 집은 공동구매도 아닌 거 같은데, 값이 너무 낮다. 전주보다는 더 비쌀 거같은 서울 근처에서 말이다. 하여튼 열심히, 성실히 손님을 먼저 생각하며 영업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감동을 주는 그 마음이 복을 불러 오래오래 번창하길 빈다.
2) 타피오카(tapioca)는 열대지방에서 나는 카사바의 알뿌리에서 채취한 녹말이다. 빵,수프, 국수 등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타피오카는 우리가 공차에서 쉽게 접한다. 공차라며 마시는 우유차에 들어 있는 진주알갱이가 바로 타피오카다. 공차는 2006년 대만 가오슝에서 설립된 공차는 대만 차(茶) 브랜드다. '황실에 바치는 차 (貢茶)'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공차는 브랜드 이름이지만 대표차가 바로 이 타피오카펄을 넣은 우유차여서 이 차를 공차라고 부른다.
이 대만 공차는 17개국 이상의 나라에 진출하여 일본, 베트남, 캐나다,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마실 수 있다.
카사바는 열량이 낮고 영양이 풍부해서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글루텐이 적어 탄수화물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좋은 대용식이 될 수 있다. 쫄깃한 식감을 위해 빵이나 국수 등에 사용하기도 한다.
월남쌈 라이스페이퍼를 고를 때 쌀이 많은 것보다 이 타피오카가 많이 들어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을 거 같다. 영양도 높이고 글루텐도 줄이고, 쌈을 싸는 것도 편하도록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것은 대부분 OEM방식으로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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